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는 사람의 생애의 말기인 노후 생활을 편안하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그만큼 인간의 죽음에 가장 가까운 복지 영역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고령 인구 비율을 기록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도입하는 등 노후 생활 지원에 많은 힘을 쏟아 왔으며, ‘종활(終活)’이라는 용어와 함께 임종을 맞이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진행되어왔다. 본고에서는 일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임종 케어를 정리함과 동시에 최근 새로운 형태로 자리 잡고 있는 ‘미토리’의 개념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 본인의 죽음을 고찰하는 종활

일본은 세계 최고의 초고령사회인 만큼 비교적 빠른 시기부터 노인 돌봄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으며, 그에 맞춰 다양한 논의들이 이루어져 왔다. 일본에는 한국의 노인장기요양보험에 해당하는 노인 돌봄에 관련된 사회보험으로 개호보험이 있으며, 1997년에 「개호보험법」이 통과되어 2000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개호(介護)란 한국어로는 ‘간호’ 혹은 ‘돌봄(케어)’으로 풀이할 수 있는데, 일본에서는 흔히 노인 돌봄을 지칭할 때 개호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일본의 노인복지에 있어서의 개호의 내용을 보면 주로 ‘노인의 일상생활에 대한 지원’ 및 ‘노인의 존엄성 확보’ 등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노후 생활의 마지막에 불편함 없이 편안하게 존엄한 임종을 맞이하기 위한 방법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어 왔다. 이러한 임종을 맞이하는 과정을 일본에서는 ‘종활(終活, 슈카츠)’이라 부르는데 이는 ‘취업 활동’을 줄여서 말하는 ‘취활(就活, 슈카츠)’의 동음이의어이기도 하다. 취업 활동이 ‘앞으로의 인생을 풍족하게 살기 위한’ 젊은 시기의 중요한 활동이라고 한다면, 종활은 ‘인생의 마지막 여생을 충실하게 살기 위한’ 노년기의 중요한 활동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종활은 쉽게 말해 죽음을 맞이하는 준비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신변의 정리, 재산 상속에 관한 계획 수립, 장례식 및 무덤의 준비 등이 포함된다. 이렇게 ‘자신의 죽음’을 본인이 직접 준비함으로써 노인이 죽음을 인생의 종착점으로서 수용할 수 있게 도우며, 나아가 인생을 돌이켜 보는 과정을 통해 후회 없는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목적이 담겨있다. 이러한 종활의 과정에는 자신의 임종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 노트를 작성하는 과정이 포함되기도 한다. 여기서 노인은 자신이 죽음의 문턱에 섰을 때 의료적인 연명 치료의 유무, 마지막 눈을 감고 싶은 장소 등을 기록하여 자신의 임종 케어의 형태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한다.

 

○ 임종 케어의 형태와 미토리
종활과 관련하여 일본에서는 임종 케어를 크게 3가지 형태로 유형화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임종 케어에는 생명 연장을 위한 ‘연명 치료’에 관련된 의료적 행위는 포함되지 않으며, 순수하게 임종(죽음)을 준비하는 케어만을 임종 케어로 보고 있다.

먼저 ‘터미널 케어’라고도 불리는 ‘종말기 의료’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연명을 목적으로 하는 치료를 중단하고, 신체적 및 정신적 고통을 줄이는 의료 행위에 초점을 맞추는 임종 케어를 말한다. 최소한의 의료적 치료와 간호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의료 시설을 갖추고 있는 시설에서 행해지며, 그러한 이유로 종말기 의료를 통한 죽음은 주로 병원에서 맞이하게 된다.

다음으로 ‘온화 케어’는 고통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춘 임종 케어이다. 앞서 말한 종말기 의료는 ‘죽음 직전’에 연명 치료를 중단한 후에 이루어지는 것에 반해 온화 케어는 죽음 직전이 아니더라도 천천히 죽음까지의 과정에 이르기까지 편안한 삶을 보내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일반적으로는 생존 가능성이 낮은 말기 암 환자 등이 온화 케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비교적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미토리(看取り)’가 있다. 미토리를 한국어로 직역하면 아픈 사람을 간호한다는 뜻인 ‘병구완’이라는 의미로 어떠한 의료 행위도 행하지 않으며 인간이 자연스럽게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간호하는 임종 케어이다. 임종 직전에 행하는 또 다른 임종 케어인 종말기 의료와의 차이점은 어떠한 의료 행위도 행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으며, 이에 따라 병원 외의 장소에서도 비교적 자유롭게 행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 미토리의 전체적인 흐름과 내용

미토리는 2006년 이루어진 개호 보수 개정에 포함된 ‘미토리 개호 가산 제도’를 통해 중요성이 언급되었다.[그림 1] 이는 초고령사회가 심화되면서 사망자 수가 급증했을 경우의 병상 수 부족에 대비하기 위하여 병원 외의 장소에서도 임종을 맞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실제로 2021년 개호 보수 개정에 이르기까지 가산 제도 요건을 수정하는 등 미토리를 통한 임종 케어는 일본 정부에 의해 꾸준히 장려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림 1] 미토리 개호 가산 제도 기준 요건
1. 간호직원, 의사 및 진료소 등과 24시간 연락 가능 체제를 마련할 것
2. 시설 입소 시의 지침에 대해 당사자 혹은 가족에게 설명 후 동의를 얻을 것
3. 의사, 간호사, 케어 매니저, 요양사가 미토리에 대해 회의하고 대응할 수 있을 것
4. 미토리에 관한 연수를 진행할 것
5. 미토리를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하는 등 환경을 정비하여 다른 이용자들을 배려할 것

미토리가 진행되는 시기는 전술한 것처럼 연명 치료를 포기한 임종 직전에 이루어지며, 시설 입소자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신체가 쇠약해지는 불안정·저하기 시점에 어떤 임종 케어를 진행할지를 최종적으로 가족과 상의 후 결정하게 되고, 미토리를 진행하기로 결정한 후에는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의사의 진단을 바탕으로 그 이후에 모든 연명 치료 및 의료적 행위를 중단하고 미토리기(-期)에 들게 된다. 미토리를 통한 케어는 크게 신체적 케어, 정신적 케어, 가족 케어로 나뉘며, 모든 과정에서 의료적 조치가 포함되지 않는 만큼, 노인이 최대한 안정된 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신체적 케어로는 고통을 최대한 줄이며 편안한 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입욕 지원, 구강 관리, 배설 관리, 욕창 관리, 체위 수정 등이 이루어지며, 나아가 조명 및 실내 온도의 조정 등 환경 정비에도 힘을 쓴다. 이때 식사는 무리하게 섭취하지 않도록 하며, 만약 노인의 연하 기능이 현저히 저하되는 등 식사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당사자 및 보호자의 의사에 따라 식사 제공 자체를, 경우에 따라서는 수분 공급 자체도 중단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미토리는 전술한 바와 같이 ‘살리기 위한’ 케어가 아닌 ‘죽음에 이르기 위한’ 케어이자, 그 속에서 당사자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한 죽음에 대한 공포를 줄이기 위해 정신적 케어가 이루어지는데 지속적으로 말을 걸며 대화를 유지하거나 가벼운 스킨십을 하는 등 노인의 정서적 안정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를 지원한다. 특히 인체의 청각은 죽음 직전까지 기능한다고 알려져 있고, 그에 맞춰 미토리가 이루어지는 방을 따로 확보하거나 죽는 순간까지 말을 거는 등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가족 케어로는 가족의 정서적 안정, 불안감 감소를 위한 배려를 중심으로 노인의 상태를 정기적으로 가족에게 알리거나 상담을 통한 가족의 욕구 파악, 노인 사후 심리 상담 등을 진행한다.

 

○ 미토리가 가지는 의의와 노인복지에 대한 재고

미토리는 종말기 의료와 비교했을 때 의료적 행위의 유무 정도의 차이만 존재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도 있지만 보다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점, 종말기 의료와 비교하여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노인의 임종에 대한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70% 이상의 노인이 자택에서의 죽음을 희망하고 있으나 여전히 80%가 병원 혹은 시설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미토리 또한 아직 충분한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자택보다는 시설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90%로 대부분이지만 장래에 재가 지원 강화를 통한 자택 내 미토리가 일반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당사자의 임종 선택 자유의 중요성이 꾸준히 언급되는 배경에는 조금 더 철학적인 ‘죽음의 소유권’에 대한 논의가 있다. 노인복지의 근간에 있는 ‘존엄한 임종’을 맞이함에 있어 그 임종의 형태를 결정할 수 있는 주체는 온전히 ‘죽음’을 소유하고 있는 당사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관례를 돌이켜보면 당사자가 혼수상태가 되었을 경우 실질적으로 ‘죽음의 소유권’을 행사하는 것은 보호자, 보통 가족의 몫이 되어 왔다. 자신이 의사 표현이 불가능할 정도의 상황에 처하였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자신의 죽음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계획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이 종활이며, 그중 어떠한 의료 행위도 행하지 않고 고통에서 벗어나 최대한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자신의 존엄을 지키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미토리는 인간의 존엄사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기존의 임종 케어에서는 의료 행위가 동반되는 만큼 전문가, 특히 의료진의 의사가 우선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미토리는 어떠한 의료 행위도 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만큼 당사자 및 가족의 의사 결정이 우선되어 의료적 접근보다는 복지적인 접근에 더 가깝다는 시각이 있다. 이러한 관점의 전환 속에서 일본 노인 복지 시설 중에는 본인들의 복지 대상을 이용자인 노인뿐 아니라 그 보호자(가족 등)까지 확대하여 생각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노인복지란 단순히 노인 당사자의 편안하고 존엄한 노후 생활을 지원한다는 의미를 넘어 노인이 임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보호자와의 소통을 통해 그들에게 심적 안정감과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제공하며, 노인이 떠나간 이후에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심리적 지원까지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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