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6일, 호주 정부는 여성과 아동 대상의 폭력 문제를 근절하기 위한 ‘제1차 실행 계획(First Action Plan 2023-2027)’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연인이나 배우자에 의해 살해되는 여성의 수를 매년 25%씩 감소시키고, 원주민 및 토레스 해협 섬 주민 가족을 위한 국가 최고 기구를 설립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계획은 지난해 발표된 ‘여성과 아동에 대한 폭력 종식을 위한 국가 계획’의 세부 실행계획이다.

○ 12년간 이어진 호주의 여성·아동 대상 폭력 근절 노력, 그러나…

제1차 실행 계획에 앞서 호주 연방 정부는 지난해 10월, ‘여성과 아동에 대한 폭력 종식을 위한 국가 계획(National Plan to End Violence against Women and Children 2022~2032)’을 발표했다. 이 계획을 통해 호주 정부는 모든 사람이 가정, 직장, 학교, 지역사회 및 온라인 등에서 젠더 기반 폭력으로부터 자유롭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호주 여성 3명 중 1명은 신체적 폭력, 5명 중 1명은 성폭력 피해를 경험하고, 매 10일마다 1명의 여성이 연인이나 배우자(이하 파트너)에 의해 목숨을 잃고 있다. 원주민 및 토레스 해협 섬에 거주하는 여성과 같은 특정 그룹 혹은 임신 중이거나 파트너와 헤어질 때와 같은 생애의 특정 단계에서 폭력을 경험할 가능성이 더 높게 나타났다. 2021년에는 10~17세 여성이 전체 성폭행 피해자의 42%를 차지했다.

여성과 아동에 대한 폭력으로 매년 260억 호주달러 규모의 사회적 손실이 발생하며, 피해 생존자가 그 비용의 약 50%를 부담하는 등 폭력의 파급 효과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

2010년 당시 줄리아 길라드 총리는 ‘여성과 아동 폭력 감소 국가 계획(National Plan to Reduce Violence Against Women and their Children 2010-2022)’을 수립·발표했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 처음 수립된 여성과 아동 폭력 대책이었다. 해당 계획은 12년간 추진되어 오면서 가정폭력과 성폭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데 기여했고, 관련 인프라 확충과 서비스 강화에 기여했다. 이외에도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정당하게 생각하는 호주인 수를 감소시키는 등 다양한 성과가 있었지만 계획을 실행하는 12년 동안 여성과 아동에 대한 폭력 발생률은 크게 감소하지 않았으며, 성폭행 신고율이 지속 증가하는 등 여성과 아동 대상 폭력을 실제적으로 감소시키겠다는 목표를 완전히 달성하지는 못했다.

 

○ ‘예방, 조기 개입, 대응, 회복’ 4대 영역별 대응 시작

이번 국가 계획은 ‘한 세대 안에 존재하는 젠더 기반 폭력 종식’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예방’, ‘조기 개입’, ‘대응’, ‘회복’ 4대 영역에서 지역사회와 개인을 포함한 정부, 기업, 언론, 학교 등 교육기관, 가정 및 성폭력 분야 관련 기관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조직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협력해야 하는지 안내하는 정책 틀이라 할 수 있다.

먼저 ‘예방’ 영역에서는 여성과 아동에 대한 폭력을 유발하는 태도와 시스템을 개선하고, 폭력의 근본적인 사회적 동인을 변화시키고자 한다. ‘조기 개입’ 영역에서는 폭력을 경험했거나 반대로 가해할 위험이 높은 개인을 식별하고 지원하여 폭력 재발을 방지한다. ‘대응’ 영역에서는 위기 지원, 경찰 개입 등 기존 폭력을 해결하고 폭력의 피해 생존자를 지원하는 서비스 등 지원 방법을 제공하며, 사법 시스템을 이용해 정신적 외상을 유발시키는 폭력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합당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한다. ‘회복’ 영역에서는 피해 생존자의 정신적 외상 재발률을 줄이고, 신체적·정신적·정서적·경제적 어려움으로부터 안전하고 건강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호주 국영방송 ABC뉴스에서는 회복에 중점을 둔 이번 계획이 ‘폭력으로 인한 정신적 외상 치유에 보다 많은 관심과 재정 지원을 주장해 온 피해자들로부터 환영받을 것’이라 논평했다. 또한 이 계획의 목표에 피해자의 정신적 외상을 고려해 문화적으로 안전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고, 아동과 청소년을 ‘피해자 그 자체(victims in their own right)’로 보는 인식을 확산시킴과 동시에 폭력 예방에 남성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이 지난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해 사임한 스콧 모리슨 전 총리가 총선 전에 발표했던 이 계획의 초안이 구체성이 떨어지고 목표 달성 수준 측정이 곤란하다는 점을 비판했음에도 새 정부의 알바니지 총리 역시 결국 150페이지 분량의 최종 문서에 세부 목표를 포함하지 않은 채 발표를 강행했고, 나중에서야 진행 상황을 추적하는 데 필요한 자료 수집방안과 구체적인 목표가 미비했음을 시인했다.

 

○ 제1차 계획의 10개

실행과제 이런 가운데 올해 8월 16일, 아만다 리시워스 호주 사회서비스부 장관은 앞서 소개한 국가 계획의 제1차 시행계획(2023~2027년)을 통해 파트너에 의해 목숨을 잃는 여성의 수를 매년 25%씩 줄이고, 원주민과 토레스 해협 섬 주민의 가족 안전을 위해 국가 최고 기구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리시워스 장관은 특히 호주 원주민을 위해 별도로 만든 3개년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제1차 계획을 자세히 살펴보면 연방 및 지방정부가 젠더 기반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이러한 조치와 활동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결과와 목표가 무엇인 지 파악할 수 있다. 제1차 계획은 국가 계획 추진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증거기반 접근방법 마련 등 국가 계획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 호주 정부가 국가 계획 추진성과를 더욱 높이기 위하여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거나 기존 대책을 수정해 나갈 수 있도록 이행 상황을 지속 추적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호주 정부는 이미 국가 계획을 통해 예방, 조기 개입, 대응, 회복 4대 영역에 걸친 과제를 실행하고, 이를 위한 재정 투입을 약속했다. 또한 정책,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제공할 때 적용할 6가지 원칙으로 △양성 평등 증진 △피해 생존자들의 경험을 갖고 살아온 다양한 사람들이 정책과 해결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 △격차 해소 △사람 중심의 조정 및 통합 △영역 간 교차성 △폭력을 행사하기로 한 사람에 대한 책임 부여를 제시한다.

제1차 계획에 명시된 10개 과제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4대 영역에 고르게 걸쳐 있다. 즉, 각 실행과제가 제대로 수행된다면 하나 이상의 영역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 6가지 원칙은 10개 실행과제를 개발하는 데 적용됐으며, 연방정부와 지방정부가 향후 과제를 추진하는 과정에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10개 실행과제의 핵심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제1차 계획의 10개 실행과제 핵심 내용

1. 가족, 가정, 성폭력에 대한 지역사회의 태도와 규범을 개선하기 위하여 양성 평등을 증진하고, 모든 형태의 젠더 기반 폭력의 원인을 해결한다.

2. 일관된 용어와 모니터링 및 평가 프레임워크를 위해 노력하고, 데이터와 증거 수집·공유를 활성화하여 국가적 증거기반을 개선한다.

3. 모든 피해 생존자의 고유한 경험에 대응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를 포함하여 4대 영역에 걸쳐 양질의 서비스, 활동 및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 역량을 확대·강화한다.

4. 장기적인 회복, 건강 및 복지를 지원하는 정신적 외상 정보를 바탕으로 연관있고 조직화가 된 대응책을 제공하기 위해 생존자를 지원하는 서비스 및 시스템의 역량을 구축한다.

5. 피해 생존자의 안전과 복지를 보호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기로 선택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도록 시스템과 서비스를 강화하고, 폭력을 사용했거나 사용할 위험이 있는 사람들의 행동 개선 기회를 제공한다.

6. 국가 계획의 4대 영역에 걸쳐 모든 조직에서 성폭력 및 괴롭힘을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개선한다.

7. 원주민 및 토레스 해협 섬 주민들의 행동 계획의 목표에 따라 문화적으로 만족할 만하고, 강점과 정신적 외상 정보에 기반한 정책과 서비스가 주민들과 지역사회의 욕구 충족을 보장할 수 있도록 공식적인 파트너십을 위해 힘쓴다.

8. 아동과 청소년의 의견을 바탕으로 연령에 적합하고, 4개 영역 모두에서 문화적으로 안전하며, 정신적 외상으로부터의 회복과 치유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및 시행한다. 또한 폭력을 지지하는 행동을 해결하기 위해 조기에 개입한다.

9. 정신적 외상 정보를 제공하고, 안전과 웰빙 증진, 문화적 안정성이 높은 지원을 통해 피해 생존자를 더 잘 지원할수 있도록 경찰 대응과 사법 체계를 개선한다. 또한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는다.

10. 시설 거주 여성을 포함하여 폭력을 경험하는 여성과 아동을 위한 단기, 중기, 장기 주택에 대한 이용 접근성을 개선하고, 여성이 원할 경우 자신의 집에 머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제1차 계획의 10개 실행과제에 대한 세부 설명에는 이를 실행하면 어떤 성과를 이룰 수 있는지, 과제 수행에 대한 책임이 어느 기관에 있는지, 국가 계획의 4대 영역 중 어떤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또한 부록에서는 과제에 따라 연방 정부와 지방정부가 구체적 추진해야 할 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 폭력 예방, 모든 사회 구성원의 의무

제1차 계획 중, ‘변화를 위한 집단 행동(Collective action for change)’ 부분에서는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성 불평등과 폭력 양상에 성별이 반영되는 동인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이를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지속적이고 집단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한다.

신원 공개를 원치 않은 한 피해 생존자는 “지역사회 구성원의 역할과 그들이 이웃을 지원하고, 알아보고, 보호하는 방식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바로 지역사회의 행동 변화”라고 말했다. 여성·아동에 대한 폭력 근절과 피해자 보호에 특정 부문이 아닌 모든 국민의 참여가 필요함을 호소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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