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자 전 정무차관, 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김정자 전 정무차관, 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문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 끊임없이 논의되어온 해묵은 정책 어젠다이다. 0~5세 영유아의 돌봄과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온 지도 긴 시간과 다양한 목소리들이 이어져 왔고, 유보통합에 대한 찬반 논쟁도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드디어 2023년 12월 28일 「정부조직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2023년 제1단계로 중앙단위의 일원화를 준비하고, 2024년 제2단계로 지방단위의 일원화, 2025년 제3단계로 유보통합모델을 적용한다는 단계적 추진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2023년 7월 28일 ‘유보관리체계 일원화 방안’이란 의제로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관할하던 보육업무가 교육부로 이관된다는 의미이다.

오늘날 영유아 성장발달 과정에서 보육과 교육의 중요성은 한 사회, 한 국가 차원이 아니라 지구촌 공동의 연구과제로 강조되고 있다. 여성경제활동참가율 증가, 가족구조 및 기능 변화, 한부모가족 증가, 남녀 역할에 대한 기대와 인식 변화, AI 생활화로 인한 사회구조와 생활패턴 변화 등 다양하고 급속한 다측면의 변화 속에서 가족과 아동을 둘러싼 보육환경도 급격히 변화되어 가족의 아동보육 기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의 심각한 저출산 문제까지 대두되면서 보육기능의 공공화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영유아를 위한 보육과 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빈곤층 취업모를 위한 선별적 프로그램에서 모든 아동의 성장발달을 지원하는 보편적 프로그램이어야 한다는 당위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는 영유아의 건강한 성장발달을 위한 교육과 보육에 대한 국가의 공적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1991년 1월 「영유아보육법」이 제정되면서 정부는 보육사업 주관 부처를 보건복지부로 일원화하고, 탁아사업에서 보호와 교육을 통합한 ‘보육사업’으로 확대 발전시켜 왔다. 2004년 1월 「영유아보육법」 전면개정으로 ‘보육서비스의 다양화와 질적 향상’, ‘보육에 대한 공적 책임 강화’가 강조되었다. 같은 해 6월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보육업무가 복지부에서 여성부로 이관되어 보육서비스의 질적 수준 향상과 공공성이 강화되었다. 그 후 시설장의 ‘국가자격증제’ 도입, ‘보육시설운영위원회’ 설치 의무화, ‘보육시설평가인증제도’ 도입, ‘표준보육과정’ 마련 등 꾸준한 보육시설 운영의 책임성과 투명성이 강화되고, 영유아의 전인적 발달을 도모하는 보육 환경의 질을 높이려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그 후 보육업무는 중앙에서는 다시 복지부로 이관되었고, 지방에서는 시·도, 시·군·구가 예산 소관 및 지도감독 기관이 되어 왔다.

1982년 「유아교육진흥법」이 제정되면서 ‘유치원’과 ‘새마을유아원’(보육시설, 당시 주무부처는 내무부)을 함께 포함하면서 유아교육과 보육을 병렬로 명시, 영유아 교육과 보육의 중요성을 명시하고 있다. 유치원 취원대상을 4세부터 초등학교 취학 전 유아로 하고, 새마을유아원에는 4세 미만의 영아를 취원시킬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1991년 12월 31일 「교육법」 개정으로 유치원의 목적이 보육에서 교육으로 바뀌었고, 유치원 입학연령을 만 4세에서 만 3세로 낮췄다. 이후 유아교육의 공교육화가 이슈화되고 보육시설에서의 교육기능 강화가 강조되면서 유보통합 논의도 큰 정책이슈로 떠오르게 되었다. 1997년에는 교육개혁위원회가 김영삼 대통령에게 교육개혁안을 보고할 때,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유아교육체제 일원화 방안이 보고되고 통합 추진 논의가 있었으나 이해단체 간, 교육부와 복지부 간의 이해충돌과 논쟁으로 폐기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이원화되어 있던 유아교육과정과 보육과정을 공통과정인 ‘누리과정’을 제정해서 만 3~5세 유아들은 유치원, 어린이집 상관없이 동일하게 배울 수 있도록 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국무조정실 중심으로 ‘유보통합추진위위원회’를 가동하여 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을 위한 3단계 ‘유보통합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2014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할 목표를 세웠다. ‘영유아교육보육추진단’에서 12개의 추진과제를 설정하여 유보통합을 추진코자 했다. 당시 예산편성 논쟁 등 갈등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결국 완성되지 못했다. 그 후 2022년에 이르러서야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유보통합 단계적 추진’이 포함되어 현재 추진되고 있다.

유보통합 국정과제가 이제 논의의 단계를 지나 실제로 추진되는 시점에 이른 것이다. 기나긴 우여곡절의 주장과 논의를 거쳤으므로 성공적인 유보통합을 위한 노력과 힘의 결집이 긴요하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특성과 차이점에 대한 명확한 상호이해, 부모의 요구의 상이점에 대한 민감성, 지역 간 상황과 요구의 차이, 유치원 교사와 보육교사의 자격과 양성시스템 차이 등 합의해야 할 주요 논점들이 기다리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7월 28일 발표한 ‘유보관리체계 일원화 방안’을 살펴보면, 우선 ‘아이행복연구자문단’, ‘유보통합추진단’, ‘유보통합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켜 추진체계를 구축, 전체회의, 설문, 포럼, 간담회 등을 종합하여 정부에 관리체계 일원화방안을 권고한다고 한다. 여기서 나온 ‘비전 실현 10대 정책안(교육부 영유아교육보육통합추진단, 2023)’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0세부터 교육·보육을 책임짐
2) 영유아의 특성과 발달의 연속성을 고려한 교육과정 보장
3)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조성으로 영유아의 건강한 발달 지원
4) 모든 영유아에게 차별 없는 양질의 급·간식 제공
5) 특수교육대상 영유아의 교육권을 실질적으로 보장
6) 교사의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하여 교육 보육의 질을 높임
7) 영유아교육 보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사의 처우와 근무여건 개선
8) 수급관리를 체계화하고 입학 입소의 편의성 제고
9) 기관 이용에 따른 비용부담 걱정을 덜어드림
10) 통합모델 내 기관운영의 다양성 자율성, 학부모의 선택권 보장

이러한 통합과정에서의 여러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기획되고 있는 한편, 통합에 대해 유치원 교사들과 어린이집 교사들은 예상 외의 의견 차이를 보여 왔다. 교사자격 문제와 유아교육의 질 문제로 유치원 교사들의 반대 목소리가 컸던 반면, 어린이집 교사들은 통합 찬성 비율이 높았다는 반응을 접하고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찬성의 이유가 교육부로 통합되면 보육교사에 대한 처우개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 해서다. 어린이집 교사와 종사자들은 정말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보육 욕구를 익히 체감하고 있는 위치에 있으므로 교육 우선의 교육부로 통합될 때 이들 욕구를 어떻게 충분히 흡수·반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부터 논의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어린이집 교사들은 더 긴 시간 일하면서도 더 취약한 처우를 오랫동안 견뎌왔기 때문에 처우개선에 대한 목마름은 이해하나 최우선 논의과제인 영유아 보육 문제가 뒤로 밀린 것 같아 아쉬움이 앞선다.

본격적인 유보통합이 추진되는 2024년은 중요한 한 해이다. 이 시기에 교육부, 복지부는 물론 추진을 담당하고 있는 유보통합추진단, 유보통합추진위원회의 모든 이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점 몇 가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보육 업무의 교육부 이관으로 인한 업무와 예산 이관, 담당자 재배치 등 행정 절차는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순차 진행될 것이고, 유치원 교사와 어린이집 교사의 양성 및 연수 문제, 처우개선 문제 또한 통합추진계획에서 비중 있게 다루고 있어 본고에서는 논의에서 제외하고자 한다.

첫째, 유보통합의 초점은 0~5세 영유아 발달욕구에 맞춰져야 하고, 영유아 가족의 요건 및 상황과 연계되어야 한다. 0~2세 영아의 엄마품 같은 돌봄 요구, 3~5세 유아의 조기교육 요구는 당연한 기본요구이다. 그러나 어린이집 보육서비스에는 취업부모의 취업조건, 취업형태에 따른 다양한 시간대의 다양한 보육 요구가 있다. 예를 들면, 야간 연장보육, 24시간 보육, 야간 12시간 보육, 시간단위 일시보육서비스, 휴일 어린이집, 방과 후 어린이집 등의 복잡한 보육요구가 있고, 다양한 장애요인을 가진 장애아를 위한 차별화된 교육·보육요구 등이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그러므로 다양하고 특수화 된 요구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진지하게 이루어져 합의 수용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복지부가 어린이집을 지도·감독·지원해오는 동안 조직되었던 다양한 기관들, 즉 중앙 및 지방 육아종합지원센터, 한국보육진흥원, 지방보육정책위원회, 어린이집운영위원회, 보육통합정보시스템 등 수많은 기관들의 존속, 변화 혹은 폐지 등을 진지하고 합리적으로 논의하여 이들 기관 담당자들의 미래도 함께 진지하게 걱정해야 할 것이다. 이 의제는 어느 통합계획에도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셋째, ECEC(Early Childhood Education and Care)이든 ECCE(Early Childhood Care and Education)이든 영유아 교육과 보육의 중요성은 현대사회에서 재론할 여지가 없는 공공성이 요구되는 주요 국가정책과제이다. 그러나 많은 연구자들은 다양하고 복합적 요구가 있는 아동보육서비스 제공에 “아동 내외면의 육성을 보장하고 더 좋은 보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보육을 사회복지이론 및 기술을 필수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육 우선이 강조되어 보육서비스의 온기와 섬세함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넷째, 유보통합추진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는 ‘대한민국 영유아의 교육과 보육은 국가의 총체적 책임’임을 명시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 전 1년 6세 유아에 대한 교육은 의무교육으로 지구촌 대부분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다. 유보통합이 현실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현시점에 과감히 영유아교육과 보육은 공적영역임을 선포하고, 국가의 책임과 의무를 명시할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한다. 영유아 교육·보육의 공공성이 실현되고, 저출산문제 해결의 주요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보통합은 복합적 난제임에 틀림없다. 과감히 추진되고 있는 국가정책 어젠다이므로 난제를 극복하고 성공적인 통합을 기원하면서 본고를 준비했다. 영유아 시기는 어미처럼 품 넓은 가슴이 필요한 나이라 했다. 한 사람이라도 아이를 계산 없이 믿고 알아주는 사람이 있을 때 아이들은 바르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한다. 교육부와 유보통합 추진을 위해 애쓰고 있는 이들이 기억해 주기를 바라면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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