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완 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김수완 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지난 2023년 12월, 제3차 사회보장기본계획이 사회보장위원회와 국무회의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 확정되었다. 사회보장기본계획은 사회 보장 분야의 최상위 기본계획으로서 향후 5년간 사회보장정책의 추진기반을 제시하는 이정표라 할 수 있다. 또한 사회보장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은 현 정부의 사회보장 정책의 비전과 방향을 토대로 범부처 과제를 구체화해내는 작업이기도 하다.

기본계획의 주요 내용을 보기에 앞서, 복지국가 전략수립의 배경이 되는 정책환경에 대한 인식이 무엇인가를 살펴보는 것은 중요하다. 무엇을 어떻게 해결하고자 하는가는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보는가의 관점에서 이미 결정되기 때문이다. 제3차 사회보장기본계획은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복지수요와 사회적 부담이 동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 사회적 약자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새로운 취약계층이 대두되는 여건, 사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동시에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혁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상황에 주목한다.

그리하여 이러한 정책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보장의 과제를 크게 다음의 네 가지로 제시한다. △사회보장은 파편화된 개인에 대한 사회적 지지체계를 강화함으로써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복지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 △국가 주도의 사회보장 패러다임에서 민간이 서비스의 협력적 파트너로 참여하는 새로운 협력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 △지역 밀착형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중앙과 지방의 협력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점 △정책 효과성과 국민 체감도를 제고하기 위해 사회보장체계 전반에 대한 고도화와 함께 디지털 기술 활용 등을 통한 혁신을 지향해야 한다는 점 등이다.

이러한 정책환경에 대한 인식과 극복 방향에 기초한 ‘약자부터 촘촘하게,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라는 정책비전이 2023년 5월 이번 정부의 ‘복지국가 전략’을 통해 제시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번 사회보장기본계획에서는 정책비전을 위한 핵심목표로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약자복지 △누구나 누리는 양질의 사회서비스 △다음 세대와 상생하는 사회보장을 담고, 이를 토대로 15개 부처 협력을 통해 111개의 세부과제가 도출되었다. 

 

제3차 사회보장기본계획의 주요 내용과 특징

제3차 사회보장기본계획의 주요 내용과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적 약자를 강조한다는 점이다.(‘약자부터 두터운 복지’) 이에 대해 선별적 복지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와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약자부터’ 두터운 복지를 지향한다는 말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누구에게나 복지가 제공되는 보편적 복지의 개념을 포함하되 복지 확대의 우선 순위를 명확히 하는 표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즉, 굵직한 복지 급여들이 이미 보편적 혹은 준보편적인 방식으로 전 국민에게 적용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재원 투입과 새로운 정책적 관심의 ‘우선순위’를 강조하고 자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하여 구체적으로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선정기준을 높여 취약계층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하고, 최중증 발달장애인에 대한 맞춤형 1:1 돌봄체계를 구축하여 활동지원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노인과 장애인, 취약 아동과 청소년, 취약 위기가정 등에 대한 안전망을 강화하는 한편, 이번 기본계획에서는 사회적 고립과 정신건강 문제를 새로운 취약계층의 복지수요로 발굴, 지원함이 강조되고 있다.

또한 노동시장에 지속적으로 참여를 촉진하는 맞춤형 고용서비스와 직업훈련을 강화하고 상병수당 제도화를 지속 추진하며, 복지 사각지대 발굴체계를 강화하고 위기 시 긴급복지와 긴급돌봄 서비스를 확대한다.

둘째, 전 생애에 걸친 사회서비스 고도화이다. 사회서비스 고도화는 서비스의 양과 질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제3차 사회보장기본계획에서는 특히 사회서비스에 방점을 두고 있으며, 2023년은 제1차 사회서비스 기본계획이 별도로 처음 수립된 해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영유아, 아동과 청소년, 청장년, 노인과 환자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에 걸쳐 맞춤형 돌봄서비스와 건강·의료서비스, 정신건강서비스를 지원하고, 지역완결적인 필수의료체계를 구축하는 등의 수요 맞춤형 사회서비스 실현을 강조한다. 대표적으로는 간병서비스 모델 개발, 의료취약지의 비대면진료 제도화, 중증응급과 소아 등 필수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공공정책수가 도입, 소아응급의료체계 확충, 국민 누구나 전문심리상담 및 정신건강증진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전 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공급기반의 혁신을 통해 사회서비스 품질을 높이고자 사회서비스 품질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양질의 공급자 육성 기반을 마련하며, 이용자 중심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구축을 지향한다. 대표적으로 영유아교육과 돌봄의 일원화, 이른바 유보통합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며,선택권을 보장하고 주거, 일자리, 건강관리 등 필요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연계 지원하는 장애인 대상 자립 지원 시범사업, 개인예산제 시범사업 등이 새롭게 추진된다.

셋째, 사회보장체계 혁신이다. 초고령사회에 대응하여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국민연금 개혁을 비롯, 필수적인 보장을 중심으로 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내실화, 효율화를 도모하는 등 사회보험 합리화를 추진한다. 또한 부처간, 중앙과 지방정부간 협력적 역할분담을 통해 사회보장제도의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강조한다. 아동과 청소년의 교육과 돌봄을 연계하는 늘봄학교는 유관사업간 연계와 협력을 강화하여 이용자의 편의성을 개선하고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려는 통합관리체계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술기반으로 스마트 서비스를 확산하는 한편, 사회보장 행정체계를 고도화한다는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복지기술(welfare technology)과 디지털 헬스케어의 확산, 행정데이터 기반의 사회정책 수립 지원 등이 그것이다.

 

이제 문제는 이행이다

사회보장기본계획을 체계적이고 꼼꼼하게 잘 수립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를 통해 복지국가의 청사진을 멋지게 그려내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사회보장위원회는 많은 분들의 의견수렴과 비판을 듣고, 수정하고 보완하며 지난 1년을 꼬박 보냈던 것이다. 얼마나 ‘성공적인’ 사회보장기본계획인가에 대해서는 평가가 갈릴 수도 있을 것이다. 혹자는 기본계획에 담지 않은 내용들을 아쉬워하거나, 기본계획에서 더 길고 많은 정책 목록을 제시하지 않은 것을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더 중요한 것은 사회보장기본계획의 비전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선언한 방향에 맞는 구체적인 정책 실행으로 제대로 실현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따라서 이제부터 중요한 과제는 기본계획의 연차별 시행계획 수립과 지자체의 지역사회보장계획에 연계하는 작업, 그리하여 실제로 기본계획에 따라 충실히 정책들이 이행되는지 착실히 평가하여 환류해가는 것이다.

사회보장기본계획에 대한 성과평가는 국민에 대한 책임성(accountability)을 충족하고, 동시에 정책 이행을 위한 관리 기능(management function)이라는 이중적 목적을 추구하게 된다. 그리하여 각 제도들이 현장에서 어떻게 추진되고(산출지표), 국민의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지(결과지표)를 다차원적인 지표를 통해 상세히 점검하는 한편, 핵심 정책들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정책 환류를 통해 정책을 다듬어가고 제대로 실행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존에는 사회보장기본계획은 기획분과에서, 이에 대한 평가는 평가분과에서 각각 담당해 정책평가가 환류로 반영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번 사회보장위원회는 기획전문위원회와 평가전문위원회의 긴밀한 협력과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편, 사회보장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가장 크게 느껴진 것은 사회보장위원회가 다양한 부처들을 아울러 일할 수 있는 위상과 역할의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점이었다. 사회보장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정부부처는 다양한데, 위원회가 법적 권한이 없어 개별 부처들의 자발적 협조를 받아 일해야 하는 상황은 명백히 모순적이고 비효율적이다. 사회보장기본계획이 진정한 복지국가 전략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보장위원회가 총괄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법적 기반부터 마련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회복지 현장의 역할과 과제

기존 사회보장기본계획이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제도 중심으로 수립되고 추진되어왔다면, 이번 제3차 사회보장기본계획에서는 지역과 민간과의 수평적 협력관계가 강조되고 있다. 예컨대 중앙 정부는 전국적·통일적 기준이 필요한 급여를, 지방 정부는 맞춤형 서비스 중심의 상호 사회보장 역할 분담에 따른 수평적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간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또한 그동안 현장에서 민간이 수동적인 수탁자의 역할을 담당했던 것을 넘어서, 국가는 사회보장 공급체계의 총괄 관리자이자 중개자로서의 역할을 하되, 민간의 능동적 참여를 통해 서비스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민간을 새로운 협력적 파트너로 전환하고자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번 기본계획에서 핵심적으로 주목하는 사회서비스 공급 정책은 국가 또는 중앙정부의 역할 차원으로만 논의할 수 없으며, 유기적인 거버넌스 체계 하에서만 잘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요구되는 구체적인 상황에 비춰보면, 제3차 사회보장기본계획에서 언급하는 지역과 민간의 역할은 여전히 추상적 차원과 선언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사회복지 및 사회서비스 접근의 실체적, 실무적 한계를 명확히 도출하여 이를 보완하고 초고령화 시대에 사회복지 현장이 경험하는 구체적인 현상과 욕구의 변화를 사회서비스에 반영해 나가야 한다. 

또한 사회서비스 혁신을 이루기 위한 사회복지 현장의 진단을 통해 구체적인 상향식(bottom-up) 정책 제언을 도출하여 정책에 환류될 필요가 있다. 정책은 현장을 향해 손을 뻗고 귀를 열어야 하고, 현장은 정책에 구체적인 요구를 해야 한다. 양쪽의 협력적 노력을 통해 사회보장기본계획이 구체적인 현장에서 온전한 실천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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