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연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장

김미연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장
김미연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장

지난 3월, 김미연 박사가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UN Committee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CRPD)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아시아 출신의 여성장애인으로서는 최초의 위원장 당선이며, 이는 국제 장애인권 운동사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김미연 위원장은 20여 년간 장애인권 운동과 유엔 인권시스템에서 활약해온 전문가로, 특히 CRPD 초안 작성 당시 여성장애인에 대한 독립 조항(제6조)을 포함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Q. 위원장에 당선되신 것을 축하드리며 당선소감을 부탁드린다.
 "위원장으로 선출된 것은 제 개인에게는 큰 영광이자 책임이다. 특히, 아시아 여성장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이 자리에 선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 전 세계 소외된 장애인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린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CRPD)는 유엔 인권조약기구 중 하나로, ‘장애인권리협약’의 이행을 감시하고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위원회는 단순한 감시기구가 아니라 각국이 장애인의 자립과 포용을 실현할 수 있도록 유도하며 협력하는 조직이다. 18명의 독립된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국이 제출하는 국가보고서를 심사하고, 개인진정도 접수하며, 국제기준 수립을 위한 일반논평을 채택하는 등 다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가입국은 193개국으로 주요 인권조약 중 가장 많은 국가가 가입한 국제인권조약이다."

Q. 앞서 말씀하셨듯이 이번 위원장 당선은 아시아 장애여성으로서는 최초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의 포부나 활동계획에 대하여 말씀 부탁드린다.

"위원장 임기 동안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 첫째는 분쟁 및 개발도상국에 대한 협약 이행 지원체계 구축이고 둘째는 AI 및 디지털 혁신 속 장애인 권리 보호 기준 마련이다. 셋째로는 여성, 아동, 이주, 난민 그리고 고령장애인 등 장애와 다양한 소수성이 겹친 교차 차별 이슈에 대한 국제기준 정립이다. 인권은 선언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계획, 예산, 법제, 그리고 당사자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시민사회와 함께 현실적 실행방안들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Q. 최근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의 국제적 쟁점이나 논의 흐름은 어떤 것이 있으며, 위원장으로서 이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의 국제적 흐름은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최근 국제적 쟁점은 크게 세가지이다. 첫째는 재난과 전쟁 속 장애인의 권리보호이다.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수단 등지의 분쟁 속에서 장애인은 생명과 접근권 모두에서 중대한 위기에 놓여 있다. 둘째는 디지털 접근성과 인공지능(AI)에 대한 새로운 기준 정립이다. 알고리즘 기반의 채용이나 행정서비스에서 장애인을 배제하는 일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셋째는 ‘탈시설화’ 문제이다. 장애인을 대규모 시설에 가두는 구조는 협약 정신에 어긋난다. 우리는 탈시설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193개 가입국가들에게 장애인이 시설이 아니라 자신이 살고 싶은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살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쟁점들을 조율하고 정책적 방향을 이끄는 데 조정자이자 촉진자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

Q. 한국은 2007년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서명하고 2008년 12월 국회의 비준동의를 거쳐 2009년 1월 협약을 발효시킨 바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권리 보장수준은 어느 정도이며, 앞으로 어떠한 노력들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2009년 장애인권리협약을 발효한 한국은 제2차, 제3차 국가보고서를 심의받고 협약 이행을 위해 일찍부터 노력해 오고 있는 선도적인 국가로 평가된다. 그러나 여전히 현실적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장애 정책 내에서 탈시설화, 이동 및 정보접근권, 통합교육, 노동권 등의 영역에서 한국은 아직 협약이 지향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특히, 복지에서 인권적 관점으로 장애인 당사자의 정책 결정 참여 확대, 지방정부의 협약 실행력 강화,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충분한 예산 배분은 시급한 과제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근 들어 장애인을 비롯해 여성 그리고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가 증가하고 있어 장애와 소수자들의 인권이 ‘너’의 문제가 아닌 ‘나’ 그리고 ‘우리’의 문제로 이해하는 공동체 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장애인권은 단지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어떤 사회를 꿈꾸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장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바뀌어야 할 이유이다. 장애를 보는 사회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CRPD는 유엔 인권시스템 80년의 진화를 집약한 가장 혁신적인 조약이며, 이제 우리는 그 완전한 이행을 향해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김미연 위원장은?

장애와 박사과정에서 국제법을 전공한 전문가로, 30년 이상 장애와 여성 인권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특히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 제6조 ‘장애여성’ 조항을 신설한 주역으로서, 협약의 틀 안에서 장애여성과 소녀, 노인, 이주민, 난민 등의 교차적 차별에 직면한 소수자들의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해 힘써왔다. 국내에서는 대법원 감사위원과 양형위원회 자문을 맡고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 국제전문자문위원, 한국국제협력단(KOICA) 장애 분야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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