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혁신 바람이 일고 있다. 경제계의 기업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사회복지계에서 서서히 불어오고 있는 바람이다.

■ '경영변화 필요하다' 94%

국제노동기구 ILO는 컨설팅에 대한 정의를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있어서 경영업무상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새로운 기회를 발견ㆍ포착하고, 학습을 촉진하며, 변화를 실현하는 관리자와 조직을 지원하는 독립적인 전문 자문서비스'로 정의한다.

이 같은 서비스의 필요성은 이미 사회복지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다.

지난해 서울복지재단이 '사회복지시설 컨설팅 시범사업'에 앞서 서울시 사회복지시설 371개소에 근무하는 670명의 시설장과 국장급 관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시 사회복지시설 경영 실태 및 표준 경영 모델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46%가 경영상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경영마인드 도입을 통한 복지시설 경영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전체의 94%나 된 것으로 드러났다.

즉 이미 현장에서부터 기존의 주먹구구식 운영을 탈피한 새로운 경영 체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형구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더 이상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주장만으로는 비영리조직이 존립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비영리조직은 이제 자원의 효율적이며 효과적인 배분, 그리고 주어진 자원의 효율적 사용이라는 당면 과제를 안고 있다"고 경영컨설팅의 필요성과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 바야흐로 사업 본격화

사회복지분야에서 사회복지시설 경영컨설팅 사업을 본격적으로 주도하기 시작한 것은 서울복지재단이다.

서울복지재단은 2005년 '경영컬설팅 매뉴얼' 개발을 기점으로 2006년 '사랑장애인단기보호시설', '햇빛동산 장애인주간보호시설', '도봉실버센터' 등 3개 기관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정식 사업을 실시한다.

이미 신청을 마감한 서울복지재단은 약 2개월간 매주 2-3회 기관을 방문하여 인적자원, 재정회계, 시설관리, 이용자 관리 등 시설 전반에 대한 진단과 실행계획 등을 수립하게 된다.

최근 법정단체로 새롭게 출발한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도 적극적이다. 인력개발원측도 지난 4월 2일부터 13일까지 노인복지관, 아동복지이용시설, 지역복지이용시설 등을 대상으로 시범컨설팅사업을 위한 참가기관 신청접수에 들어갔다.

김진아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연구원은 "지방까지 확대해달라는 요구가 많아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 인천, 충청권으로 지역을 확대했다"며 "장기적으로 2010년까지 '컨설팅센터' 설립을 목표로 지속적인 사업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람중심경영'이라는 뉴패러다임을 개발, 확산시키고 있는 한국노동연구원 산하 뉴패러다임센터은 시설 종사자의 근무제도 개선과 평생학습체계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사회복지 경영컨설팅에 접근하고 있다.

뉴패러다임센터는 2005년 9월 소망재활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말까지 총 9개 사회복지기관의 컨설팅을 완료하였고, 현재도 3개 기관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25일 열린 뉴패러다임센터 3주년 기념 세미나에 참석한 최수찬 연세대 교수는 "근무제도 개선과 평생학습체계 구축을 병행하여 근로자의 일과 삶의 균형, 경쟁력 확보, 좋은 일자리 유지 및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뉴패러다임센터의 컨설팅 사업은 사회복지부문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며 "컨설팅을 요청하는 사회복지기관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할 때, 향후 사회복지분야에서 뉴패러다임 컨설팅의 필요성은 더욱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정부-민간단체는 성과계약

컨설팅까지는 아니지만 업무의 효율성과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하려는 움직임은 정부와 사회복지 민간단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는 현재 톱다운 방식, 즉 총액배분 및 자율편성 방식에 따라 재원의 전략적 배분을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성과관리 및 자율평가 체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는 산하기관 및 민간단체에도 그대로 적용돼 보건복지부만 하더라고 재정사업의 목표와 성과지표를 설정하여 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예산 편성에 반영하는 성과계약제도를 도입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지난해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대한노인회, 대한적십자 등 보건복지분야 18개 기관과 21개 사업에 대해 성과계약을 맺고 재원의 효율적 관리 및 재정집행의 투명성 제고 파악에 나서고 있다.

■ 제대로 뿌리 내릴까

경영컨설팅 붐이 사회복지 전반에 확산될 것이냐에 대한 질문에는 사실 아직 물음표가 붙는 것은 사실이다.

경영컨설팅에 있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내부공개가 자칫 '치부'로 읽히지 않을까 하는 염려는 물론 초기사업 자체의 수도권 집중이라는 한계가 존재하고 있다.

더구나 이제 막 시범사업 수준 단계를 벗어나 제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가시적인 효과가 드러나기까지에는 적지 않은 시간과 인식의 변화가 요구된다.

하지만 이미 가야할 길은 분명한 것 같다.

서울복지재단 윤희숙 박사는 "경영컨설팅 그 자체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며 "다만 사회복지 조직이 현재 지역사회 안에서 얼마나 적절히 반응하고 경쟁력을 갖고 있는가의 여부를 파악하고 방안을 마련해나가는 기회로써 경영컨설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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