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다문화’를 ‘다문화 가족’이나 ‘다문화인’ 등 특정한 부류나 집단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기존의 다문화주의가 의미하는 ‘다양한 민족과 인종의 공존’과 ‘사회통합을 지향하는 이념’을 논의하기보다는 ‘차별’과 ‘구분 짓기’ 등 반다문화주의 정서를 촉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다문화주의’와 ‘사회통합’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김옥녀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김옥녀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전 세계적으로 이주배경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2019년 기준 2억2700만명, 세계 인구 3.5% 이상의 사람들이 자신의 출신국이 아닌 나라에서 거주하고 있는 상황이다(IOM, 2020). 우리나라도 국내 총 인구에서 이주민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국내 체류이주민 인구는 2011년 140만명에서 2019년 252만명으로 증가했으며 이는 전체 인구의 4.87%에 이른다. 2021년 3월 기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한 이주 제한으로 인해 200만명 정도 규모로 4.25%까지 다소 하강 곡선을 나타냈다(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2021).

그러나 향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다소 진정세로 들어간다면 국외적으로 향상된 한국의 긍정적인 이미지 요인과 함께 국내 저출생 및 고령사회에 대한 정책적 대응으로 이주민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2020)은 2040년에는 이주민이 전체인구의 6.9%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이주민이 전체 인구의 5%에 달하면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내 거주 이주민의 양적 측면에서는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다문화 사회라는 것은 다양한 인종이 공존한다는 의미만을 지니는 것이 아니다. 이주 사회에서 다양한 민족과 인종이 함께 거주하며 인간으로서의 보편적 권리를 향유하고, 각각의 특수한 삶의 방식을 존중받으며 공존할 수 있는 사회·문화·제도·정서적인 인프라를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 구축을 필요로 하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다차원적인 변화를 요구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빠른 속도로 체류 외국인이 증가하면서 다양한 사회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다문화 사회 진입에 대한 제도적·사회적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다문화 정책이 다문화주의에 대한 충분한 이론적 논의를 거쳐 도출되기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에 대한 정책적 요구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04년 국적법을 개정하고 2007년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을 제정했다.

문화의 다양성 인정하고 차이 존중해야

2006년 우리나라는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을 선언하게 된다. 이후 2007년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제정, 2008년 다문화가정지원법 제정 등 다문화 정책이 마련되어 시행되고 있다. 외관상으로는 우리나라도 다문화 사회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으나, 전통적인 서구 이민 국가들의 이주 현상과는 달리 한국의 다문화 사회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으로 다문화 관련 용어가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채 다문화주의, 다문화 사회 등으로 일반화되어 사용되기 시작했다. 다문화 가족이라는 용어는 이보다 앞선 2003년 30여 개의 시민단체로 구성된 건강가정시민연대가 기존에 사용된 혼혈아, 이중문화가족, 국제결혼 등 차별적인 용어를 대신하여 ‘다문화 가족’으로 대체를 권장하며 사용되기 시작했다.

다문화가정은 결혼이민자, 이주노동자, 유학생, 난민, 동포, 새터민 등 우리와 다른 민족,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가족을 말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다문화 가족에 대한 법적 개념은 결혼이민자와 국적법에 따른 출생, 인지, 귀화를 통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자로 한정 짓고 있어 그 자체가 문제시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는 ‘다문화’를 ‘다문화 가족’이나 ‘다문화인’ 등으로 특정한 부류나 집단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결국, 한국 문화와 다른 문화를 구분하거나 한국 사람과 다른 사람을 구분하는 경계를 설정하는 용어로 사용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존의 다문화주의가 의미하는 ‘다양한 민족과 인종의 공존’과 ‘사회통합을 지향하는 이념’을 논의하기보다는 ‘차별’과 ‘구분 짓기’ 등 반다문화주의 정서를 촉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다문화주의’와 ‘사회통합’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다문화주의’는 종족, 인종, 언어에 기반한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 안의 차이를 존중하고 공적으로 수용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사회통합’은 다차원적인 개념으로, 포용, 응집, 통합의 관점에 따라 다른 의미를 지닌다. 포용으로서의 사회통합은 소외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복지제도를 통해 삶의 질을 확보하는 것을 의미하며, 응집으로서의 사회통합은 사회구성원들이 가진 태도와 규범적 특징에 의해 상호 관계가 응집된 상태를 의미한다.

통합의 관점에서 사회통합이 다문화 맥락에서 주로 사용되는데, 이주민이 사회의 소수자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이주민으로 인해 사회가 다양하고 조화롭게 변화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정책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일자리 제공을 통해 경제적 통합, 언어교육과 문화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사회·문화적 통합, 이주민의 선거권 및 사회복지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시민권·사회권적 통합이 이뤄진다고 보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다문화 정책은 ‘사회통합’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나, 실상은 동화주의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문화가족이나 이주민들과의 상호 이해를 할 수 있는규정이나 사회참여와 관련된 내용이 거의 없어 진정한 사회통합의 의미가 존재하는지 비판받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다문화 가족의 사회통합과 관련한 정책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대상자 특성에 따른 맞춤형 정책 펼쳐야

먼저, 한정적인 정책 대상 측면이다. ‘다문화가족지원법’에서의 다문화 가족은 결혼이민자 등과 대한민국 국적의 자녀를 의미한다(다문화가족지원법 제2조). 국적취득이 가능한결혼이주여성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국적취득을 통해 국민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책 비중이 높을 수 있으나 이러한 개념으로 볼 때, 한국에서 정착해서 살고자 하는 외국인 결혼이민자 가족, 국적이 한국인인 혼혈인 가족은 다문화 가족의 범위에서 제외된다. 즉, 한국 국적의 자녀를 포함한 가족 중심적인 개념으로 볼 수 있으며, 다문화 사회에서 포용해야 할 다양한 이주민의 대상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정책대상 측면에서 한계점을 지닌다.

이주민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점차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문화 정책이 목적으로 하는 ‘사회통합’의 의미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대상을 이주노동자를 제외한 가족 중심으로 규정하고 결혼이주여성을 중심으로 다문화 사회를 규율하는 법률로는 한계가 있다.

두 번째로는 정책 기준과 내용 측면이다. 결혼이민자와 관련된 정책과 서비스의 내용은 대부분 한국 사회에서의 적응과 통합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다문화 정책이 동화정책이나 차별주의에서 벗어나 성숙한 다문화주의로 나아가는데 한계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보다는 다문화 가족의 다양한 욕구와 대상자 특성에 따른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

실제로 정주 및 장기간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민의 경우 직업과 의료서비스, 경제적인 취업, 정치적 권리 확보에 대한 욕구가 높은 반면 짧은 시간 거주하는 이주민들의 경우, 일상생활 적응에 필요한 지원 서비스가 적절히 제공되길 원하는 욕구가 높을 것이다.

물론 다문화 가족에서 다양한 이주민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 특히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는 여건이 일반 정주민에 비해 열악한 환경임을 고려해볼 때, 경제적 자립을 위한 정책 마련이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다문화 정책의 대상자를 확대하고 수요자 중심의 정책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는 정책의 전달 체계 측면이다. 다문화 정책들은 다른 부처의 외국인 정책과 중복으로 실시되는 경우가 많으며, 외국인 정책과는 목적이 달라 정책 시행에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다문화 가족 정책의 전달 체계가 분산되거나 지역이나 서비스에 따른 격차가 심해져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의 다문화 정책은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에 근거하여 경제 활성 지원과 인재 유치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다문화가족지원법은 결혼이주민과 자녀의 적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주자들을 일방적으로 동화시키는 것에서 벗어나 이주자들이 사회참여를 통해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주류사회에서는 다양한 문화를 수용할 수 있도록 쌍방향적 정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주민 대상의 다문화 사회에 대한 이해 교육이 함께 진행되어야 하며 이는 생애 주기 전반에 걸쳐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다문화 정책은 단일 부서에서만 진행할 수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계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다양한 부서의 참여와 조정을 통해 진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다문화와 관련된 법안들을 통합하고, 다문화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전달 체계와 관련 기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다양한 문화 수용하는 국민들의 의식변화 필요

마지막으로 다문화 가족의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는 국민들의 의식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많은 국민들이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으나, 여전히 인종차별, 편견, 문화 다양성 수용에 있어서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주민들도 한국인들의 차별과 사회적 거리감을 인식하고 있으며 한국을 차별하는 사회로 보고 있다. 따라서 다문화 사회에서 필요한 지식과 다른 문화들의 차이를 존중하고 인정할 수 있는 교육과 다문화 수용성 등이 지속적으로 밑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 사회는 현재 저출산 및 고령화뿐만 아니라 가족 및 생애 주기의 변화, 가치관의 변화, 산업구조의 변화 등 다양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이주로 인한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이 가속화 되어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노동시장구조도 함께 변화하고 있다.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 과정을 통해 다문화 가족들이 사회적으로 차별과 배제를 벗어나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시민·사회·문화적인 통합과 함께 경제적인 차원에서 진정한 ‘사회통합’의 의미를 실현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참고 자료

•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2021. 2021년 3월호 통계월보. 법무부.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IOM). 2020. 「2020 세계이주보고서」

저작권자 © 복지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