지난 7월, 호주 연방정부는 ‘중요 사항 측정(Measuring What Matters)’이라는 이름의 호주 최초의 웰빙 프레임워크(Wellbeing framework)를 발표하였다. 2023-24 회계연도 연방예산안에 포함된 이 프레임워크는 국민들이 어떤 사회에 살고 싶은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소통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마련되었다. 호주 정부는 더욱 건강하고, 안전하고, 지속가능하고, 응집력 있고, 번영하는 호주를 향한 진전 여부를 측정하는 방법과 국민들의 웰빙 수준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국민들이 더 잘 이해하도록 알리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을 이 프레임워크의 도입 배경으로 설명한다.

○ 호주 정부의 웰빙 프레임워크, 어떤 내용 담겼나?

이번에 발표된 프레임워크는 호주 국민들의 삶 전반에 걸친 웰빙의 중요 요소인 △건강 △안전 △지속가능성 △응집력 △번영이라는 5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각 웰빙의 세부적인 부분을 설명하는 12가지 관점과 현 상태와 장기적 추세를 보여주는 50개의 측정 지표로 구성되어 있다. 이 지표에는 국내총생산, 인플레이션, 고용 등 전통적으로 사용되는 경제적 지표 외에도 공동체의 웰빙을 측정할 수 있는 추가적인 지표들이 포함되었다.

테마별로 살펴보면 첫 번째 ‘건강’ 테마에서는 국민들이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느끼고, 필요할 때 관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건강 개선을 위한 조치를 취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회, ‘안전’ 테마에서는 국민들이 재정적 안정과 주거 안정 등 평화롭고 안전하다고 느끼며 생활할 수 있는 사회, ‘지속가능성’ 테마에서는 자연적·재정적 자원의 지속가능한 사용과 환경보전, 기후위기나 사회변화에 따라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도전에 대처가 가능한 회복력 있는 사회에 대해 설명한다. ‘응집력’ 테마에서는 가족·친구·지역사회 등 공동체가 활성화되고, 다양성을 중시하며, 문화를 장려하는 사회, ‘번영’은 역동적이고 건강한 경제를 위한 기술·교육 투자와 더 많은 일자리와 높은 임금 제공이 가능한 사회에 대해 다룬다.

사회 불평등 심화와 이로 인해 구성원들에게 고착화된 불이익은 사회 결속력을 저하시키고, 낮은 교육 접근성이나 지역·세대 간 지속적인 이익갈등이 국가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야기한다. 이 프레임워크는 앞서 말한 5가지 테마에서 설명하는 사회를 이룩하기 위한 핵심 가치로 ‘포용성’, ‘형평성’, ‘공정성’을 꼽는다. 이는 모든 국민이 웰빙정책의 혜택을 공평하게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50개의 측정 지표는 국내총생산, 실업률 등과 같이 기존에 널리 사용되어 온 각종 경제적 지표들과도 논리적인 일관성을 갖추도록 선정되었으며,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 호주 국민 웰빙 수준의 현재와 미래

이 프레임워크는 웰빙의 모든 측면을 포괄하고 있지는 않지만 국가와 사회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운영되어야 할 것인지를 거시적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호주는 기대 수명이 높아지고, 천연자원 사용량을 줄이는 데 진전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신뢰하는 수준도 높아졌다. 국민들의 소득은늘었으며, 취업률 또한 개선되었다.

그러나 정신건강, 실질임금 등과 같은 지표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없었고, 만성질환자가 늘어나면서 의료 서비스 이용은 예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국제 정세 변화와 군비 확장경쟁 심화 등으로 나타나는 안보 문제, 사이버 불링과 같은 온라인상에서의 위협 등 새로운 도전에도 직면해 있고, 생명체의 다양성과 그 서식처의 다양성을 총칭하는 생물다양성이 날이 갈수록 축소되고 있으며, 국가 재정의 지속가능성도 감소하였다.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은 줄어들고, 교육의 성취도도 다른 나라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

이같이 얼핏 웰빙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 보이는 여러 분야의 지표까지 이번 프레임워크에 포함되었다는 것은 호주 정부가 웰빙을 국민의 삶의 질 차원을 넘어 국가 발전의 동력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읽을 수 있다.

 

○ 웰빙의 핵심은 건강, 최우선 지표로 관리

이 프레임워크는 가장 먼저 언급한 테마인 건강과 관련하여 ‘평생 건강한 삶’과 ‘양질의 보건의료 서비스에 대한 공평한 접근성’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우선 ‘평생 건강한 삶’ 항목은 기대수명, 정신건강, 만성질환 유병률 이상 3가지 지표로 측정한다. 출생 시 기대수명(Life expectancy at birth)은 신생아가 기대할 수 있는 평균 수명을 측정하는 것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9~2021년에 태어난 남성은 81.3세, 여성은 85.4세까지 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 조정 기대수명(Health adjusted life expectancy)은 출생 후 질병이나 부상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간을 감안한 것으로 2022년에 태어난 호주 국민은 생존 기간 중 87~88%를 건강하게 살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만성질환 유병률은 증가하고 있다. 2020-21 회계연도에는 연령과 관계없이 46.6%에 해당하는 국민들이 한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고, 18.6%는 두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다.

정신건강에 대한 지표로는 심리적 고통 수준 측정을 선정했는데, 2017-18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호주의 18세 이상 성인 중 13%는 2004-05 회계연도와 마찬가지로 높은 수준 또는 매우 높은 수준의 심리적 고통을 경험했고, 특히 남성(11.3%)보다는 여성(14.5%)에게서 이를 경험한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양질의 보건의료 서비스에 대한 공평한 접근성’ 항목에서는 ‘건강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과 ‘돌봄 및 지원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에 주목한다. 건강 서비스 접근성을 측정하는 지표는 의료 서비스 비용과 대기시간이다. 2021-22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국민의 3.5%가 비용부담으로 인해 필요할 때 일반의 진료를 미루거나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013-14 회계연도의 4.9%보다 개선된 수치이다. 다만, 더 많은 비용이 드는 전문의 진료를 받지 못한 비율은 2013-14 회계연도에 8%, 2021-22 회계연도에는 7.9%로 진전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전문의 진료를 위해 장기간 대기해야 하는 국민 비율은 일반의 진료는 23.4%, 전문의 진료는 26.7%로 더욱 악화되었다.

돌봄 및 지원 서비스 접근성은 충족되지 않은 요구 수준(unmet needs)과 고객만족도(client satisfaction)를 측정하였다. 2018년에 공식적인 장애 지원을 받은 64세 이하의 국민 37.5%가 현재 받고 있는 지원보다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이는 2009년의 31.9%보다 증가한 수치이다. 장애인 간병인 중 간병 역할에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도 같은 기간 22.8%에서 32.0%로 증가하였다. 

한편, 2018년 공식적인 장애 지원을 받은 15~64세의 국민 76.6%, 공식적인 노인 돌봄 서비스를 받은 가구에 거주하는 65세 이상의 국민 84.4%가 품질에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2012~2018년 중 노인 돌봄 지원서비스의 질에 만족하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감소하였다. 

 

○ 세계 각국이 추진하는 웰빙 프레임워크, 한국은? 

호주의 이번 프레임워크는 호주보다 앞서 웰빙과 경제·사회 정책을 연계한 국가와 지방정부들의 정책을 참고해 만들어졌다. 스코틀랜드, 뉴질랜드, 아이슬란드, 웨일스, 핀란드, 캐나다가 이에 해당하며, 이들의 협력체를 ‘웰빙 경제 정부 파트너십(The Wellbeing Economy Governments partnership, WEGo)’이라고 부른다. 이 단체는 ‘21세기의 개발은 인간과 생태계의 웰빙을 수반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설립되었다. 회원국이자 호주 인접국가인 뉴질랜드의 경우, 2019년 5월, 웰빙과 환경을 정책의 중심에 두고 국가 최초의 웰빙 예산을 편성하였다. 웨일스는 2015년 번영, 회복력, 건강, 평등, 국제적 책임, 문화적 활기, 연결성이라는 7가지 웰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래세대 웰빙법(Wellbeing of Future Generations)’을 발표하였다.

학술·언론단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 Australia and New Zealand)」은 이번 프레임워크 발표에 대해 더 나은 정부의 의사 결정과 국민이 원하는 호주를 위한 비전을 향해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었지만 이제 첫걸음에 불과하다고 평가하면서도 “현대 사회는 주택 위기, 기후 변화, 생물 다양성의 손실, 재정적 스트레스, 정신건강 악화 등 다양한 문제들이 만연해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식의 효율적인 사고가 필요함을 입증하고 있다”며 이번 발표에 힘을 실었다. 또한 “50개의 서로 다른 지표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기반으로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것은 어려운 과정”이라면서 “프레임워크의 이상적인 목표를 실현하려면, 국민의 지지와 경계가 동시에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국내총생산 세계 13위의 경제 선진국이 되었지만 세계 최고 자살률, 세계 최저 출산률, 심각한 소득 불평등, 화석연료에 대한 높은 의존도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2023년 현재 국민의 행복 순위는 세계 57위, OECD 꼴찌 수준이라고 한다. 이런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바라볼 때, 웰빙 경제 연합(The Wellbeing Economy Alliance)이 제시한 진정한 웰빙 경제에 대한 다음 5가지 질문은 우리 경제와 국민의 웰빙 수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 경제는 모든 사람의 존엄성과 목적을 가진 삶을 사는 데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가?
• 경제는 자연 환경을 복원·보호하고, 소중히 여기며, 인간, 동물, 식물, 환경 건강의 상호 연결성과 불가분성의 원칙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가?
• 경제는 사회적·생태적 웰빙에 기여하는 활동과 행동에 가치를 부여하는가?
• 경제는 소득, 부, 권력, 시간의 공정한 분배를 보장하기 위해 설계되었는가?
• 경제의 형태와 구성은 현지에 뿌리를 두고 사람들의 적극적인 목소리에 의해 결정되는가?

관련기사

저작권자 © 복지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