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2022년 6월 ‘아동복지법’이 개정되어 육아가구에 대한 포괄적 지원체제 및 아동학대 방지대책의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적 변화가 이루어지게 됐다. 본고에서는 일본의 아동학대 관련 실태 및 정책에 초점을 맞춰 최근 ‘아동복지법’ 개정으로 인한 정책적 변화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아동복지법 개정 배경과 일본의 아동학대 관련 실태

일본에서는 1990년대 이후로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서 이 무렵부터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법제도가 본격적으로 구축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동학대 문제는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으며, 주요 사회적 현안으로 남아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자료에 따르면, 아동상담소의 ‘아동학대상담대응건수’는 2021년도에 20만7659건으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아동상담소는 ‘아동복지법’ 제12조에 따라 각 광역지자체(도도부현) 및 특별지자체(정령지정도시)에 의무 설치해야 하는 아동복지 전문기관으로 2022년 기준 전국에 219개소가 설치되어 있다. 위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아동학대상담대응건수는 일본 정부가 아동학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0년도 이후로 증가 추세가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일본의 아동학대 유형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하며, △신체학대 △정서학대 △성학대 △방임이 있다. 2021년 기준 유형별 아동학대상담대응건수는 ‘정서학대’가 12만4722건(60.1%)으로 가장 많으며, ‘신체학대’가 4만9238건(23.7%), ‘방임’이 만1452건(15.1%), ‘성학대’가 2247건(1.1%)이다.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주된 장소는 가정이며, 2021년도 아동학대 가해자의 약 90%는 피해아동의 부모(모 47.5%, 부 41.5%)이다.

이러한 실태들로부터 알 수 있듯이 일본사회의 아동학대 문제는 다른 사람이 목격하거나 개입하기 어려운 사적공간인 가정에서 발생하는 경향이 있으며, 피해 사실이 가시화되기 쉽지 않은 정서학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때문에 일본의 아동학대 방지대책에서는 사후 대책과 처벌뿐만 아니라, 사전 예방 및 조기 발견·개입을 위한 종합적 대책이 요구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들은 최근 2022년도 ‘아동복지법’ 개정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동학대 방지대책에 담긴 내용은?

일본에서 아동의 권리 보장을 위한 대표적인 법률로 ‘아동복지법’을 들 수 있다. 이 법률에는 아동복지의 목적 및 기본이념을 비롯해 아동복지 행정 및 사업 전반에 걸친 기본원칙들이 규정되어 있으며, 1990년대까지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 의무, 현장조사, 학대피해아동의 보호조치 등 아동학대 방지대책과 관련된 내용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로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지고, 아동학대를 방지하는 데 있어서 ‘아동복지법’만으로는 충분한 효력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과제 인식에 따라 2000년 5월 ‘아동학대방지법’이 제정, 같은 해 11월에 시행되었다. ‘아동학대방지법’에는 아동학대의 정의를 비롯하여 국가 및 지자체의 책무, 아동학대 방지와 관련된 사안 전반이 규정되어 있다.

아동학대 방지대책에 초점을 맞췄을 때, ‘아동복지법’은 ‘아동학대방지법’과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다. 예를 들어, 2019년 ‘아동복지법’ 개정에서는 아동에 대한 체벌 금지 조항이 처음으로 명시되면서 이 조항을 근거로 한 후생노동성의 ‘체벌금지 가이드라인’이 공표됐다. 훈육, 가정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아동학대의 발단이 되기도 하는 체벌 금지 조항을 명시함으로써 체벌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의식을 고양하고, 아동학대 방지대책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2022년 6월에 개정된 ‘아동복지법’의 배경에도 아동학대 대응 체계 재정비와 학대의 배경이 되는 육아 가구에 대한 포괄적 지원체제의 강화를 통해 아동학대를 방지하고자 하는 취지가 담겨있다.

 

2022년 아동복지법 개정 개요

2022년 6월 15일 개정되어 2024년 4월 1일부터 시행되는 ‘아동복지법’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이 크게 일곱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지면 관계상 아동학대 방지대책과 관련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세 가지 사안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학대피해아동의 일시보호 절차에 사법심사 도입’은 학대피해아동을 보호자로부터 일시적으로 분리시키는 일시보호가 필요한 경우, 보호조치 이전 혹은 보호조치 이후 7일 이내에 법원에 일시보호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친권자가 일시보호에 동의하는 경우에는 제외된다. 일본에서는 아동상담소나 관계기관이 아동학대 신고를 접수한 후, 48시간 이내에 아동의 안전 여부 등을 조사하여 학대가 강하게 의심되고 가정 내 양육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부모의 동의 없이 원칙적으로 2개월간 일시보호가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로 일시보호 여부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친권자인 부모의 반발이나 저항에 직면하여 일시보호 결정을 주저하게 되고, 조치 권한을 가진 아동상담소장의 부담이 커지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일시보호 조치의 합헌성을 제고하고, 부모와의 충돌을 피해 신속히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써 사법심사 도입이 주목받고 있다.

다음으로 ‘어린이가정복지에 관한 전문 자격증 신설’은 아동상담소에 배치되는 아동복지사를 비롯해 지자체의 학대상담전담직원, 아동보호시설 직원, 보육교사 등 어린이가정복지 전문직의 전반적인 전문성 제고를 위해 논의 중인 사안이다. 전국 아동상담소에 배치되는 아동복지사 중에 근무 경력 3년 미만인 직원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전문 인력이 부족한 실태에서 ‘어린이가정복지 소셜워커’라는 국가자격증을 창설하여 아동복지사의 임용조건으로 규정할 예정이다. 자격 취득 경로는 ①사회복지사 혹은 정신보건복지사 자격증 소지자를 위한 과정(상담원조 실무경험 2년 이상+어린이가정복지 관련 교육 100시간 이수)와 ②현직자를 위한 과정(어린이가정복지분야의 상담원조실무경험 4년 이상+소셜워크 관련 교육 이수+어린이가정복지 관련 교육 100시간 이수)으로 나눠지며, 시행 2년 뒤에는 재검토하여 추가 조치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다음으로 ‘아동의 의견청취를 위한 지원체계 정비’는 아동에 대한보호 조치 및 권리 보장을 위한 지원 절차에 있어서 아동의 의견을 존중하고 반영하기 위한 사안이다. 최근 일본에서 발생한 아동학대사건 중, 아동보호소의 일시보호조치 해제 이후에 학대가 재발하여 아동이 사망한 사건들이 주목받고 있다. 2019년 1월 일본 치바현에서는 10세 여자아이가 학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 아버지로부터 학대받고 있음을 밝히고, 일시보호 기간이 끝났을 때에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호소했지만 부모의 거센 저항으로 일시보호가 해제되면서 끝내 학대로 사망한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에서 보듯 이념상 권리 주체여야할 아동의 목소리는 양육자와 지원자 사이에서 억눌러져 무시되기 쉬운 것이 현실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제3자를 통한 아동의 권리옹호장치 정비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를 위한 내용이 ‘아동복지법’ 개정안에 반영됐다. 일본광역자치단체의 업무 중 하나로 ‘아동의 권리옹호를 위한 제도적 환경정비’가 추가되고, 아동보호조치 등 절차에 있어서 아동의 의견을 청취하고 존중하여 아동 최선의 이익 원칙을 구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이에 대한 제도적 장치의 일환으로 아동복지에 관한 지식 및 경험을 겸비한 전문가가 아동의 의견 청취와 권리 옹호를 수행하는 ‘의견표명 등 지원사업’이 시행될 예정이다.

 

•일본 아동복지법 개정 주요 내용•
(2022년 6월 15일 개정, 2024년 4월 1일 시행)

(1) 학대피해아동 일시보호 절차에 사법심사 도입
(2) 어린이가정복지 전문성 제고를 위한 자격증 신설
(3) 아동의 의견청취를 위한 지원체계 정비
(4) 아동상담소 기능 강화 및 일시보호소 환경 정비
(5) 육아가구에 대한 포괄적지원체계 강화 및 사업 확충
(6) 아동 성학대에 대한 처벌 강화 및 일본판 DBS(범죄경력증명서) 도입
(7) 아동보호시설 자립지원 대상아동 연령 제한 철폐

출처 : 일본 후생노동성(2022), ‘개정 아동복지법의 개요’

 

이상과 같이 일본의 아동학대 실태 및 정책에 초점을 맞춰 2024년 4월에 시행 예정인 개정 ‘아동복지법’의 핵심 내용에 대해 살펴봤다. 아동학대 대응에 있어서 아동 최선의 이익 원칙, 아동 의견 존중 원칙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아동의 권리 보호와 가정 보호(혹은 부모의 친권 존중) 사이에서 윤리적 딜레마에 빠져 무엇이 아동을 위한 최선의 의사 결정인지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현장의 학대 대응 실천을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의 개선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이다. 이번 ‘아동복지법’ 개정이 아동 최선의 이익 원칙 구현화와 실질적인 아동학대 문제 해소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향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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