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는 2022년도 초등학교·중학교의 부등교 학생 수가 전년 대비 5만4108명 증가한 29만9048명을 기록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본고에서는 일본 부등교 실태와 부등교 학생 수가 증가하는 원인·배경을 다각적으로 확인하고, 부등교 문제에 대한 일본 사회의 인식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부등교 대책 수립에 있어서 어떠한 시점이 필요한지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 부등교의 정의와 실태

일본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부등교(不登校) 학생’이란 심리적·정서적·신체적·사회적 요인에 의해 등교하지 않거나 등교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여 연간 30일 이상 결석한 자 중, 질병이나 경제적 이유가 있는 자를 제외한 학생으로 정의된다. 문부과학성이 매년 실시하는 ‘아동·학생의 문제 행동·부등교 등 학생 지도상의 문제들에 관한 조사(이하 부등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부등교 학생 수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거의 일관되게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학령별로 봤을 땐, 초·중학교의 부등교 학생 증가 추세가 두드러지며, 중학교 시기의 부등교 학생 수가 확연히 높은 경향이 지속되고 있다. 또한 2019년에는 초등학교 부등교 학생수가 고등학교 부등교 학생 수를 처음으로 웃돌며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한편 문부과학성의 실태조사를 통해 밝혀진 학생들의 부등교 현황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문부과학성의 부등교 학생 정의는 부등교의 양적 실태 파악을 위해 ‘연간 30일 이상 결석’이라는 조작적 정의를 내리고 있으나, 실제 학생들 중에는 부등교 학생의 범주에는 포함되지 않는 ‘부등교 경향이 있는 학생’이 적잖이 존재하고 있다.

2018년에 일본재단이 실시한 ‘부등교 경향이 있는 아동 실태 조사’에서는 2017년 시점에 부등교 경향이 있는 중학생이 전국에 33만2785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는 같은 해에 문부과학성이 파악한 부등교 학생 수 10만8999명의 3배에 이르는 수치이다. ‘부등교 경향이 있는 학생’의 상세 내역을 보면, ‘잠재적 부등교(1주일 이상 연속해서 학교를 쉰적이 있거나 쉬고 있음)’가 5만9921명, ‘교실 외 등교(교실에 들어가지 않고, 보건실, 교장실에 등교)’, ‘부분 등교(지각이나 조퇴가 1개월 중 5일 이상)’, ‘수업 불참여형 가면 등교A(등교는 하지만 수업에 참가하는 시간이 적음)’의 합계가 13만703명, ‘수업 참여형 가면 등교B(등교는 하고 있지만 등교가 고통스러우며 학교에 다니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음)’는 14만2161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 부등교의 원인과 배경

학생들이 부등교 상황에 놓이는 원인은 실로 다양하다.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부등교 학생 수 증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지만 그전부터 수년간 일관되게 부등교 학생 수가 늘어 왔다는 점에 비추어 봤을 때, 부등교의 원인에 대해서는 좀 더 다각적인 접근과 이해가 필요하다.

먼저 문부과학성이 매년 실시하는 부등교 실태 조사의 2020년 통계를 보면, 초등학생 및 중학생의 부등교 원인으로는 ‘무기력, 불안’이 46.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생활 리듬 깨짐, 놀이, 비행’이 12.0%, ‘이지메를 제외한 친구 관계 문제’ 10.6%, ‘이지메’는 0.2%로 뒤를 잇고 있다. 이 통계 결과만을 봤을 때, 부등교의 원인은 학생의 심리·정서적 문제, 일반적인 친구 관계 문제, 일탈 등 개인의 문제가 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부과학성의 부등교 실태 조사는 학교 및 교육위원회의 성인 관계자가 조사 대상이라 학생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 그리고 단수 응답에 그치고 있어서 부등교의 원인을 폭넓게 파악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한편, 같은 해인 2020년에 문부과학성이 초등학생 및 중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부등교 아동·학생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부등교 원인(복수 응답)은 1위 ‘선생님(나와 맞지 않음, 무서움, 체벌 등)’ 29.7%, 2위 ‘신체적 이상(학교에 가려고 하면 배가 아픔 등)’ 26.5%, 3위 ‘생활 리듬 깨짐’ 25.7%로 나타났고, 4위 ‘학우 관계’에 있어서는 ‘이지메, 괴롭힘’이 25.2%, ‘이지메, 괴롭힘 이외의 원인’이 21.7% 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어서 중학생의 부등교 원인은 1위 ‘신체적 이상(학교에 가려고 하면 배가 아픔 등)’ 32.6%, 2위 ‘공부가 어려움(시험 성적이 좋지 않음, 수업이 지루함 등)’ 27.6%, 3위 ‘선생님(나와 맞지 않음, 무서움, 체벌 등)’ 27.5% 이며, 4위 ‘학우 관계’에 있어서는 ‘이지메, 괴롭힘이 원인’이 25.5% ‘이지메, 괴롭힘 이외의 원인’이 25.6%인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해에 이루어진 두 조사의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학교 관계자인 성인과 당사자인 학생 사이에 부등교 원인에 대한 인식의 괴리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학생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후자의 통계 결과에 따르면, 부등교의 원인은 개인의 심리적, 관계적 문제, 일탈 이외에도 학교 선생님의 지도 방식, 학업 뒤처짐, 학우들로부터의 이지메, 괴롭힘 등 교육 환경과 교육 그 자체에서 기인하는 문제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교육사회학의 연구에 따르면, 학생들의 개성과 주체성을 존중하기보다는 획일적인 기준으로 서열화하고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교육 경쟁의 심화가 교내 인간관계의 갈등과 긴장감, 열등감, 학교 부적응 등을 야기하고, ‘학교로부터의 배제(exclusion from school)’, 곧 부등교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또한, 부등교는 사회·경제적 요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빈곤층 학생의 경우, 열악한 주거 환경, 가족 돌봄(young carer), 학대 등 복합적인 문제를 떠안고 있어 학업에 집중하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으며, 자신이 내면화 해온 생활양식 및 문화와 학교 내 규범 및 문화의 불일치로 인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부등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이 밝혀지고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에 비추어 봤을 때, 최근 부등교가 증가하는 원인으로서 학생의 무기력, 불안 그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무기력, 불안감을 심화시키는 교육, 가정 등 주변 환경과 제도의 문제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일본 사회의 부등교에 대한 인식 변화

일본 사회에서 질병이나 경제적 이유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등교에 곤란을 겪는 장기결석 문제가 처음으로 보고된 것은 1950년대로 알려져 있다. 그 후 장기 결석상황이 어느 정도 일반화되어 1970년대 이후에는 많은 학교에서 질병과 경제적 곤궁 이외의 이유로 장기결석을 하는 학생들이 점차 생겨나기 시작했다. 다만, 이 당시의 부등교 학생 출현율은 전체 학생의 0.2% 정도에 불과하였으며, 부등교 문제를 정서장애나 정신질환 등과 관련된 정신병리학적 문제로 인식하는 연구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때문에 1970년대 이후로 일본 사회에서는 장기결석 문제를 학생 개인의 심리적·정신적 병리, 혹은 가족 병리에서 기인하는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졌으며, 1980년대에는 문부과학성의 전신인 문부성이 ‘등교 거부’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여 학생 개인의 병리로서 나타나는 등교 거부를 어떻게 치료하고 학교에 복귀시킬지에 초점을 맞춰서 대책을 마련하였다.

한편, 이 당시 등교 거부를 특정 개인의 문제로만 귀결시키는 정부의 등교 거부 관련 대책에 대해서는 비판 여론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1980년대 이후로 장기 결석 중인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들이 이의를 제기하였으며, 프리스쿨(free school)과 같은 일반 학교 교육 이외의 다양한 대안적 교육과 이바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회운동이 전개되었다. 이러한 여론의 움직임에 따라, 1989년 법무성은 ‘등교 아동의 인권 실태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 보고서’를 공표하여, 등교 거부가 학생 개인의 심리적, 정신적 문제가 아닌 교내의 체벌, 이지메 등 교육 환경으로부터 야기되는 구조적 문제이자 인권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였다.

또한 같은 해에 문부성은 ‘학교 부적응 대책 조사 연구 협력자 회의’를 설치하고, 대책 마련을 위한 연구를 추진하였다. 1992년에 공표한 관련 보고서에서는 ‘등교 거부는 특정 학생이 아닌 어떤 학생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을 명시하고, 학교가 아이들의 심리적 이바쇼가 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따라 1998년 문부성에서 실시한 ‘학교 기본 조사’에서는 ‘등교 거부’라는 용어 대신에 ‘부등교’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게 되었으며, 1990년대 이후로 부등교의 원인을 개인의 정신적·심리적 문제에서 찾는 연구 이외에도, 교육제도적 관점이나 사회·경제적 관점 등 다차원적으로 규명하려는 연구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이렇듯 일본 사회에서는 부등교에 대한 이해와 논의의 폭이 점차 넓어지고 있지만, 현행 부등교 대책에 대해서는 부등교 상황에 처해 있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현장의 지적이 있다. 또한 교육제도 그 자체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어 부등교 문제 해소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상으로 본고에서는 일본의 부등교 실태와 원인·배경, 부등교 문제를 둘러싼 일본 사회의 인식 변화에 대해 살펴보았다. 부등교 문제가 심화되는 배경에는 개인의 정신적·심리적 문제뿐만 아니라 교육제도나 사회구조적 문제 등 다양한 원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때문에 부등교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원인을 학생 개인의 문제, 혹은 가정의 문제로 국한시키지 않고, 부등교 학생들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학생을 둘러싼 교육 및 가정·양육환경 개선 등 사회제도 변화를 수반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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