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제도가 도입된 지 20주년이 됐다. 우리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자부심과 소명의식으로 전국에서 활동하는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1987년 49명으로 시작해 이제 1만여명에 이른다.

올해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제도가 도입된 지 20주년이 됐다. 우리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자부심과 소명의식으로 전국에서 활동하는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1987년 49명으로 시작해 이제 1만여명에 이른다.

읍ㆍ면ㆍ동사무소 행정기관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복지정책을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최일선의 '복지일꾼'이다.
어느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하루를 뒤쫓아보며 그들의 애환과 고민, 보람 등을 들여다본다.

● 08:30
충남 논산시 부적면사무소에 근무하는 심윤무 씨(31). 사회복지전담공무원 공직에 입문한 지 올해로 3년이 조금 넘은 새내기다. 남들은 공무원이 됐으니 '칼 출근 칼 퇴근'하겠다며 부러워하지만 지난 3년간 그런 날은 손에 꼽는다.
출근 시간 30분 전에 사무실에 도착한 심 씨는 우선 전자문서시스템에 접속하고 노인돌보미, 차상위장애인 등과 관련된 공문 5건을 접수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 09:00
오전 9시가 넘기 무섭게 방문민원이 줄을 잇는다. "저소득보육료 감면받으러 왔습니다." 우선 사회복지상담실로 안내해 상담을 시작한다. 간단치 않다. 자산조사부터 시작해야 한다. "밭과 논은 있습니까? 집은 자가인지요? 월세에요? 자가용은 있습니까?"
연세 드신 어르신이라 신청서 작성부터 청구서류까지 일일이 챙겨드려야 한다. 오늘따라 할 일이 많아 마음이 더 바쁘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심윤무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하루 일과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방문민원 처리는 그 중 가장 기본적인 업무 중 하나이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심윤무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하루 일과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방문민원 처리는 그 중 가장 기본적인 업무 중 하나이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심윤무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하루 일과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방문민원 처리는 그 중 가장 기본적인 업무 중 하나이다.
● 09:30
면담이 끝나자마자 결코 반갑지 않은 손님이 들렀다. 일면식이 있는 행려자다. "저 제가 길을 잘못 들어서 길을 잃어버렸는데요...차비 좀..." 술냄새가 솔솔 풍긴다. 엊그제도 비슷한 사람이 찾아와서 인근 역까지 데려다 줬다. 물론 한 두 번 있는 일이 아니다. 오늘은 도저히 그럴 여유가 없는 날이다.
적당히 달래서 잘 찾아가도록 안내하고 돌아서니 이내 뒷통수로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 쏟아진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마음을 달래고 '오늘도 참자'고 다짐하는 심씨.

● 09:40
본격적인 업무는 비로소 시작된다. 공공근로 사업장 배치와 노인일자리 사업 어르신 환경정비 감독에 이어, 오전 안에 추석 연휴를 맞아 위문품 경비 산정과 노인대학 문서지원, 그리고 저소득 아동 급식대상자에게 지급할 상품권 분류 업무를 끝내야 한다.
장애진단의뢰서 신청도 점심시간 전에는 마무리해줘야 한다. 그러고보니 출근하고 여태 커피 한 잔을 못 마셨다.

●12:30
점심이 끝나게 무섭게 전화기가 울려댄다.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장애인, 경로연금대상자, 교통수당 대상자들의 전화다.
"생계비가 언제 나오죠?" "왜 저번달보다 훨씬 적게 나왔어요?" "장애수당은 얼마예요?" "아, 네. 교통수당은 분기마다 지급되기 때문에 그렇구요. 선생님 세대는 부양의무자 등의 부양비 증가로 인해서 그렇습니다." "아니 옆집 OOO 누구누구 네는 우리랑 가족이 똑같은데, 이상하잖아요!" "아니요 그게 아니구요..."
설명을 아무리 해도 알아듣지 못한다. 결국엔 또 일일이 출장을 가서 통장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민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13:30
차상위 장애인, 노인돌보미, 사회복지혁신서비스(저소득아동, 결혼이민자가정 학습지 지원) 등 민원신청이 계속된다.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숨 돌릴 틈이 있어야 하는거다. 매달 20일이 되기 전인 15일이면 국민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게 주어지는 각종 급여와 수당을 주기에 여념이 없다.
요즘에는 좋은 복지시책을 찾아 지자체를 옮겨다니는 이른바 '복지유민'이 부쩍 늘었다. 수급자, 장애인, 보육료대상자 등 복지전산망을 통해 등록된 수급권자는 전출입시 관련 공문과 서류를 보내야 한다. 우표 붙이는데만 30분 이상이 소요됐다. 추석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오늘따라 민원인이 몰려든다. 점심 때 급하게 먹은 설렁탕이 영 소화가 안 된다.

마을화재 뒷처리도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긴급지원에 필요한 서류작성 및 임시거처를 마련하는 것도 심씨의 몫이다.
마을화재 뒷처리도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긴급지원에 필요한 서류작성 및 임시거처를 마련하는 것도 심씨의 몫이다.

마을화재 뒷처리도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긴급지원에 필요한 서류작성 및 임시거처를 마련하는 것도 심씨의 몫이다.
●15:30
엎친데 덮친격으로 큰 건이 터졌다. 마을에 화재가 났다는 연락이다. 서둘러 현장에 달려가보니 주택내부가 반파됐다고 피해주민은 심씨를 붙들고 도움을 청한다.
우선 대한적십자가에 연락해 구호물품을 요청하고 긴급지원 및 공동모금회 서류 작성을 통해 상신한다. 마을회관 및 경로당에 거처를 마련해 주는 것도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인 심씨의 일이다.

●16:30
현장에 나간 김에 홀로 사는 어르신댁 몇 군데에 들러 근황을 여쭤본다. 출장길에 방문하지 않으면 지역이 넓다보니 자칫 다음 방문 때까지의 기간이 길어진다.
쓰레기 봉투와 급식상품권까지 나누어주고 사무실로 돌아오니 장애인복지카드 및 묘지관련 매장 개장 신청이 들어와 있다. 일을 미루면 다음날 더 고생스럽다. 부랴부랴 처리할 수밖에...

현장에서 어르신을 돌아보는 심씨.
현장에서 어르신을 돌아보는 심씨.

현장에서 어르신을 돌아보는 심씨.
●18:00
퇴근시간이 오히려 고마울 때가 있다. 실제 퇴근해서가 아니다. 민원인이 없다보니 업무 처리를 위한 조사에 전념할 수 있어서다. 지금부터 신규 수급자 및 자산조사를 필요로 하는 수당에 대한 지침을 펴고 기준에 적합한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지난 7월 주민복지 전달체계가 개편 이후 책꽂이에는 숙지해야 할 지침서가 20권을 넘겼다.
인력은 그대로인데 업무는 가중됐다. 하루종일 커피를 못 마셨다는 생각이 났다. 종이컵에 인스턴트 커피 믹스 한 봉을 털어넣고 뜨거운 물을 붓는다. 인공적이지만 자극적인 커피향이 지친 심신을 위로한다.

● 20:30
어느새 8시를 훌쩍 넘겼다. 피로가 몰려와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어 컴퓨터 전원을 끈다. 문득 과중한 업무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을 그만뒀다는 선배 이야기가 생각났다. 이미 어두워진 창밖을 보니 수급자 자격이 중지된 어떤 이가 "밤길을 조심하라"고 했던 위협도 떠오른다.
몇 일 전 혼자 사는 '우리 사회복지사 준다'며 한 어르신이 가져다 준 참기름이 눈에 띈다. '작은 한 방울로 음식을 고소하고 향기롭게 하는 참기름이 되자'고 스스로를 위안하는 심씨. 어느새 짙은 어둠이 몰려온 길 위를 그는 뚜벅뚜벅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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