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아, 너 자꾸 그러면 컴퓨터 그냥 끈다. 그렇지. 자, 하나 하나 써볼까. 일, 이, 삼… 어, 또~. 오늘은 특별히 잘해야 된단 말이야. 기자 아저씨 오셨거든. 깔깔깔…"

"현진아, 너 자꾸 그러면 컴퓨터 그냥 끈다. 그렇지. 자, 하나 하나 써볼까. 일, 이, 삼… 어, 또~. 오늘은 특별히 잘해야 된단 말이야. 기자 아저씨 오셨거든. 깔깔깔…"

현진이와의 1대1 수업이 진행되는 오후 4시. 오전 9시부터 쉬지 않고 이어지는 수업에 지칠대로 지쳤을 법도 하건만 조기특수교육을 실시하는 강지현 팀장과 발달장애아동 현진이(가명)의 수업은 진지하면서도 또 마치 즐거운 놀이같다.

"발달장애아동의 경우가 사실 가장 어려운 부분이에요. 교육효과가 금방 드러나는 게 아니거든요. 더구나 취학 전 아동에 대한 복지관 내에서의 특수교육 기간은 2년에 불과하죠. 그래서 아이가 작은 퍼즐이라도 하나 맞추거나 블록이라도 쌓는 날은 그야말로 하늘을 날아오를 듯 짜릿합니다."

선천적으로 왜소증장애(지체장애 2급)를 안고 태어난 강지현 팀장(30·여). 특수교육 대상자였을 그런 그녀가 이처럼 특수교육 교사로 나선 것부터가 사실 역설적이다.

하지만 강지현 팀장에게 있어서 장애는 애초부터 장애가 아니었다. 일상생활은 물론 남들과 똑같은 일반 학교를 다니면서도 결코 주눅들거나 스스로 움츠러듦 없이 씩씩하게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왔던 것.

"내가 지체장애인이니까 지체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를 위해서 특수교육을 전공하자, 솔직히 이런 것은 아니었어요. 제 자신이 지체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의기소침했던 적은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겪을 수밖에 없었던 이런 저런 경험들을 100% 이상 살리라는 하늘의 뜻, 곧 운명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강지현 팀장의 이러한 가식 없는 답변은 실제 그대로였다. 아이를 맞이하고, 가르치고, 배웅하고, 또 보호자에게 그날의 수업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는 모습들은 그녀가 장애인 교사라서 돋보이는 것이 아니라 아동을 이해하고 사랑하고 또 연구하는 전문가로서 돋보이게 했다.

하지만 강지현 팀장에게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학에서 특수아동교육학을 전공하고 첫 직장이었던 어린이집에서 특수교육교사로 근무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체장애 1급인 아버지의 오랜 와병 간호를 맡던 어머니가 골반과 무릎연골 파열로 큰 수술을 받게 된 것이다.

강지현 팀장은 과감히 첫 직장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부모님 간호에 전념했다. 강 팀장의 효심에 하늘도 감복했는지 부모님의 병세는 점차 호전됐고, 그녀는 다시 지금의 전주장애인복지관에 50여명의 발달장애아동들을 위한 물리치료, 심리치료, 언어치료, 작업치료, 조기특수교육을 총괄하는 의료교육재활팀장으로 발령받았다.

발령 이후 그녀의 친화력은 리더로서의 자질 부분에서도 발휘돼 복지관 내 팀원들의 단결력과 융화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다.
"경험을 더 쌓게 된다면, 무의탁어르신들과 버려진 장애아동들을 가정의 울타리안에 하나로 맺어주는 일을 추진해보고 싶어요.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요. 그래서 오늘 더 열심히,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지금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장애요? 그건 마음에 있는 것 아닌가요.' 무언으로 표현하는 강지현 팀장의 이 씩씩하고 당당한 외침이 여러 사람들을 감염시키는 행복의 바이러스가 되어주기를 기대해본다.



왜소증장애 딛고 일어서 특수교육교사로 활동해
지체장애 부모님을 돌보기 위해 직장 그만두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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