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구글, 애플, 메타(전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의 IT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술 대기업, 이른바 ‘빅테크’ 기업으로 꼽힌다. 이들은 ‘기술 거인’으로도 불리며 미국 경제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등이 한국의 빅테크로 불리고 있으며, 이들 기업은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과 테크 시장의 성장은 인터넷 중독, 디지털 성범죄, 허위정보 확산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수반하면서 테크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이행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 ESG 경영과 탄소 배출 관리

빅테크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이하 CSR)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러한 노력은 최근 부각되고 있는 ESG 경영 트렌드와 맞물려 기후위기 대응과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ChatGPT와 같은 대형 언어모델 사용 증가로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 데이터센터의 물 소비가 34% 늘어나는 등 테크 기업들의 탄소 배출 저감 노력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미국 경영 컨설팅 회사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환경의 지속가능성은 이미 기업의 10대 우선 과제가 됐다. 애플은 2030년까지 전체 공급망에서 탄소 중립(net-zero)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고, 노스캐롤라이나 및 메인 주 지역의 3만6000에이커(145㎢)에 달하는 숲을 보호하기 위해 컨서베이션 펀드(The Conservation Fund)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구글은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필요한 전력 100%를 무탄소에너지로 충당하겠다(CF100, carbon free)고 선언했다.

메타는 2020년에 이미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더 나아가 소기업, 크리에이터, 커뮤니티 지원 프로그램에도 15억 달러를 투자했다. 아마존도 204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하겠다며 기후 서약(The Climate Pledge)을 설립했고, 노숙, 기아, 재난 구호, 교육 등에 1억 달러 이상을 기부했다. MS는 2030년까지 탄소 음성화(carbon negative) 실현 목표를 발표하면서 2050년까지 자사가 대기에 배출한 탄소량을 모두 제거해 나가겠다며 비영리단체와 사회적 기업에 14억 달러 이상을 기부했다.

 

○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교육 투자

디지털 시대 학습의 중요한 구성 요소인 과학, 기술, 공학 및 수학을 포괄하는 STEM 교육 지원은 빅테크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대표 사업 중 하나이다. 이에 미국에서는 STEM 분야의 다양성과 포용성 문제를 중심으로 테크 기업에서 투명한 지배구조, 규제 준수 등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에서 STEM 분야 대학 교육을 받은 인력의 절반은 여성이 차지하지만, 실제 이 분야에 취업하는 여성은 약 30%에 불과하다. 이러한 격차는 회사 문화, 제품 개발 및 전반적인 기업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 기업들은 보다 균형 잡힌 성별 대표성의 필요를 인식하고 이러한 차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CSR의 일환으로 STEM 교육을 지원하는 것은 빅테크 기업의 평판 제고, 숙련된 인재 유치 및 유지, 혁신 촉진, 긍정적인 사회적 영향 창출 등 다양한 이점을 제공한다. 무선 기술분야의 선두주자인 퀄컴은 모두 STEM 학습 및 연구 촉진을 목표로 하는 퀄컴 씽크비트 랩, 와이어리스 리치, 퀄컴 이노베이션 펠로우십 등의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리더십 컨설팅 회사인 러셀 레이놀즈 어소시에이츠는 STEM 분야의 다양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STEM 커넥터’, 여성들에게 코딩 및 컴퓨터과학 기술을 교육하는 ‘걸스
후 코드’, ‘Code.org’ 등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STEM 교육을 지원한다.

MS는 고등학생들을 위한 ‘TEALS 프로그램’, 학생들이 소프트웨어 기술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경진대회 등을 통해 STEM 교육을 발전시키고 있다. 코딩 캠프와 교육 워크숍도 빅테크 기부의 주요 대상이다. 구글은 모든 연령대를 대상으로 다양한 코딩 캠프를 후원하여 캠프 학생들은 수업료의 최대 90%를 지원받는다.

 

○ 비영리단체와의 파트너십 및 기부

비영리단체와 파트너십을 맺거나 기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빅테크 기업들의 대표적 사회공헌 사업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는 ‘구글 비영리단체 프로그램(Google for Non-profits)’은 비영리단체에 제품·서비스 가격을 할인해 주거나 무료로 제공한다. 또한 전 세계 비영리단체들에 25억 달러 이상을 기부하고 있는 MS처럼 빅테크 기업들은 비영리단체를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소속 직원들이 비영리단체를 위한 자원봉사나 프로보노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구글, 애플 등에서는 직원들의 기부금에 따른 매
칭 펀드를 지원하고 있고, 사이버 보안 기업인 팔로알토 네트워크(Palo Alto Networks)는 직원들의 기부뿐 아니라 자원봉사에 대한 매칭 펀드까지 지원한다.

한편 MS는 비영리단체에 대한 단순 재정 지원을 넘어 2019년 ‘모든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는 기술, 지식 및 기회를 갖는 미래’를 목표로 비영리단체, 정부 및 기업과 협력하는 사회복지 이니셔티브인 ‘마이크로소프트 사회공헌(Microsoft Philanthropies)’을 설립했다. 여기에는 컴퓨터 교육 제공, 비영리단체에 보조금 제공, 전 세계 조직과의 파트너십 형성 등이 포함된다. 대표적인 사업은 MS의 클라우드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회적 영향을 위한 마이크로소프트 기술(Microsoft Tech for Social Impact)’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현재 30만 개 이상의 비영리기관이 MS의 클라우드를 지원받고 있으며, 이외에도 비영리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아마존에서는 2013년 고객들이 쉽게 기부할 수 있도록 ‘아마존스마일(AmazonSmile)’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는 아마존에 방문하는 고객들이 원하는 비영리단체를 지정해서 구매 금액의 일부를 자동으로 기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아마존스마일을 통해서 지난 10년간 5억 달러의 기부금이 모였다. 최근 아마존은 아마존스마일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주택자산기금(Housing Equity Fund)’, 컴퓨터공학 커리큘럼에 자금을 지원하는 ‘아마존 미래 엔지니어(Amazon Future Engineer) 프로그램’, 가족에게 식사를 배달하는 ‘커뮤니티 배달 프로그램(Community Delivery Program)’, ‘아마존 재해구호(Amazon Disaster Relief)’에 대한 투자 등 미국 전역의 자선단체·지역사회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 빅테크 기업과 사회복지사

펜실베니아대학교의 SAFELab에서는 온라인 기술과 사회복지 실천의 교차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SAFELab을 이끌고 있는 데스몬드 패튼(Desmond Patton) 교수는 AI(인공지능)와 관련된 정책 수립 과정에서 사회복지사의 역할을 강조한다.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알고리즘 개발·도입 등이 사회적 소수자 및 소외계층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AI에 대한 대표적인 편견 중 하나는 얼굴 인식 알고리즘이 흑인 여성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ChatGPT가 편향된 답변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사례에서 소외된 집단에 해를 끼치는 권력과 시스템에 도전하는 ‘반억압적 사회복지 실천’이 AI 및 데이터 과학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다. 사회복지사는 강력한 인간 중심 실천 의식과 반억압적 실천을 기술 업계에 도입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복지사 윤리강령은 사회정의뿐 아니라 인간관계의 중요성과 개인의 존엄성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사회복지 관점에서 기술에 접근하면 보다 윤리적인 AI 개발·배포, 사회적 이익을 위한 기술 사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AI 개발 과정에서 엔지니어와 사회복지가 협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AI는 특히 임상사회복지 분야에 보급되고 있다. 일례로 트레버 프로젝트(Trevor Project)는 구글과 협력하여 AI로 구동되는 상담자 교육 도구인 The Crisis Contact Simulator를 출시했다. 이 모델은 위기에 처한 성소수자(LGBTQ) 청소년과의 디지털 대화를 시뮬레이션하고, 상담자가 실제 상담에 임하기 전에 현실감 있게 상담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이처럼 사회복지 실천에 기술이 접목되면서 신기술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K-빅테크와 사회공헌

이른바 K-빅테크로 불리는 네이버, 카카오 등에서도 임직원 나눔활동, 기부 플랫폼 운영 등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테크 기업들이 금융, 모빌리티, 여행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여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에는 AI 발전과 더불어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지면서 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및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IT 기업들은 근본적으로 국민들의 데이터를 이용해 사업을 펼치고 있는 만큼 은행·카드사처럼 높은 수준의 사회공헌 의무를 부담하고, 기부 및 사회책임 활동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른바 ‘제4차 산업혁명’으로도 불렸던 디지털 전환의 흐름이 사회 소수자들과 소외계층에 대한 불평등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다. 테크 기업들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사회복지사, 비영리조직 등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디지털 형평성 확보에 기여하고,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사회공헌에 더 큰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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