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이해하고 가까워지고 싶었던 아들 정신장애인과 지역사회를 연결해 주는 소통 창구가 되다!

안녕하세요. 사회복지 스토리텔러 조형준입니다.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9월입니다. 올해 추석 연휴는 어떻게 계획하고 있으신지 궁금한데요. 여섯 번째 주인공은 지금 시기가 무척 바쁠 때일 겁니다. 상생과 공존을 바탕으로 정신장애인과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일에 앞장서는 김재정 사회복지사(정신장애인직업재활시설 ‘희망일터’)입니다.

 

김재정 사회복지사(정신장애인직업재활시설 ‘희망일터’)
김재정 사회복지사(정신장애인직업재활시설 ‘희망일터’)

○ 쌀 파는 사회복지사, 그의 또 다른 이름 “농부의 아들”

안녕하세요. 총 경력 17년 차, 쌀 파는 사회복지사 김재정입니다. 사회복지 첫 경험요? 노숙인복지분야에서 11년 정도 일을 했었어요. 일을 하면서도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어 다시 제게 맞는 현장을 찾기 시작했죠. 그러다 인천 강화도에 위치한 정신장애인직업재활시설 ‘희망일터’를 알게 되었고,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를 나타내는 단어가 몇 가지 있습니다. 그중 제 정체성이기도 한 ‘쌀 파는 사회복지사’도 바로 ‘희망일터’를 로컬브랜드화 하고 싶은 마음에 만들게 됐구요. 또 다른 네이밍인 ‘농부의 아들(이하 농들)’은 아버지를 이해하고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에 만들었는데 이 대목에서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슈바이처를 좋아하던, 이웃을 돕고 선한 마음을 꿈꾸던 젊은 시절의 저는 사회복지학이 아닌 신학을 전공으로 선택하여 공부 중이었습니다. 당시 대학 친구들과 어느 복지 시설의 자원봉사를 하게 되면서 사회복지를 처음 접하게 되었죠. 그때 처음 정신장애인을 만났었고요.

항상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주변에 전하고도 싶었어요. 작게는 나와 내 가정에, 넓게는 직장동료 및 제가 속해있는 모임 혹은 공간, 그 어떤 곳이든지요. 그러면서 커피와 독서 그림 등 자연스레 취미활동도 접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건 뭘까?’라는 생각에 시작했던 취미활동이 ‘희망일터’ 내 정신장애인 당사자 대상 교육이나 직업재활을 진행하고 적합한 일터로 연계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어요. 

 

○ 내가 생각하는 사회복지란?

통합이라 생각합니다. 근데 통합을 이루기 위한 전제조건이 하나 있어요. 바로 ‘모두가 같이 참여해야 한다’라는 겁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희망일터’도 정신장애인 당사자들과 생각을 나누며 친구처럼, 또 동료로서 지내기도 해요.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통합적인 사회복귀 모델의 흐름이라 생각합니다. ‘상생’과 ‘공존’이라는 방향을 향해서요.

정신장애인 일자리는 대체로 근속 기간이 짧습니다. 사회적 통념이랄까요? 그분들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업무처리 속도도 늦고, 안 좋은 면만 바라보는 것 같아요. 분명 개개인마다 강점이 있거든요. ‘희망일터’에서 훈련받고 생활한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은 대체로 외부에서 오랜 기간 근속을 유지하고 있어요. ‘나도 직업을 가질 수 있구나’라는 기회와 힘을 얻으신 거죠. ‘희망일터’가 이분들을 주인공으로 인식하고, 존중하고 역할을 부여해 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평등한 파트너십에 기반해서요.

이와 관련한 짧은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3년 전 추석, 당시 태풍이 몰아쳐 건물 외벽이 날아가는 등 난리도 아니었죠. 흡사 동화 ‘아기돼지 삼형제’에 나오는 집 같았다고 해야 할까요? 그 때 직원 및 당사자 할 것 없이 다 같이 벽을 붙잡고 보수하던 때도 있었고, 또 중복 장애가 있던 한 당사자와 신안 앞바다 인근시설에 생산품을 납품하러 같이 가는 길에 시동이 꺼진 차를 함께 밀며 고생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판매대금보다 수리비가 더 나왔으니 말 다 했죠(웃음). 그래도 함께한다는 즐거움과 소속감이 이렇게 아련한 추억으로 지금도 남아있답니다.

이러한 저희의 노력은 1억5000만 원의 빚이 있던 시설이 10억 원의 흑자로 전환하는 결실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에는 지역 내 재능과 역량을 갖춘 주민들의 지원과 참여가 지속되었기에 가능했던 부분도 있거든요. 어떤 분은 근로지원인으로, 또 미술치료 자격을 가진 부동산중개인, 유튜브를 운영하는 작가이기도 한 제빵기능장 같은 주민들은 관련 프로그램이나 교육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 외 강화도 내 로컬업체들과 리사이클 사업도 펼치면서 서로 상생하고 공존하는 일을 계속 해오고 있습니다. ‘희망일터’가 내부뿐 아니라 외부와의 연결통로이자 소통 창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거죠.

 

○ 인터뷰를 보는 독자들에게 한 마디

‘나를 사랑하고 나를 알게 되었을 때, 가진 만큼 나눌 수 있다’ 꼭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말입니다. 전 그저 지금 계획해 놓은 것, 로컬 브랜드화를 자신감 있게 이루고 또 실천하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거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자기발견의 기쁨과 긍정을 느끼는 ‘농들’같은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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