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현장 배치’ 또는 ‘인턴십’이라고 불리는 사회복지현장실습은 사회복지교육과정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이 실습 경험은 학교와 현장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 뉴욕주의 사회복지전문석사(Master of Social Work) 과정은 최소 900시간의 실습을 요구하며, 학생들은 매주 3일 이상을 실습 현장에서 인턴십을 진행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2020년 사회복지실습시간 이수조건을 120시간에서 160시간으로 상향조정하였고, 지난 7월 허위 실습 기관이 적발됨에 따라 현장실습 기준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30개 기관의 학생들이 사회복지현장실습에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시위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사회복지현장실습은 사회복지사가 전문적으로 훈련되는 데에 가장 필수적인 부분 중 하나인 만큼, 미국의 사회복지현장실습 정책과 실제에 대해서 알아보자.

○ 학교 주도로 관리되는 사회복지현장실습

미국의 사회복지학사(BSW) 및 사회복지전문석사(MSW)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현장실습은 각 학교 프로그램의 실습 코디네이터(Practicum Coordinator)가 학생 배치를 담당하고 있다. 각 학교에는 실습 담당자가 배치된 실습담당 부서가 존재하며, 이 담당자들은 지역사회 실습기관과의 파트너십, 실습기관과 학생 연계·관리 등을 담당한다. 특히 실습 담당 부서에는 교수진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은 1년 간 학생 지도를 담당하면서 실습 참여 학생과 함께 교육 계획을 개발하고, 적합한 교육자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커리큘럼 내용과 현장의 사회사업 실습을 통합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별도로 실습강사(field instructor)는 일반적으로 학생이 실습을 수행할 기관에서 학생을 지도하게 된다. 해당 기관은 학생을 사회사업 인턴으로 고용하기 위해 학교와 공식적인 계약을 맺고 있다. 실습강사는 석사 후 2년 이상의 경력이 있고, 현장실습 교육 세미나를 성공적으로 이수한 사람이어야 한다. 실습강사는 전미사회복지사협회(NASW)의 윤리 강령을 준수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뉴욕 지역에서 실습강사로 활동하는 사회복지사는 의무적으로 12회 24시간의 현장실습교육 세미나(Seminar in Field Instruction)를 이수해야 한다. 이 교육은 슈퍼바이저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학습하고 역량을 개발하도록 돕는다.

마지막으로 학생의 실습 배치 기관에는 작업 감독자(TaskSupervisor)가 있으며, 이들은 기관 직원이며 실습기관에서의 업무와 과제를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실습강사와 작업 감독자는 추가 보수를 받지는 않지만 학교에서 보수교육을 무료로 들을 수 있도록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은 프로그램 입학 이후 실습현장배치에 대한 정보가 담긴 이메일을 전달 받고, 이력서, 관심사 등을 관련 포털에 제출한다. 이후에 실습배치담당자는 학생 개인과의 인터뷰를 진행한 후, 학생과 실습기관을 매칭하게 된다.매칭 이후 학생은 실습기관에 대한 정보를 받고, 인터뷰를 진행한 후 실습기관에서 최종적으로 실습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 인터뷰 탈락 시에는 실습배치 담당자가 연결 과정을 다시진행하게 된다.

보통 2년 과정인 사회복지전문석사 과정에서 1년차에는 일반사회복지실천(generalist social work)을 훈련하고, 2년차에는 각자의 관심사에 따른 전문 분야를 선택하여 전문사회복지실천(specialized social work) 실습을 진행하게 된다. 일반사회복지실천 커리큘럼에서 학생들은 환경 속의 인간 관점으로 알려진 다양한 시스템 간의 상호 작용에 초점을 맞춘 사회복지의 일반주의적 관점을 배운다. 이 커리큘럼은 모든 연령대의 개인, 가족, 기관 및 지역 사회를 포함한 다양한 시스템에서의 실천을 강조한다. 반면, 전문사회복지실천 커리큘럼에서는 학생의 관심사에 따라 정신건강, 중독, 노인, 아동, 가족, 폭력 등 특정 분야에 특화된 실습을 하도록 권장한다.

 

○ 점점 커져가는 사회복지현장실습 유급화 주장

전미사회복지교육협의회(Council on Social Work Education)에서 발표한 2017년 연간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사회복지학사과정 총 1만7582명, 사회복지전문석사과정 총 4만2884명이 현장실습에 배치되었다. 학부의 경우 아동복지, 학교사회복지, 가족복지, 지역사회정신건강, 노인, 그리고 건강 및 정신건강의 순서로 배치된 반면, 석사의 경우 지역사회정신건강, 건강 및 정신건강, 학교사회복지, 아동복지, 가족복지의 순서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적으로 정신건강 관련 실천의 경우 석사급 사회복지사(Licensed Master Social Worker) 자격을 요구하기 때문에, 해당 분야로 진출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사회복지전문석사 과정에 많이 진학하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전문석사과정 학생들은 일반 실습 및 전문 실습 기간 동안 기관의 요구 사항에 따라 총 1200시간, 4학기 과정의 경우 학기당 300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학기 초에 실습강사와 함께 학부 지도교수의 최종 승인을 받아 일정을 조율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학생은 주 3일 근무를 하게 되며, 하루에 8시간(식사 시간 포함) 또는 주당 4일을 초과하여 실습에 참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 사회복지석사과정 학생들이 유급 사회복지현장실습을 위한 ‘실습을 위한 지급(Payment 4 Placements, P4P)’ 운동을 시작했다. 이 운동에 따르면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의 P4P 지부가 실시한 사회복지전공생 1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2%가 현장실습이 재정적으로 스트레스를 준다고 답했으며, 미시간대학교의 설문조사에서는 73%가 생계유지를 위해 실습 이외에 다른 유급 노동을 병행해야 했다고 응답했다. 현재 이 운동은 전국으로 퍼져가고 있으며, 각 대학의 사회복지대학에 지부가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각 지부의 주요 활동은 시위를 위해 파업하거나, 수업을 결석하고 교수진에게 알리거나, 또는 학교의 행정담당자, 학장등에게 편지를 쓰고 전화를 하는 것이다. 현장실습에 대한 임금 지급은 사회복지뿐만 아니라 간호, 교육, 심리상담 등 현장실습을 교육의 일환으로 포함하는 다양한 직군에서도 논의되고 있다. 미국에서 민주사회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버니 샌더스 역시 P4P 운동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사회복지 관련 협회의 입장 표명이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전미사회복지사협회 텍사스 지부는 유급 배치에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 일부 주에서는 입법자들이 사회복지 인턴에 대한 보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미시간주는 공립 학교에서 실습을 마친 사회복지 대학원생들에게 시간당 25달러(약 3만3000원)를 지급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텍사스주의회 의원들은 사회복지 학사과정 학생의 경우에는 최대 400시간의 현장실습에 대해 시간당 15달러(약 2만 원)를, 석사과정 학생의 경우에는 최대 450시간에 대해 시간당 20달러(약 2만7000원)를 지불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반면, 사회복지 프로그램 인증기관인 전미사회복지교육협의회(Council on Social Work Education, CSWE)는 2022년 성명에서 이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근거는 사회복지현장실습은 노동이 아닌 교육과정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각 학교의 프로그램에서는 이에 대한 임시방편으로 장학금을 마련하여 실습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려 노력하기도 하였다. 또한 뉴욕주의 대학들에서는 CSWE의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해 사회복지 학생들이 인턴십에 투입해야 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 뉴욕시 사회복지 석사 과정 학생들은 1200시간을 이수해야 하지만 CSWE는 900시간만 요구하므로, 300시간의 실습시간을 줄임으로써 학생들의 부담을 경감하고자 하는 것이다.

 

○ 사회복지현장실습, ‘노동’인가 ‘교육’인가

사회복지현장실습은 실습시간의 적절성, 실습비용, 그리고 보수 등의 요인들이 얽혀있으며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풀기 어려운 난제로 여겨지고 있다. 많은 기관에서는 실습생의 노동이 실질적으로 기관에 도움이 되지 않고, 필수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실습을 지도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기관에서는 실제로 실습생에게 임금을 지급해야할 만한 수준의 노동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사회복지현장실습이 ‘노동’인지, ‘교육’인지에 대한 논란도 불거진다.

반면 많은 실습생들은 ‘무급’인턴이 저소득층 혹은 소외된 계층의 학생들이 사회복지사가 될 수 없도록 막는 하나의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약 900시간의 무급 인턴십을 감수할 수 있는 재정적 여유가 있어야만 사회복지사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사회복지전문직이 추구하는 사회정의에 반한다는 이유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렇게 첨예한 대립 속에서도 사회복지현장실습이 사회복지사 양성 과정에 필수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 실습기관, 학생, 그리고 전문협회 등 이해관계자들이 보다 열린 논의를 통해 기관과 실습생 모두에게 지속가능한 현장실습을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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