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 쌀단지가 화제라고 한다.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의 한 쌀가게 주인이 자신의 가게 앞에 내놓은 쌀단지 이야기이다. 끼니를 굶는 동네 사람들을 돕기 위하여 쌀을 가득 채워 놓고 누구든지 마음대로 퍼가도록 해두었다. 쌀이 줄어들면

요술 쌀단지가 화제라고 한다.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의 한 쌀가게 주인이 자신의 가게 앞에 내놓은 쌀단지 이야기이다. 끼니를 굶는 동네 사람들을 돕기 위하여 쌀을 가득 채워 놓고 누구든지 마음대로 퍼가도록 해두었다. 쌀이 줄어들면 가게 주인이 채워 넣었다.

그런데 얼마 후에는 쌀을 사러온 동네 사람들이 자기가 산 쌀의 일부를 이 단지에 붓고 가는 일이 생겼다. 그 다음부터는 쌀가게 주인이 쌀을 채우지 않아도 이 쌀단지는 비지 않고 늘 채워져 있었다. 그래서 '요술 쌀단지' 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옛날 경주 최부자집에서 쌀뒤주에 밖으로 구멍을 만들어 놓고 어려운 사람들이 언제든지 쌀을 퍼갈 수 있도록 했다는 이야기와 비슷하다. 최부자집이 당대의 인심을 얻었듯이 이 쌀가게 주인도 화제의 주인공이 되었다. 쌀가게 주인의 선행과 이름모르는 동네 주민들의 선의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이웃사랑에 바탕을 둔 자발적 자선행동은 인간 본성의 하나이다. 인류역사와 함께 오랜 관행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사는 존재이다. 이웃에 누가 어려움을 당할 때 측은하게 생각하고 동정이나 연민의 정을 느끼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거지들이 모여 사는 집단촌에 가보면 거기서도 이웃에 아픈 사람이 생기면 어렵게 동냥해온 돈으로 치료비에 보태라고 도와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자발적 자선행동은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에 마음에서 우러나 순수하게 표현되는 경우도 많다. 연말연시 이웃돕기 성금을 모아보면 굳이 이름을 밝히지 않고 거액을 내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남의 나라의 외딴 섬에 와서 한 평생 한센병환자를 돌보고 있는 자원봉사자를 보면 이러한 자발적 선의의 극치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발적 자선행동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최부자집의 인심이 그렇게 좋았지만 당시에 거지는 끊이지 않았다. 의사가 자선으로 인술을 베푸는 경우가 많았지만 돈이 부족해서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람도 많았다.

한편 현대사회의 문제는 인간의 자발적 선의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만큼 복잡해지고 있다. 사회공동체의 규모가 커지고 문제의 양상도 다양해지고 있다. 순수한 인간의 선의가 왜곡되어 이용되는 경우도 많다. 장애인들이 생산한 물건이라고 사달라고 해서 사주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장애인을 이용한 것임을 알고 속았다는 이야기를 흔히 듣는다.

선의의 행동도 복잡한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다. 자신의 이기심을 채우는 인센티브가 되기도 하고, 자신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제도적 사회복지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사회복지도 이웃사랑의 철학에 바탕을 둔 것은 마찬가지이다. 다른 것은 국가나 사회가 제도적으로, 조직적으로, 전문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인간의 자발적 행동의 한계를 공식적인 행동으로 극복하려는 사회적 노력이다.

우리사회에 진정한 사회복지가 완성되는 때는 인간의 자발적 선의와 함께 제도적 사회복지가 합리적으로 발달하여 '요술 쌀단지'가 요술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사회공동체의 구석구석에 꽃을 피울 때일 것이다.

차흥봉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저작권자 © 복지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