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지원제도'의 도입논의가 한창이다. 긴급지원제도란 사회적 취약계층이 실직이나 파산 등으로 인해 일시적인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거나 가정폭력, 유기, 방치 등으로 위기상황에 직면한 경우 이를 인지한 행정기관이 신속하게 상황에 대처하여 선보호를 행하는 제도로서 제한된 기간 동안만 지원하는 사회적 안전망이다.

최근 공청회(2005. 3. 28)에서 제시된 안에 의하면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긴급지원제도의 주요 내용은 첫째, 신속한 지원을 위해 시군구에 긴급지원 전담부서를 신설하여 업무를 전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밖에 긴급지원제도의 부가적 전달체계로서 콜센터의 활용, 공공·민간의 협의구조를 통한 상시적 협력체계구축 등도 추진된다.

둘째, 긴급지원에 필요한 예산은 기초생활급여예산의 일정범위 내에서 운영하고, 집행 후 정산하는 방안과 별도의 긴급지원예산을 편성하여 집행하는 방안 중 별도예산편성안이 1차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셋째, 긴급지원 내용은 생계비를 지급하는 현금지원, 의료 및 주거를 제공하는 현물지원, 시설입소·상담 등의 서비스 지원을 모두 포함한다.

넷째, 지원기간은 1개월 단위로 총 4개월까지 연장지원이 가능하며, 1년 이내에 동일상황이 2회 이상 발생하면 기존제도로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다섯째, 허위 혹은 부정한 방법으로 긴급지원을 받았을 경우에는 지원한 비용을 환수할 것을 예정하고 있다.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긴급지원제도에 대하여 도입의 타당성과 제도내용면에서 대체로 수긍이 간다. 무엇보다 사회변화의 속도가 날로 빨라지고, 양극화 현상이 각 방면에서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에 처한 취약계층의 발현 양태도 과거와 달리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으므로 위기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권능을 행정기관에 부여하는 긴급지원제도의 도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제도설계와 도입에 있어 좀더 꼼꼼히 살펴봐야 할 점들도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긴급지원제도와 기존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긴급한'상황에서 '한시적·예외적으로'보호하는 것이 긴급지원제도이고, 보다 일상적인 상황에서 지속적·상례적으로 보호하는 역할은 기초보장제도가 수행하는 것으로 일단 정리될 수 있지만 '긴급성'여부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매우 주관적일 수 있어 양제도간의 구분이 쉽지 않을 것이다.

원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최후의 사회적 안전망으로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긴급지원제도의 역할을 담당할 것이 기대되고 있는 제도이므로 상당 부분 두 제도간에 대상과 역할상의 경합과 이에 따른 문제점 발생이 예상된다.

만약 긴급상황으로 처리되는 것이 일상적인 상황으로 처리되는 것에 비해 혜택이 있을 경우 긴급상황 신청이 남발될 가능성이 있고, 이것은 결국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훼손을 가져올 것이다. 이러한 문제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긴급상황의 범주와 지원기간을 최소화하고 가능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의해 보호를 받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공청회 자료에 제시된 잠재적 긴급구호 대상자의 범위는 지나치게 넓게 상정된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비수급빈곤층 194만명, 차상위층 155만명 도합 349만명을 잠재적 긴급구호 대상자로 상정하는 것은 긴급지원제도의 속성인 '예외성'과 배치된다. 비록 잠재적인 대상자로 분류하고 있지만 전인구의 8%에 해당하는 거대한 규모라면 긴급지원이 아니라 정규적인 지원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옳다.

또한 기초자치단체에서 행한 56만7000건의 자체 지원사업을 포함하여 2004년 일년간 있었던 각종 추가적인 지원사업 73만8737건을 모두 긴급지원사업으로 인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 수치는 70여만 가구에게 급여를 주고 있는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례수보다 많은 것으로서 만약 추가적인 지원사업을 모두 긴급지원제도에서 다룬다면 긴급지원제도는 더 이상 긴급한 상황에 대처하는 한시적 지원제도가 아닐 것이다.

끝으로 긴급지원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야기된 원인 중의 하나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운영의 경직성에서 비롯된 것임을 감안하면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보다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일선 실무자에게 보장의 필요성 인정과 보장방법의 선택에 있어 보다 많은 재량권을 부여함으로써 위기에 처한 취약계층을 가능한 기초보장제도로 끌어들이는 것이 요망된다.

박능후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존 제도와의 조화가 관건
기초생보제의 탄력적 운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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