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은 새로운 국가정책과 더불어 과감한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 손 쓸새 없이 늘어났다
다문화가족이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면서 이에 따른 정책과 인식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다문화가족이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면서 이에 따른 정책과 인식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다문화가족이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면서 이에 따른 정책과 인식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다문화가족의 폭발적 증가는 외국인노동자의 국내 유입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1980년대 후반부터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1990년도 총 결혼건수는 39만 9312건으로 이중 국제결혼은 4710건(1.2%)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2000년에 들어서 34만 4030건 중 1만 2319건(3.7%)으로 늘어나더니, 급기야 2005년에는 31만 6375건 중 4만 3121건을 차지해 그 비율이 13.6%로 늘었다.

이는 국제결혼가정 2세의 증가로 이어져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재학중인 다문화가족 자녀는 2006년 3월 현재 총 7998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가뜩이나 단일민족임을 자랑하며 문화적 배타성이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저런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하나 둘 속출하기 시작했다. 특히 다문화가족를 이루는데 있어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이주여성들과 아동들의 경우는 그 문제가 심각하다.

정부가 3월 21일 발표한 '결혼이민자가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문화가족의 30%가 차별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들의 취학 자녀 중 11.5%가 따돌림 등으로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이주여성들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대표는 최근 한 세미나에 참석, "여성결혼이민자들에 대한 상습적폭력, 성적학대, 인격모독과 같은 인권침해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성장에 필요한 지지 부족과 보육시설 이용률 저하에 따른 언어발달 지체로 결국 학습부진과 성장장애로 이어지는 경우 많다"고 그들의 실상을 전했다.

■ 부랴부랴 대책마련 나서
다문화가족 문제 대처 역시 정부보다는 민간이 빨랐다.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한 이주민센터가 설립돼 이들의 지원에 나선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며, 최근에는 지역 복지관 등을 중심으로 '다문화가족캠프' 등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또한 다문화가족 지원 전문기관들이 차례로 문을 열고 있는데, 다문화국제교육연대는 '다문화 국제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기독교대한감리회는 다문화가정 지원을 위한 전국교회 네트워크인 가칭 '어울림센터'를 마련할 계획이다.

평택대학교도 '2006년 수도권대학 특성화 사업 대학'으로 선정되면서 지난해 8월 다문화가족센터(소장 김범수)를 설립하고 다문화가족을 위한 복지지원 전문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다.

정부도 늦은 감이 있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부랴부랴 대책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해 4월 '여성결혼이민자 가족의 사회통합 지원대책'을 만들어 발표했고, 교육인적자원부도'다문화가정 품는 교육지원대책'을 내놓으며 '우리는 생김새가 서로 같고, 같은 말과 글을 사용하는 단일민족'임을 강조하는 교과서의 개정을 약속했다.

여성가족부에서도 '다문화가족지원법',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 '국제결혼중개법' 등의 법 제정에도 나설 뜻을 밝혔으며, 농촌진흥청은 다문화가족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농촌 국제결혼가족의 삶의 애환 이해'라는 책자를 발간했다.

보건복지부는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여성 결혼 이민자 6000명을 대상으로 9월까지 무료 건강 검진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 순혈주의 고집 버려야
하지만 역시 문제는 다문화가족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6 사회통계 조사결과'에 따르면, 다문화가족을 위한 시급한 해결 과제로서 응답자의 30.6%가 '다문화가족 편견을 없애는 사회분위기 조성'(30.6%)를 꼽았다.

다문화가족을 오랫동안 관찰하고 지원한 전문가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순혈주의'의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한다.

박천응 안산이주민대표는 지난해 11월 열린 평택대 다문화가족센터 개소기념 세미나에 참석, "한국 사회도 이제 새로운 국민국가 형성에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해야 한다"며 "이주민도 대한민국 국가의 한 구성원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문화사회가 한민족 문화를 해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민족 문화의 창조적 계승발전의 동기가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다문화가족은 앞으로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처 손쓰지 못한 저출산ㆍ고령화 문제로 온 나라가 호들갑을 떠는 일이 다문화가족 문제에서 재발하지 않도록 보다 면밀하고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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