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옥 한국보건복지인재원 교수
박광옥 한국보건복지인재원 교수

2022년 5월 29일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발달장애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이번에 개정된 주요 내용은 최중증 발달장애인에게 돌봄과 지역사회 자립을 위한 일상생활, 취미여가, 긴급돌봄, 자립생활 등 통합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광역단위로 설치되어 있는 17개소의 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개인별 지원계획에 따라 필요한 통합돌봄서비스 제공을 지원하고, 기존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위한 24시간 돌봄 모델을 평가하여 확대하며, 발달장애인 거점병원 및 행동발달증진센터를 확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 본격화

2015년 발달장애인법이 시행되면서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부모, 이들을 지원하는 종사자들은 발달장애인이 생애주기별로 지속적인 국가의 지원을 받으면서 지역사회에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을 것이다. 이때만 해도 당사자 부모와 관련 단체들의 노고로 다른 장애유형보다 조금 더 세밀한 지원을 필요로 하는 발달장애인을 위해 특정 장애유형만을 다루는 법이 제정되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반가운 일이었다.

그러나 법 시행 후에도 발달장애인들의 삶은 크게 변화되지 않았다. 법에 명시된 제도와 인프라 등이 설치되는 속도는 더디었으며, 시도조차 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 돌봄자인 부모와 가족들의 기대는 답답함으로 바뀌었고, 다시 한 번 간절한 목소리가 표출될 수밖에 없었다.

이 상황에서 정부는 2018년 11월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공표하였다. 발달장애인법에 기초하여 발달장애인의 생애주기별 지원을 위한 기본적인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다양한 추진과제들을 제시하였다. 2022년까지 추진과제가 마무리되는데 정부는 과제별 시행 평가를 걸친 실효성 있는 후속 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발달장애인법과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이 시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발달장애인 지원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라는 극한 상황에서 사각지대는 여실히 드러났으며, 그간 지원을 받지 못했거나 오롯이 가족의 돌봄으로만 생활해 온 최중증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은 차별과 배제라는 국가와 사회 구조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매우 비분강개(悲憤慷慨)할 일이다.

지금까지 도전행동이 나타나거나 중복 장애가 있는 장애정도가 심한 발달장애인은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많은 제한이 있었다. 지역사회에 설치된 장애인복지시설을 이용하고 싶어도 우선순위에 밀려났으며, 이용하게 되더라도 삼진아웃의 대상이 되었다. 권리로서 당당히 이용해야 하는 서비스도 그들이 이용하는 데는 여러 제한과 기준이 요구되었다.

그러나 최근 서울시를 중심으로 도전행동이 심각하게 나타나는 발달장애인의 낮 활동 지원이 시작되었고, 2019년 도입된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제도에서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지원을 강제화하면서 이들의 서비스 진입이 사실상 가능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지역별로 최중증 발달장애인 지원 격차가 크게 나타났고 있으며, 초기 관련 제도의 불안정성으로 아직까지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삶의 긍정적인 변화가 크다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가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이번 발달장애인법 개정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다만 법에 명시만 되었을 뿐 시행은 요원한 그림의 떡이 되지 않도록 정부는 시행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최중증 발달장애인 지원의 현실화를 위한 과제

최중증 발달장애인 지원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가 반드시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최중증 발달장애의 개념으로 인해 또 다른 사각지대가 발생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지원이 본격화되면서 우려되는 것은 최중증이라는 제도적 테두리에서 또 다른 사각지대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 발달장애인들을 최중증 발달장애인으로 집단화할 것이 아니라 최중증 개념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발달장애인의 세부 장애 유형, 장애 수준, 연령, 행동특성, 약물 복용, 정신과 질환 등의 장애인 개인이 가진 개인적·환경적 요인을 면밀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물론 발달장애인이라면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필요한 국가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정책은 장애 수준에 관계없이 누구나 개인의 필요에 따라 서비스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제도적 접근을 지향해야 한다.

둘째,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 권한을 부여하고 지속적인 사례관리 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번 개정 내용에는 17개 시도에 설치된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서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통합돌봄서비스 지원을 주도할 것을 명시했다. 발달장애인법에 근거하여 설치된 발달장애인지원센터는 지역 발달장애인의 생애주기별 지속적인 지원을 위한 사례관리 기능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러한 본질적 기능을 수행하는데 분명한 한계를 보여 왔다.

그간의 성과만으로 발달장애인지원센터의 존립 가치를 부정하기보다는 이제는 국가가 센터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확실한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우선 센터가 개인별 지원계획에 기초하여 서비스 중재 및 배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발달장애인 지원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예산 집행 권한이 없으면 지역서비스 기관과의 관계에서 서비스를 연계 권한 또한 발생할 수 없다. 즉, 예산분배 및 지원 없이 지역서비스 기관에 서비스 제공을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발달장애인지원센터의 설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모태로 하고 있는데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모든 지원 예산을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 이관하고 있고, 발달장애인은 반드시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통해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서 발달장애인의 필요에 따라 서비스를 구매하여 지원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발달장애인의 생애주기별 지속적인 지원계획 수립 및 서비스 연계와 모니터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위탁보다는 지자체 직영으로 하여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 예산 배분 및 집행 권한을 부여하고, 지자체의 위상을 갖고 원활한 서비스 발굴 및 연계와 의뢰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물론 현 우리나라의 복지전달체계 및 행정체계상 쉬운 일은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발달장애인지원센터의 최중증 발달장애인 지원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 법을 개정하고, 행정을 개편하더라도 적극적인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이와 동시에 지역 단위의 밀착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군구 단위별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설치하고, 현실적·단계적 방법으로 시도 단위의 접근성을 확보하기 유독어려운 시도에는 권역별 센터를 다수 설치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셋째, 최중증 발달장애인 지원은 지역사회에 기반을 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방향과 관점은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에 두어야 한다. 장애가 중해서, 돌봄과 지원의 강도가 높아서 무조건적인 보호와 분리에 기초한 지원이 되면 안 될 것이다. 일반적인 우려와 달리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지역사회 참여와 활동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볼 수 있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한 사례로 몇 년 전 도입된 주간활동서비스에 참여하는 도전행동이 있는 발달장애인이 개인이 선호하는 활동 욕구에 기초한 소그룹 지역사회 활동을 하면서 도전행동이 완화되고, 주도적 참여를 통해 생활의 활력을 나타내는 등의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정책 개발자와 실천가들은 지원의 방향을 최중증 발달장애인이 장애 수준과 관계없이 ‘보통의 삶’을 누릴 수 있는 기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지원해야 한다. 개정안 내용 중 특히 24시간 돌봄 체계도 또 하나의 시설화가 아닌 지역 기반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으며, 행동증진센터도 반드시 거점병원과 연계된 모형이 아닌 지역과 가정에서의 삶과 연계된 서비스가 가능한 지역 기반 센터로 설치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지원을 위해 종사자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결국은 사람이 사람을 지원한다. 제도와 서비스의 확장이 이루어지더라도 최중증 발달장애인에게 적절한 지원을 할 수 있는 지원자가 매칭되어야 한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종사자의 역량이 서비스 질에 직결되기 때문에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이 수반될 필요가 있다.

현재 종사자는 어디에서 교육을 받고 슈퍼비전을 받아야 하는지 정보와 자원이 없다. 종사자의 의지에 따라 교육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녀야 하고, 교육을 받더라도 해당 교육의 품질이 적절한지 알 수 없으며, 일회적인 교육으로 아쉽기만 하다. 국가는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제대로 지원할 수 있는 종사자를 양성하고, 역량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제도화된 교육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과 인력배치, 서비스 품질 등이 연동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식과 기술, 그리고 무엇보다 최중중 발달장애인을 적절히 지원할 수 있는 가치와 태도를 갖춘 종사자가 필요하다.

물론 이 외에도 여러 과제들이 산재되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기회에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위한 또 다른 제도와 서비스의 조각들만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발달장애인이 안정적으로 지속적으로 국가의 돌봄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견고한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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