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저널은 현장에서 대상자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회복지종사자의 직접 경험담을 담은 ‘나는 사회복지사다’ 코너를 4월부터 전면개편 운영한다. 이에 따라 이번호부터 ‘조형준이 만난 사람들’ 코너를 마련, 사회복지 스토리텔러 조형준 씨가 직접 인터뷰를 통해 사회복지 실천현장에서 활약 중인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나갈 예정이다. -편집자 주-

안녕하세요. 이번호부터 자신의 남다른 가치와 신념을 바탕으로 실천현장에서 활약 중인 이웃들의 이야기를 전해줄 사회복지 스토리텔러 조형준 사회복지사입니다. ‘제43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여러분들께 소개할 첫 번째 주인공,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소심하고 조용한 아이에서 장애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옹호자로 적극 활동 중인 권용덕 특수교사(서울인공지능고등학교)입니다.

 

○ 17년 경력의 특수교사, 그 이름 ‘권용덕’

반갑습니다. 현재 서울시교육청 소속 서울인공지능고등학교 내 특수학급에서 총 11명의 친구들, 다른 2명의 선생님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즐겁게 눈높이에 맞춘 체험형 수업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이쪽 계열을 목표로 진로를 설계한 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를 보는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의 저는 소심하고 조용한 아이였으니까요.

어느 정도로 소심했는지 알고 싶으시죠? 동네 한 친구가 생일잔치를 해서 갔던 적이 있습니다. 마침 수박이 음식으로 나왔길래 먹고 싶었으나 말 한마디 못하고 결국 먹지 못했던 기억이 있을 정도로요. 중학교에 올라와서 내성적인 성향이 많이 변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특수교육에 전혀 관심조차 없었죠. 그러다 부모님의 권유로 특수교사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었습니다. 평소 부모님께서 제가 공무원이나 교사가 되면 좋겠다고 종종 말씀하신 것도 있었고 가르치는 일은 똑같을 듯 싶어 공부하게 되었죠.

 

○ 특수교사로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이전 학교에서 근무하던 시절 만난 민수(가명)라는 친구가 떠올라요. 그 친구는 부모님도 지적장애가 있으셨고, 형 둘이 있는데 마찬가지로 지적장애가 있어서 누군가의 조력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했던 일이 이 친구의 공공 후견인 역할이었습니다.

어렵게 부모님의 동의를 받아 후견인으로서 발달장애인 신탁제도 이용도 할 수 있게 지원하고, 스스로 독립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환경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취업 후 제게 치맥 먹으러 가자고 할 정도로 마음을 터놓는, 형 또는 삼촌 같은 사이가 되었습니다. 처음에 가졌었던 경계심과 소통의 어려움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이제는 집을 마련하여 엄마와 함께 살기 위한 꿈을 함께 꾸고 있습니다.

 

○ 내가 생각하는 사회복지란?

“왜 어렵게 살아야 하나?”, “모두가 힘들지 않게 살면 안되나?”

사회복지나 특수교육이나 이 물음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봅니다. 두 학문 모두 누구나 잘 살아가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잖아요. 이를 위하여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교육 내용이나 지식을 재구성하여 지도하는 것은 물론 그들의 평생의 삶을 설계해주는 역할도 부모와 함께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복지도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자원을 연계하거나 가치지향적인 사업들을 많이 펼치잖아요. 제가 하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아이가 취업이든 직업훈련이든 무엇이든 선택하고자할 때 어떻게 하면 지원을 적재적소에 받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총체적인 과정이 제가 생각하는 사회복지이자 특수교육의 지향점입니다.

저는 매년 아이들을 만나 새로운 학급을 운영할 때마다 부모님들 단체 카카오톡 방을 개설합니다. 학생들이 졸업하면, 그 방을 없애지 않고 필요한 교육정보 등을 매월 비정기적으로 공유하죠. 안부인사도 드리면서요. 그러면 부모님들 중 몇몇 분들은 제게 개별적으로 상담요청을 하거나 취업, 독립 등에 대해 지원을 요청합니다. 이게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저는 연결해주는 재미를 느껴요. 그 외 주변의 저와 연결된 유관기관 및 다양한 직무의 종사자들과 네트워크를 맺으며,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참여하기도 한답니다.

 

○ 인터뷰를 보는 독자들에게 한 마디

특수교사라는 직업은 안정적이고 비교적 좋은 직업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안주하려는 순간 발전 또한 없다고 보는 직업이 바로 이 직업이기도 하고요. 사람마다 개인차가 존재하기에 특수교육이라는 직업에 대한 다양한 정의를 뭐라 할 순 없지만요. 내가 먼저 나서기 시작하면, 아이들을 위해 하나라도 무언가 더 하려고 하면 훨씬 더 재밌는 삶을 살 수 있더라고요.

이렇게 저를 불러주셨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을 위한 ‘보이지 않는 지원자’라고요. 아이들과의 계속된 소통 속에서 자연스러운 지원을 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요? 사회와 현장에 필요한 집필을 계속 해나가고 싶어요. 그리고 아이들의 자립을 지켜보며 의미 있는 관계를 끊임없이 맺어나갈 겁니다. 온·오프라인상에 아이들과 소통하는 사진이나 이야기 종종 올리거든요.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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