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과 국가가 성장하고 강해지려면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이 아니라 문호를 개방하고 이질적인 것을 과감하게 받아 들여 영양가 많은 '비빔밥 조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조한익한국건강관리협회 회장
조한익한국건강관리협회 회장

조한익
한국건강관리협회 회장2009년 신종플루 때문에 모두가 전전 긍긍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플루는 어디서 튀어 나왔고 왜 그렇게 강한 전염력을 보였는가? 한마디로 답하면 사람의 균 유전자와 동물의 균 유전자가 섞여 탄생된 변종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잡종 균이 만들어 지면 전염력이 강해져 인간의 방어능력을 피해 심한 병을 일으킬 수 있다. 균의 입장에서 보면 생존하기 위하여 스스로를 변화시켜 변종(잡종)이 된 것으로서 섞인 것, 즉 잡종이 되는 것은 생존을 위한 변신이다.

섞인다는 의미의 잡(雜)은 흔히 보잘 것 없는 물건을 가리킨다. 여러 가지가 섞여 순수하지 않기 때문에 품질이 낮고 쓸모가 없다는 의미가 강한데 이는 잘못된 인식이다. '섞임'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존하면서 이차적으로 형성된 강건함과 다양한 능력을 잠재하고 있는 긍정적인 면을 가지고 있으나 우리는 그것을 간과하고 있다.

'비빔밥'은 가장 이상적인 건강식이며, 잡곡밥 또한 건강에 아주 좋다. 잡초가 생명력이 강하듯이 '잡종 강세'라는 생물학적 현상이나 합금이 강한 것도 잡의 강점을 말한다. 전 세계로부터 온갖 잡다한 인종들이 모여 사는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가 되었고 우리 민족의 우수함도 순수혈통이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다양한 종족들이 한반도에 들어와 조화롭게 다투면서 섞여 살아 왔기 때문이다. 남남 북녀(南男 北女)도 섞임을 통하여 건강하고 우수한 종족을 유지해온 조상들의 현명한 속설이다. 이런 면에서 최근 우리나라에 국제결혼이 많아진 것은 우리 민족의 장래에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할 것이며, 그들의 자손 중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나와 우리 민족과 사회에 활력을 불어 넣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이 잡(雜)을 강하게 만드는가? 이는 구성원들끼리와 주위 환경과의 왕성한 상호작용으로 큰 힘을 내기 때문이다. '상호작용'으로 발생되는 힘은 생물체의 최소 단위인 세포의 생존 뿐 아니라 단체나 사회를 유지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잡(雜)에서는 그 특성상 더 큰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이에 따라 큰 힘을 내게 된다. 또한 구성의 다양성 때문에 외부와의 관계에서도 다양한 대응을 할 수 있어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민족과 국가, 단체와 가정, 개인이 성장하고 강해지려면 순수함을 유지하기 위해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이 아니라 문호를 개방하고 이질적인 것을 과감하게 받아 들여 '섞인 사회' 즉 영양가 많은 '비빔 밥 조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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