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족을 비롯한 국내 체류 외국인 인구가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 사회 다문화 인식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다문화 수용성을 개선하고 ‘진정한’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다문화 가족 사회통합을 논의하기 위한 좌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박민정 이민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임원선 신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사회), 양경은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종운 구로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다문화 가족 사회통합을 논의하기 위한 좌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박민정 이민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임원선 신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사회), 양경은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종운 구로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사회 2019년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 인구는 252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4.87%에 이른다. 이중 다문화가구 구성원은 약 106만명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 다문화 수용성은 어느 정도로 진단하는가? 또 수용성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은?

박민정 보편적으로 다문화 가족은 ‘다문화가족지원법’에 근거한 결혼이민자와 그 자녀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현재 일부 체류 자격을 제외하고는 가족동반이나 초청이 허용되고 있으므로 외국인 가족에 대해서도 제한적이라도 복지적 관점의 사회통합이 논의되어야 한다고 본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3년 주기로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18년 수치를 보면 다문화 수용성은 100점 만점에 52.81점으로 높은 편은 아니다. 다문화 수용성의 이면을 엿볼 수 있는 척도 중 하나가 언론이라 볼 수 있는데, 이주민에 대한 언론의 경향이 보수적이고, 난민 이슈 등 안 좋은 이야기가 보도되면서 거부나 회피의 정서가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 이 같은 수용성 문제에 어떤 방법으로 대처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인식개선 교육이나 언론 홍보 등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양경은 다문화 정책을 공식적으로 채택한지 10년이 지났지만 이주민에 대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이나 태도는 제자리걸음인 것 같다. 온·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이주민에 대한 혐오 표현, 비판적 여론을 보더라도 다문화 수용성 정도가 낮지 않나 생각한다. 이런 사회적 흐름을 반영하듯 정부에서도 2018년 제3차 다문화가족기본계획에서 전 국민의 다문화 수용성 제고를 핵심 정책 목표로 설정한 바 있다. 제1·2차 기본계획이 국내 거주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초기 적응에 초점을 뒀다면 이제는 비이주민의 태도 변화로 정책 방향이 선회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한데, 미디어 속에 재현된 이주민의 모습은 일정한 틀 속에 맞춰 이야기가 재구성되는 경향이 강하다. 문화적 다양성을 부각하는 콘텐츠를 반영할 수 있도록 방송을 포함한 여러 매체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정종운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기에도 수용성이 낮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구로구에서 외국인 주민 및 다문화 가족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구로구는 다문화 가족보다는 외국인 주민, 특히 중국계 외국인 주민이 많은데 이들이 느끼는 한국인에 대한 사회적 거리감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외국인 주민이 밀집해 있는 지역과 장기 거주 중인 외국인 주민은 사회적 거리감을 오히려 많이 느낀다고 응답했다. 한국인이 외국인 주민에게 느끼는 거리감은 ‘같은 동네 주민으로서는 수용하고 살겠다’가 40%였으며, ‘결혼을 통해 수용하겠다’는 6% 수준에 그쳤고 ‘잠시 머물다 가면 좋겠다’가 20%나 됐다. 같이 밀접해 접촉해서 살수록 이해관계 등에 따라 다문화 수용성이 낮아지는 것 같다. 좀 더 현실적인 부분에서 수용도를 높이고 같이 살아가는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사회 ‘한국인이 보는 외국인’과 ‘외국인이 보는 한국인’의 차이를 분석해 방안을 제시하면 다문화 수용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다문화 가족은 언어·문화뿐만 아니라 다층적 어려움에 노출되고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면?

박민정 서울시에서 매년 거주 외국인 2500명을 대상으로 ‘도시정책지표조사’를 실시하는데, 거주하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은 것은 체류 자격을 막론하고 ‘공공행정기관을 통한 민원 제기 및 해결’ 문제였다. 이민선발국가를 보면 행정기관뿐 아니라 병원·도서관 등의 편의시설도 다국어로 통번역 가능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반면 우리는 그러한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지 않고, 해당 공무원들도 이주민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대처가 부족한 부분이 결합돼 이러한 불편이 야기되는 것 같다. 결국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

양경은 언어·문화적 어려움 등 겉으로 드러나는 어려움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어려움도 있다. 개인의 한국어 실력, 문화적 결핍 등은 시간을 두고 개선이 가능한 영역이지만 사회가 다양한 구성원들을 포용할 수 있는 제도나 구조를 갖고 있지 않으면 결국 사람들을 제약하는 요인이 된다.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는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다. 진짜 한국인이 아닌 사람을 구분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이는 한국인은 다문화에 속하지 않는다는 전제, 한국인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모순된 인식구조를 반영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다문화 수용성 등도 높고 낮음의 피상적인 수준 정도로만 이야기하지 이민자들이 경험하는 어려움과 연결해서 이해하지는 않는다. 조금 더 거시적인 맥락에서 보면 이러한 보이지 않는 차별도 많은 어려움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종운 가족적인 맥락에서 보면, 우리가 이야기하는 다문화 가족과 외국인 주민 가족의 어려움이 다르다. 일반화의 우려는 있지만 초창기에 한국으로 와 장기 거주하는 결혼이민여성들은 대부분 생계를 위해 일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는 어휘가 발달하는데 엄마는 정체돼 있어 가족 간 대화가 잘 안되는 어려움이 있다. 반면 외국인 주민의 경우 본인들이 정착해서 아이들을 중간에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초등학교만 해도 편입이 잘 되지만 중학교의 경우는 바로 편입이 어렵다. 필요한 서류도 많아 준비하기까지 몇 년 걸리는 경우도 있다. 중도 입국한 아이들이 중학생 이상이면 적응이 어렵거나 자기 나이보다 학력을 낮춰서 가야 한다. 이렇게 두 가정의 문제가 다른 것 같다.

사회 행정기관, 가족, 교육기관에서의 어려움이 많은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프라 구축, 구조 개선, 의사소통 등의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다문화 가족이 겪는 일상적 차별과 소외 문제가 심각하다. 다문화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말해 달라.

박민정 2020년 말 발표된 이민자통합정책지수에 따르면 8개의 영역 중 반차별 영역의 순위가 가장 낮았다. 52개 국가 중 41위였다. 총점에 있어서는 18위인 것과 비교하면 전반적인 정책이나 제도가 갖춰진 것에 비해 이주민에 대한 차별이나 혐오 감정 부분에 문제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인식 개선 교육이 필요하다. 장애인 인식 개선과 관련해서는 장애인의 규모가 258만명이 되는 2018년부터 직장내 장애인 인식 개선 법적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반면, 체류 외국인은 2019년 250만명을 넘어섰고 귀화자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규모가 큼에도 불구하고 인식 개선 교육이 의무화되지 않고 있다. 또한 공익광고 등의 홍보가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 흡연이나 장애인에 대한 공익광고, 코로나19에 대한 홍보 포스터 등이 국민의 인식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우리 모두 경험했다. 이주민에 대한 인식에 전환을 불

러일으킬 수 있는 홍보가 필요하다.

양경은 압도적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정주민들의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 그리고 지금이 인식 개선에 있어 시기적으로 좋은 여건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주민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구 집단을 포용하게 될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배경 사회 구성원에 대한 제도적 지원 성격은 대부분 결핍 모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개인에게 어떤 결핍이 있는지 확인하고 이 결핍을 메우는 것에 초점을 둔다. 그런데 이 모델은 결핍을 메우는 동시에 지속적으로 우리와 그들을 구분 짓는 기능을 한다. 차별과 소외 문제를

줄이고자 한다면 결핍 모델 관점에서의 노력뿐만 아니라 이들을 독립적인 주체로 대할 필요가 있다. 이들의 강점에 초점을 두고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적 자원으로서, 문화적 자원으로서, 연결고리로서 중요한 주체로 인정하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가능성을 찾아보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일상적 차별과 소외를 해결해 가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정종운 기본적으로 우리는 경제력이 있거나 아이들 중에서도 공부를 잘하면 차별을 많이 하지 않는 것 같다. 즉, 우리가 그 사람들을 대하는 시각 자체를 경제력이나 학력·능력기준으로 파악하면서 그에 따라 차별도 이루어진다고 본다. 학교 교육으로 확산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므로 사람을 대하는 우리들의 인성 등을 성찰할 수 있도록 언론이나 미디어가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사회 미디어에서 강점 관점으로 성공사례를 많이 알리고, 사람을 보는 관점을 물질 기준이 아닌 인성 중심으로 방향을 모색해보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최근 ‘다문화’ 용어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박민정 현실적으로는 다문화가족지원법이나 다문화가족기본계획이 존재하고 이에 근거해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전국적으로 설립되어 있기 때문에 전면 개정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최근에는 다문화 가족 아동, 다문화 가족 청소년보다는 ‘이주배경 아동’, ‘이주배경 청소년’이라는 말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용어를 사용했을 때의 장점은 우선, ‘배경’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백그라운드에 ‘이주’가 포함되었다는 것 외에 편견 없이 받아들이기 쉽다. 둘째, 다문화 가족 아동이나 청소년 외에도 외국 국적 동포, 난민, 외국인 노동자 등 다양한 체류 자격의 아동·청소년이 포함될 수 있다. ‘다문화’가 구분 짓는 개념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이주배경’으로 사용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양경은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되면서 ‘다문화’는 다문화 가족이라는 특정 인구 집단을 지칭하는 명사로 통용되어 오고 있다. 다문화는 문화적 포용과 문화적 공생, 화합, 통합과 같은 정책적 철학이자 사회의 비전을 지칭하는 용어이지, 특정 집단을 지칭하는 용어가 아니다. 그런데 잘못 사용함으로써 한국인들로 하여금 다문화의 본질에 대해 오해하게 만드는 커다란 대가를 가져오는 것이다. 국내에 체류 중인 이주민의 유형이 다양하므로 좀 더 다양한 집단을 포괄하는 ‘이주배경’이라는 표현으로 바뀔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또 중도입국자녀, 중도 청소년, 이주배경 아동 등 용어가 부처마다 다른데, 중앙정부 단위에서 용어 정리가 이루어져야 일선기관에서 혼선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정종운 이주배경이라는 용어에는 동의하지만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이주배경 안에서도 또 다른 상황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상을 넓게 볼 수 있는 부분은 필요할 것 같다.

사회 4년간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을 하면서 이 부분으로 고민이 많았다. 우리나라가 그동안 단일민족을 강조하다 보니 다문화라는 용어를 사용해 범주화해서 정책을 만들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도 ‘가족지원센터’라고 하면 좋겠다. 다음으로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평가해 달라. 또, 다문화 가족 정책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다양한 주체 간 협조체계도 중요한데, 이와 관련해 의견을 말해 달라.

박민정 센터의 가장 큰 장점은 대부분의 국민이 인지하고 있고 전국적인 체계가 구축되어 있으며 재정적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기관이라는 것이다. 각각의 센터에서의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해 다문화 가족이 이용하는데 불편하지 않은 환경을 조성해 준다면 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능에 있어서는 결혼이민자와 아동에 대한 초기 적응에는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사례관리사업이나 상담을 제외한 다른 사업은 대상이 법적으로 규정된 다문화 가족, 즉 결혼이민자 가족이나 새터민을 제외하고는 서비스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한계점이 있다. 지역사회에서의 정책적 협조와 관련해서는 결혼이민자 외의 다양한 가족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촉구하고 싶다. 보다 다양한 이주민, 보다 다양한 가족을 대상으로 정책이 기획되고 수행되어야 사회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양경은 최근 중앙정부 주도의 관 주도에서 지방정부, 혹은 시민사회로 정책 추진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다문화 정책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따라 ‘다문화 거버넌스’ 형태로 변모하는 과정 중에 있다. 문제는 다문화 관련 서비스가 다양한 기관에서 분산적·파편적으로 제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중앙부처로부터 위임받은 사업 외에도 지역의 규모나 상황에 따라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부처로부터 독립적으로 예산을 받아 사업을 수행하는 지역사회 내 기관들은 사업 중복 및 서비스 분절성 문제에 직면할 소지가 높다. 기관 간 연계 활동이 지속성 있게 담보되기 위해서는 연계 노력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연계 활동을 전담하는 중추 조직도 필요하다. 시도 단위에서 정책의 방향과 가치, 사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시군구 단위에서는 구체적인 일을 디자인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정종운 센터가 결혼이민여성들이 한국 사회에 초기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역할과 기능은 잘 해왔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서는 다문화 가족 자녀를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들의 필요에 맞춰 적절하게 따라가고 있다. 다만, 결혼이민자는 줄고 있고 외국인 주민과 그 가족은 늘어나고 있는데 그들을 수용할 수 없는 것이 한계다.

사회 해외 각국의 다문화 가족 포용 정책 중 벤치마킹할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박민정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지역 이름을 활용해 ‘I amsterdam’이라는 별칭을 만들어 모두가 암스테르담의 소속임을 강조하고 있다. 홈페이지를 보면 다양한 외국인이 나와 있고 다양한 언어로 되어 있다. 웰컴 키트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경우 웰컴 키트를 정부 차원에서 만들다 보니 지역마다 차이가 있고, 서울 중심인 경우가 많다. 지역 정부에서 그 지역 상황에 맞게 이주민을 위한 안내서 등을 제작한다면 이주민이 지역사회에 통합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일본 가와사키시의 경우 많은 국내 다문화연구자들에 의해 인용되고 있는데,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이 중앙정부의 정책으로 흡수돼 현재 일본의 이주민 정책을 만드는데 상당히 기여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획기적인 정책을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일이 쉽지 않으므로, 지방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새로운 시도를 해 보고 효과가 있을 경우 확대해 가는 방법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양경은 미국의 ‘프로미스 네이버후드 프로그램’을 한국에 적용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사업은 ‘지역에 거주하는 모든 아동의 교육적 성과 향상’이라는 공동의 의제를 중심으로 지역사회 단위의 개입을 시도한다.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이주배경 아동만을 특정하여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아동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 사업을 적용해 국내 이주민 밀집 지역 단위의 사업을 구상한다면 ‘다문화,’ ‘이주배경’이라는 특수성에만 초점을 두기보다 ‘아동의 발달’이라는 보편적 특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주민이 거주하는 지역의 특성, 인구학적 구성 등 각 지역마다 처한 상황이 각기 다르므로 관 단위의 노력과 함께, 지역 사회 내의 자원이 서로 유동적으로 활용되고 연계될 수 있도록 지역 단위의 세밀한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정종운 구로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2020년 5월부터 프로미스 네이버후드 사업을 적용해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이를 확대해 마을활동가, 공부방 운영자 등 8명을 모집하고 초등학교에서 중도입국 아동 7명을 소개받아 매칭하고 있다. 그 결과 언어적 한계는 있지만 아이에게 학습 지도도 해주고 부모에게는 동네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알려주면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 모델을 조금 더 지역에 맞게 적용해 사례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사회 마지막으로 다문화 가족의 사회통합을 위한 방향을 제시해 준다면?

박민정 2007년 체류 외국인이 100만명이 되면서 사회통합 관점이 도입됐지만 지금까지는 통합이 피상적으로 논의됐던 것 같다. 이제는 내실화를 기해야 한다. 우선, 다문화가족지원법에 근거해 너무 좁은 의미의 다문화 가족에만 한정 짓지 말고 다양한 체류 자격의 가족으로 확대해 한국에 체류하는 이주배경을 가진 가족에 대한 처우를 고려했으면 좋겠다. 또 인식 개선 교육이나 홍보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는 정부나 한두 기관이 노력한다고 될 문제는 아니다. 다양한 분야, 다양한 사람들이 모두 관심을 갖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

양경은 다문화 정책의 지향성과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사회적으로 다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지 20여 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제도적 차원에서 성숙이 일어나지 못한 이유는 다문화주의에 대한 깊은 철학적 고민과 면밀한 성찰이 부재한 가운데 외국에서 발달한 다문화주의를 급하게 차용한 데 따른 부작용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나라 다문화 가족 정책이 지닌 협소함을 인지하는 것이 해결의 첫 실마리를 제공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또한 국내에 체류 중인 다양한 이주자들을 포용하는 정책으로서의 방향 재설계가 필요하다. 앞으로 외국인의 수가 증가하고 이주민의 유형도 다각화될 것이므로 지금의 협소한 프레임을 넘어서서 다문화주의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이민자 집단을 조금 더 포괄할 수 있는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종운 외국인 주민이 늘어나면서 ‘사회통합’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중앙부처의 필요에 의해 탑다운 식으로 하다 보니 피상적인 교육에 머물고 진전은 안 되는 것 같다. 가령 세계시민교육은 어떤 가치를 주입하자고 하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도 필요한 거다. 빈곤, 인종, 경제적 평등의 문제는 우리도 그 대상인데 마치 그 사람들을 위해 교육적인 것을 제공하면 되는 사람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같은 입장에서 필요에 따라 저절로 올라오게 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현장에서 느끼는 부분은 사회통합이 정책 따로, 사람들의 인식 따로 등 제각각인 것 같다. 지역 내 현안을 실질적으로 해결해 나가면서 서로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그 안에서 통합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내국인과 외국인, 다문화 가족이 접촉할 수 있는 고리들이 현실에서 많이 생기면 좋겠다.

사회 사회통합에 대한 여러 가지 방향을 이야기해 줬는데, 공통된 의견은 이들을 도움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지역사회에 녹아들도록 하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정책·제도적으로나 학술 단체, 실천 현장 등 우리 사회 각계 영역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므로 점진적으로 사회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좌담이 사회통합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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