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莊子)가 노(魯)나라의 애공(哀公)을 만났다. 애공은 "우리 노나라에는 유학자가 많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장자는 "노나라에는 유학자가 적다."고 대답했다. 애공은 기분이 몹시 상했다.

장자(莊子)가 노(魯)나라의 애공(哀公)을 만났다. 애공은 "우리 노나라에는 유학자가 많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장자는 "노나라에는 유학자가 적다."고 대답했다. 애공은 기분이 몹시 상했다. "노나라 사람 전부가 유복(儒服)을 입고 다니는데 어찌해서 유학자가 적다고 하시오?" 이에 장자가 대답하기를 "듣건데, 유학자가 둥근 갓을 쓰는 것은 천문(天文)을 안다는 뜻이고, 모가 난 신을 신는다는 것은 지리(地理)를 안다는 뜻이며, 오색 실로 '결'이라는 구슬을 꿰어 허리에 차는 것은 일에 임해서 결단한다는 말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하였다.

굴신(屈身)함이 없는 장자의 말이 이어졌다. "군자로서 참으로 도를 체득한 사람은 반드시 그러한 복장을 하지 않고, 그러한 복장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도를 아는 자가 아닙니다." 장자 전자방편(田子方篇)에 나오는 이 우화는 '속이 충실한 사람은 굳이 겉을 꾸며 드러내지 않는다.'는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장애인은 수용의 대상이 아니다

장애인을 위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좋은 시설의 장애인복지시설이 여러 곳에서 새로 문을 열고 있으며 장애인을 위한 정책적 배려도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기업들도 장애인을 위한 지원에 동참하여 이미 실질적인 결실을 이루어낸 사례도 있다. 지난 6월 4일에는 SK C&C가 경기도장애인정보화협회와 공동으로 성남시에 장애인들을 위한 정보기술(IT)교육센터인 '장애인정보화교육원'을 개관했다.

SK C&C는 앞으로 장애인 취업 대비 웹디자인 전문가과정을 개설하고 다양한 커리큘럼을 통하여 장애인들의 IT학습 및 취업을 도울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단한 의욕이며 실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향후의 운영이다. 건물 외관의 치장보다 그 내부의 운영에 만전을 기함으로써 장애인을 위한 실질적 지원이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최첨단의 훌륭한 시설을 갖는 일은 정상인들도 누리기 힘든 호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장애인을 위한 호사가 장애인을 슬프게 할 수도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정작 장애인은 그들만을 위한 특별한 배려를 원치 않는다. 다시 말하면 장애인은 그들을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특수한 대상'으로 구분지어 대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 것이다. 편의를 앞세운 기계적 관리는 경직된 명령체계를 동원하게 되며 이는 결국 장애인을 우리와 함께 사는 이웃이 아니라 수용의 대상으로 분류해버리는 치명적 실패로 귀결된다.

프랑스 파리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정도의 거리에 '아르슈(Arche)'라는 작은 시골마을이 있다. 정신지체인들과 자원봉사자들의 공동체가 있는 곳이다. '아르슈' 사람들의 생활은 여느 동네의 사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농사를 짓고 공예품을 만드는 일 등을 하면서 살고 있다. 이곳에는 정상인, 정신지체인의 구별이 없다. '아르슈'의 정신지체인들은 수용되어 있지 않다. 그들은 각기 독립주택에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한 가족으로 살아간다. 따로 관리하는 사람이나 명령하는 사람도 없다. 단지 각자 맡은 일이 있을 뿐이다. 정상인이든, 장애인이든, 자원봉사자이든 누구나 동등한 위치의 한 가족이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구성원의 한사람이다. 아르슈공동체의 가족들은 자신들이 매우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화장에 익숙한 시대에 살고 있다. 화장(化粧)의 속성은 원래의 모습에 자신이 없을수록 색조가 짙어지고 감추고 싶은 것이 많을수록 술법이 현란해진다. 보이지 않는 내면을 채우는 수고보다는 둥근 갓 하나 걸침으로써 천문학자연하고, 모가 난 신을 신는 것으로 지리의 전문가연하는 쉬운 길을 찾는 것이 곧 화장인 것이다.

참복지는 공동체를 이루는 것

유복을 입었다고 다 유학자가 아닌 것처럼 양복 상의에 선진복지의 어깨띠 하나 두른다고 아무나 참복지를 구현할 수는 없는 일이다. 화장을 지운 맨얼굴로 장애인과 '함께 사는 우리'가 될 때 최신시설의 장애인복지관은 '부담스러운 호사'에 머물지 않고 열린 광장으로 기능할 수 있다.

위의 장자와 애공에 관한 우화의 결말은 이렇다. 장자가 애공에게 기발한 제안 하나를 내어 놓았다. "노나라에는 유학자가 적다는 제 말을 믿지 않으신다면 임금님께서는 전국에 명령을 내려, '유교의 도를 알지 못하면서 유복을 입는 자는 사형에 처한다'고 하십시오." 애공은 장자의 건의를 받아들였고 명령을 내린 지 닷새 만에 노나라에는 감히 유복을 입는 자가 없었다.
저작권자 © 복지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