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ㆍ고령화가 사회의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하면서부터 가족친화적인 기업문화, 나아가 사회환경을 위한 법제화 방안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 법-제도 연구 활발

지난해 여성가족부는 두 건의 야심찬 연구보고서를 내놓았다. 강성태 한양대 교수를 연구책임자로 하는 '가족친화사회환경조성법 마련을 위한 연구'와 이화여자대학교가 연구를 수행한 '가족친화 기업모델 및 사례연구'.

두 보고서는 가족친화와 관련한 국내의 법과 제도를 살펴보고 국내외의 여러 사례를 조사한 것으로, 여성가족부는 이를 바탕으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가족친화사회환경조성법' 제정을 위한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가족친화'가 기업은 물론 사회환경 전반의 핵심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 5월 22일 열린 '가족친화우수기업 시상식 모습.
'가족친화'가 기업은 물론 사회환경 전반의 핵심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 5월 22일 열린 '가족친화우수기업 시상식 모습.

'가족친화'가 기업은 물론 사회환경 전반의 핵심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 5월 22일 열린 '가족친화우수기업 시상식 모습.
강 교수는 이 연구에서 '가족친화사회환경조성법'의 목표를 '가족친화적인 근로환경, 마을환경 및 방송ㆍ통신환경'으로 정의하면서 "가족친화 사회환경은 궁극적으로 고용에서의 성차별 원인을 약화시키고 저출산ㆍ고령화 사회에 효과적으로 대비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건전한 유지 발전 및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인증제 도입-세제 혜택

두 보고서에 이어 올해 1월 22일 김기현 의원(한나라당)이 대표발의한 '가족친화기업 촉진에 관한 법률안'과 1월 31일 박영선 의원(열린우리당)이 대표발의한 '가족친화 사회환경 조성법안'은 가족친화를 법으로 규정하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의 장을 제공했다.

기업의 힘! 가족 곁으로
기업의 힘! 가족 곁으로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김기현 의원안의 경우 가족친화적인 경영환경체제를 갖춘 기업을 가족친화기업으로 인증하고, 이러한 기업에 대해서는 경비지원, 판로확대 지원, 조세감면 등의 혜택을 받도록 하고 있다.

박영선 의원안은 기업에 한정하지 않고 사회환경 전반으로 그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데, 가족친화 직장환경 조성사업, 가족친화 마을환경 조성사업, 가족친화 문화조성 사업을 추진하도록 하는 한편, 탄력근무제ㆍ육아지원제도 등을 도입 확대하고, 가족친화지수를 개발해 기업과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측정하도록 했다. 또 기업이나 마을에 대해 가족친화 인증을 실시해 인증을 받은 기업에게는 우선 구매 촉진과 조세 및 부담금 감면 등의 혜택을 부여토록 했다.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도 최근 한 인터뷰에서 "'가족친화사회환경조성법안'을 제정해 보육시설 운영과 육아휴직 활성화 등에 적극적인 기업에게는 세금과 금융 혜택을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저출산ㆍ고령화 해결 도움

이 같은 법 추진 방침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효선 중앙대교수는 최근 열린 '가족친화 관련법 제정에 관한 공청회'에서 "가족친화적인 직장환경으로서의 전환이 오히려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기업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많은 선진국에게 증명된 것"이라며 "기업 및 근로자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가 경제가 당면한 저출산 고령화 문제의 해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소현 서울대 교수는 박 의원의 '가족친화 마을환경' 조성과 관련, "그동안 우리나라는 부동산적 증식가치가 주도하는 주거문화를 거쳤으나 법에서는 가족이라는 구체적 대상을 위하여 다양한 가족구성원들의 공동체적 배려가 깃든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주환경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힘! 가족 곁으로
기업의 힘! 가족 곁으로

■ 재계는 신중

하지만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기업 입장에서 가족친화 정책을 마냥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황인철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팀장은 "일과 삶의 균형은 근로기간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생애 전단계의 균형을 모색할 필요가 있는데, 이 때문에 기업의 책임만을 강조할 사항은 아니다"라며 "이미 많은 기업들이 가족친화적인 제도들을 자율적으로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만큼 기업내 가족친화적 환경 조성은 어디까지나 개별기업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시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가족친화 인증기업에 대한 공공기관의 우선구매 조항은 그 실효성이 의심된다"며 "시장질서를 교란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가족친화제도로 유명한 유한킴벌리의 김혜숙 수석부장도 "가족친화제도는 기업경쟁력의 필요조건은 될 수 있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며 "현재 제시되고 있는 가족친화제도가 대기업 중심사고이며, 중소기업과의 양극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가족친화사회환경조성법은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집중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법이 탄생해 기존 사회환경에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지, 아니면 의욕만 앞세운 찻잔의 태풍에 그칠지 지켜볼 일이다.
저작권자 © 복지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