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선 하남시사회복지협의회 사무국장
김미선 하남시사회복지협의회 사무국장

지난 1월 2일, 지난해 말 일부개정된 「사회복지사업법」이 공포됐다. 「사회복지사업법」 제33조 제1항 중 시·군·구 사회복지협의회 설립에 대하여 ‘둘 수 있다’를 ‘둔다’로 개정한 것이다. 본격적인 시행은 1년 후 2025년부터이다. 협의회 입장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사회복지협의회는 「사회복지사업법」 제33조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 공익법인으로서 사회복지 증진을 위한 협의·조정, 정책개발, 조사연구, 교육훈련, 자원봉사활동의 진흥, 정보화 사업,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사업 등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사회복지기관은 물론, 지역의 여러 단체들과 지역주민을 비롯한 다양한 주체 및 사회복지관계자 등에 의해 구성된다. 주민 복지활동 조직화, 지역사회복지 단체 간 연락·조정·협의 역할을 하며, 지역사회의 복지욕구 해결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계획하여 시행한다. 민간의 자율성을 적극 활용하여 지역사회 안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역할을 앞장서서 추진하는 사회복지 중추기관인 것이다.

그 어느 민간단체도 협의회만큼 오랜 역사, 이론적 근거,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 조직은 없다. 이번 법 개정을 계기로 협의회는 앞으로 지역사회 안에서 어떤 변화를 선도하며 역할과 기능을 다할 수 있을 것인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협의회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에 대해 그간 협의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의견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 설 자리 좁아진 협의회, 변화 위해 행동할 때

민간 사회복지 전달체계는 개별 관계 법령에 따라 기관·단체·시설 등 다양한 형태로 상호 분리되어 존재하는 매우 복잡한 모습을 띠고 있다. 사회복지시설의 유형과 수가 급증하면서 민간부문 간 경쟁 심화, 서비스 중복 및 누락, 서비스 이용자의 혼란 등과 같은 전달체계 상의 비효율성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지역사회 내 사회복지기관 간 소통과 협력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기관 간 협력을 통해 광범위한 사회복지사업을 추진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 어려움을 원활히 조정하고 협의하여 소통 시스템이 잘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협의회의 주요 역할이다. 

시대적 흐름과 요구에 의해 사회복지관, 공동모금회, 자원봉사센터,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분야별 직능단체 등이 하나씩 출현하며 협의회의 역할은 조금씩 약화되어 왔다. 이로 인해 지역사회에서 협의회의 존재 가치에 의문이 제기되어 왔던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축소된 역할로 인한 문제를 언제까지 남 탓으로 돌리고, 설립 이래 큰 변화 없이 수행해 오던 일을 답습하며 과거의 영광만 바라보고 있을 것인가? 현시대 상황에 맞게 우리의 역할을 정립하고, 변화를 위해 기꺼이 행동해야 할 것이다.

당장 획기적인 변화는 힘들겠지만 지역복지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조직과 체계를 정비해 나가야 한다. 복지사업에 종사하는 기관이나 조직, 그리고 주민들과 하나의 협동적 연결망 속에서 민간 주도의 자율적 사회복지를 촉진함은 물론, 지역 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지원하며 협력하는 역할 또한 협의회가 잘 해낼 수 있는 역할이다.

민간의 자원을 후원금 형태로 모아 지원이 필요한 기관들에게 배분하는 역할도 협의회의 장기 중 하나다. 협의회의 자원을 연계하는 역할, 즉 필요한 기관에 자원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하남시사회복지협의회는 공기업 및 민간기업과 수년째 배분사업, 공모사업이라는 형태로 물적 배분의 창구 역할을 맡아 매년 관내 60여 개 기관에 자원을 배분하면서 사업을 발전시켜 왔다.

하남시협의회는 지역 내 기관의 사업제안서를 취합하여 일괄 제안하고, 배분심의를 통해 선정된 기관들에게 자원을 배분하며, 사업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사업결과를 후원처와 공유한다. 지원 기관에 정말 필요한 자원을 유연하게 배분하면서 긴급한 상황에는 즉각적 대응을 원칙으로 신속하게 운영하니 회원기관은 물론 지역단체들의 호응과 만족도 또한 매우 높다. 이를 통해 자원의 중복·누락 방지는 물론, 협의회 회원의 의무인 회비납부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사업 준비, 수행, 결과에 이르기까지 협의회는 기관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끊임없는 소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자원을 매개로 한 진정한 협의·조정 역할상이라 할 수 있다.

 

소외계층 넘어 모든 주민 위한 협의회로

이제 지역복지는 어려운 사람에게 물품을 지원하는 취약계층만을 위한 협의의 복지를 넘어 다양한 조직들이 가지고 있는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공동의 목표를 위해 새로운 조직을 구성하거나 연합 활동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광의의 복지로 확대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협의회가 각 단체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면서 주민욕구, 개척성, 즉응성, 유연성 있게 지역의 복지 과제에 대응하는 활동을 수행해나가야 한다. 인적·물적 자원을 바탕으로 사회복지시설을 비롯한 지역 내 기관들과의 유기적인 관계 속에 지역사회복지 문제를 협의하며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도 있다. 보조금 의존도가 높은 여타 복지기관이 하지 못하는 역할뿐 아니라, 예방적 복지, 선제적 복지, 미래를 대비하는 광의의 복지로 전환하는 역할을 협의회는 해낼 수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 중요한 쟁점에 대해 입장을 밝히거나 대안을 제시하는 기능도 중요하다. 때로는 특정 계층이나 집단을 위한 적극적 옹호 활동은 물론, 다른 조직과 연대해 조직적 집회 또는 행동을 하는 것도 지자체 및 타기관과의 수평적인 유대관계와 중앙 소재 기관과의 수직적인 관계를 효율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할 수 있다. 법적 지위와 역할을 활용해 지역의 다양한 기관들과의 긴밀한 연계·협력 체계의 구심점 역할을 협의회라면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 협의회 제 기능하려면 재정 자립 급선무

지역사회 복지기관의 구심점으로서 시민들의 참여와 실천을 바탕으로 복지 인프라를 구축하고, 복지자원을 모으고 나누는 창구이자 시민 삶 속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협의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이번 법 개정으로 지역복지 수행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 만큼 이제 협의회 스스로 새로운 각오와 준비를 해야 한다. 특히 협의회의 재정적 자립이 가장 중요하다. 물론 재정자립을 위해 협의회 회원들로부터 받는 회비수입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협의회에 대한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의 운영비 지원을 이끌어 내는 데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현재 시·군·구 협의회 중에는 민첩한 대응으로 지역복지의 흐름과 판도를 견인하는 협의회가 있는가 하면, 재정난과 인력난으로 인해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는 곳도 상당하다. 안타깝게도 여러 협의회가 부족한 지원으로 인해 지역사회 곳곳에 산재해 있는 무궁무진한 복지자원을 개발하지 못하고 지역과 협력하며 추진했던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위기에 놓여 있다. 협의회가 다양한 형태로 지역사회복지체계에서 순기능을 발휘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임에도 지방자치단체의 이해도에 따라 협의회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사무국 운영비, 직원 인건비, 사업 추진을 위한 비용을 보조하는 경우는 말 그대로 복불복이다.

협의회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은 지역사회 복지기관들과 다양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한 사업이다. 이 사업들은 대부분 인적 역량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원 지원으로 협의회 운영이 안정되면, 협의회는 시민을 위한 맞춤형 복지 실현에 더욱 매진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협의회는 사회복지시설·기관 및 시민·사회단체와 민간기업 등 지역사회 각 부분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사회복지인과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지역복지 발전을 위한 구심체, 민간복지의 중추 기관으로서 한 걸음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 지역사회 지도자 발굴하고, 다양한 기관과 협업하라

다만 이와 같은 노력도 사무국 내의 인력만으로는 충분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를 위해 협의회가 반드시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지역사회에 뿌리내린 지도자를 발굴하여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항상 지역주민들과 접촉하면서 지역사회 지도자 발굴에 노력하여야 한다.

이밖에도 지역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는 지역 내 관계기관의 대표, 자원봉사자를 발굴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하여 꾸준히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회복지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자원봉사센터, 복지 관련 시민단체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협력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정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리더, 조직을 위해 기꺼이 수고를 감내할 종사자, 그리고 다양한 기관들과의 협업을 통해 좁게는 협의회, 넓게는 지역사회복지의 혁신적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1968년 영국에서 사회복지제도를 개혁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지방자치제 및 관련 사회서비스 위원회’는 영국 의회에 한 보고서를 제출한다. 당시 위원장이었던 시봄 경의 이름을 따 ‘시봄 보고서’로 불리는 이 보고서는 지역사회를 사회서비스의 수혜자임과 동시에 제공자로 인식하고, 지역사회 중심 서비스를 강조했다. 50여 년 전, 이미 지역사회를 거점으로 지방정부에 의해 수행되는 공식적 서비스와 주민 참여에 의한 비공식적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 부서의 창설을 선도적으로 제안한 것이다. 오늘날 협의회가 시봄 보고서에서 제안했던 바와 같이 진정한 지역복지 실천 중심기관 역할을 해나간다면, 지역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협력과 상생의 가치를 경험하며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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