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한국리서치에서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76%가 한국 사회 마약 문제가 심각하며, 79%는 우리나라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라고 응답했다. 미국에서는 1971년 닉슨 대통령이 처음으로 마약과의 전쟁(War on Drugs)을 선포하면서 수십 년째 약물 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는 약물 중독으로 인한 사망이 사회구조적 문제와 연결된다며 ‘절망의 죽음’이라 명명한 바 있다. 이처럼 약물 중독 자체가 사회 취약계층 및 소수자에게 더욱 위험도가 높다는 점에서 사회복지사의 역할은 미국 중독 치료 시스템에서 중요하게 여겨져 왔다. 미국의 중독치료 및 재활 시스템에서 사회복지사의 역할에 대해서 알아보자.

○ 약물 사용 장애의 확산과 사회복지사의 역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1999년부터 2016년까지 통계를 추적하여 미국 내 약물 사용과 관련된 사망에 대한 주요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미국 전역에 영향을 미치는 오피오이드(의학적 마취를 포함한 통증 완화에 주로 사용되는 마약성 진통제 성분) 문제가 광범위하고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기간 동안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해 63만 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이 중 약 66%는 오피오이드 사용과 관련된 사망이었다. 미국의 약물중독 문제에 대한 주요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약물 남용 및 정신건강 서비스국(Substance Abuse and Mental Health Services Administration, SAMHSA)에서는 약물 사용 장애(Substance Use Disorders)를 반복적인 알코올, 약물 사용으로 인해 건강문제, 장애, 직장·학교·가정 등에서의 일상생활을 곤란하게 하는 등 임상적으로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는 정신 질환으로 정의한다.

전미사회복지사협회(NASW)는 약물 중독 사회복지사의 역할을 두 가지 측면으로 정의한다. 첫 번째는 약물과 알코올이 어떻게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와 개인 맞춤형 치료 방안을 찾아 중독을 겪는 사람들의 필요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이는 약물 사용 장애와 함께 발생하는 정신질환 및 건강 문제를 가진 사람들에게 치료를 위한 자원을 찾아주는 것, 약물 중독 문제를 가진 개인들의 노숙 문제에 대처하는 것, 법적인 문제가 생긴 경우 클라이언트들이 사법체계와 대처하도록 돕는 것, 중독으로 인해 발생하는 대인관계 및 직업상의 문제 등을 해결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약물 중독 사회복지사는 사례관리자로 활동하며, 클라이언트와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이 필요로 하는 지원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 오바마 정부 ‘건강보험개혁법’의 영향

흔히 오바마케어(Obamacare)로도 알려져 있는 ‘건강보험개혁법(Affordable Care Act, ACA)’이 2010년 제정되면서 메디케이드, 즉 미국의 저소득층 의료급여 보장범위 및 보장인구가 늘어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사회복지사의 역할이 정신건강 및 중독 실천 영역에서 더욱 중요해졌다. 약물 사용 장애를 가진 많은 사람들은 일자리를 얻거나 유지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메디케이드의 확대로 인해 과거에는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던 많은 약물 사용 장애 환자들이 보장 대상 인구에 포함된 것이다. 이에 따라 약물 중독 및 치료 관련 서비스는 공공 및 민간 보험의 적용을 받게 되었다. 또한 ACA는 정신건강 및 중독에 있어서 지역사회 재활, 주간 이용 서비스 등을 확대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 ACA는 파편화된 서비스를 피하기 위해 환자를 위한 모든 치료를 조정·관리하는 통합치료모델을 핵심으로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의사, 간호사 등 다른 정신건강전문인력이 많이 없는 시골 지역 등에서 사회복지사는 유일한 서비스 제공자가 되기도 하고, 저소득층을 위한 중독 치료 시설 등에서 많이 활동하고 있다. 또한 사회복지사의 사람-환경(Personin Environment, PIE) 관점, 강점 파악에 초점을 맞추고, 도움을 요청하는 질병만이 아닌 전체 사람을 다룰 수 있는 역량, 사례관리 역량이 특히 중요하게 대두되었다. 추가적으로 사회복지사들은 중독 영역에 특화된 실천 기법들인 선별, 단기개입, 의료, 치료(Screening, Brief Intervention, and Referral to Treatment, SBIRT) 혹은 동기 면담(Motivational Interviewing) 등에 대한 훈련을 받고 상담을 진행하기도 한다.

 

○ 사회복지사의 주요 활동 영역이 된 중독 실천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약물 중독 사회복지사를 정신건강사회복지사와 같은 범주로 분류하고 있다. 의료계에서 중독이 정신질환 중 하나로 취급받게 되면서 현재는 두 영역이 ‘행동건강(behavioral health)’이라는 명칭 아래 정신건강 및 중독 문제에 대한 개입을 통합 시행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많은 정신질환과 약물 남용 문제 간의 강한 상관관계로 인한 것이기도 하다. 또한 약물 중독 사회복지사는 중독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제공한다. 이들은 고객을 위한 정신과 서비스, 12단계 프로그램, 지지집단, 집단상담 등을 조정하고 주선한다. 또한 약물 중독 사회복지사는 고객이 중간 기숙사 또는 회복 센터에서 주택을 찾도록 조력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전문가는 보호 관찰 또는 가석방 조건을 준수하는 데 법적인 문제가 있는 고객을 돕기도 한다.

대부분의 약물 중독 사회복지사는 임상 사회복지사(Clinical Social Worker)이며, 이에 따라 개인상담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정신건강 및 약물 중독 영역에서 정신건강사회복지사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사 석사학위 취득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한편 사회복지를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도 중독 및 약물 남용 관련 자격증은 인기가 있는데 전미사회복지교육협의회(CSWE)의 연간 사회복지교육 관련 통계집에 따르면 미국 사회복지 석사 과정의 9.1%가 중독 관련 자격증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학교사회복지사 자격증 다음으로 높은 등록 숫자를 기록했다. 2019년 기준 사회복지 석사 과정 졸업자 중 23.4%가 정신건강 및 약물사용 장애 관련 시설 등에서 일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응답자의 35.1%가 자신이 담당하는 클라이언트의 절반 이상이 약물 중독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했다. 약물 중독 사회복지사가 일하는 세팅은 주로 병원, 중독재활시설, 교도소, 비영리기관, 지역사회 정신건강센터 등이다. 

 

○ 중독전문사회복지사의 역할 확대를 기대하며

한국의 중독전문사회복지사 자격과정은 2012년 6월부터 시작해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학회에서 운영해오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사회복지사를 포함해 중독 관련 전문 인력을 꾸준히 양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전국에는 53개의 지역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와 6개의 광역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가 운영 중이며, 이런 곳들에서 사회복지사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많은 선행연구에서 약물 중독 영역에서 사회복지사의 핵심 역할 중 하나가 클라이언트를 옹호하는 것이라고 보고한다. 약물 중독 문제는 학교 폭력이나 빈곤, 노숙, 소수자로서의 스트레스 등과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복지사는 클라이언트가 약물 남용 문제를 단지 병리적인 것으로만 인식하지 않도록 돕고, 약물 중독에 이르게 된 경로를 이해하도록 도우며, 클라이언트를 치료 과정의 주체로 참여시키는 역할을 한다. 미국에서는 사회복지사가 약물 중독문제에 대해 의료적 접근방법을 넘어서 클라이언트의 사회적 환경을 고려하고 다양한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 사례와 같이 한국에서도 약물 중독 치료 영역에서 사회복지사의 역할과 필요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작권자 © 복지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