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번 장차법 대안이 복지위를 통과할 때까지 장애인들은 그야말로 '애간장이 다 녹았다'는 말이 나올 만큼 그 앞을 예측할 수 없었다.

■복지위 통과, 법 제정 '파란불'

장애인들이 지난 6년동안 염원해온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드디어 이번 임시국회에서 '끝'을 보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월 22일 전체회의를 열어 장향숙 의원안, 정화원 의원안, 노회찬 의원안 등 3당 3색으로 갈려 있던 장차법 관련 발의 법안들을 단일안으로 통일,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2월 27∼28일 있을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3월 5∼6일 본회의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사실 이번 장차법 대안이 복지위를 통과할 때까지 장애인들은 그야말로 '애간장이 다 녹았다'는 말이 나올 만큼 그 앞을 예측할 수 없었다. 정치권의 지각변동에다가 장차법에 대한 한나라당의 미지근한 반응에 '혹시' 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던 것이다.

장차법 제정을 당론으로 정한 열린우리당의 집단 탈당은 장차법 제정을 추동하는데 힘이 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많은데다 설상가상으로 열린우리당 소속인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김태홍 의원의 탈당이 상황을 더욱 꼬이게 만든 것.

게다가 대표면담 등을 거부하며 장차법 제정에 어떠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한나라당의 태도는 많은 장애인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심지어 '한나라당은 경제계의 눈치를 보느라 장차법 제정을 공식적으로 지지하지 못한다', '장차법 지지는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 '좋은 법은 미뤄놨다가 대통령선거 공약에서 써 먹는다' 따위의 악성루머까지 떠돌면서 장차법 제정을 결코 낙관할 수 없는 분위기로 몰아갔다.

■위원회 대안 어떤 내용 담았나

특히 장향숙 의원안, 정화원 의원안, 노회찬 의원안이 서로 상충하면서 합의 도출에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것도 부정적인 전망을 낳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2월 21일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위원회 대안으로 극적인 합의가 이뤄지면서 마침내 그렇게 갈망하던 장애인들의 염원이 현실로 다가오게 됐다.

이번에 통과한 대안의 정식 명칭은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안'이다. 첫 번째로 문제가 됐던 장애의 개념은 '신체적ㆍ정신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이 장기간에 걸쳐 개인의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초래하는 상태를 말한다'로 정의돼 일시적, 단기적 장애를 포함해 사회적 태도나 물리적 장벽도 넣자는 정화원, 노회찬 의원안보다는 장향숙 의원안쪽으로 손을 들어줬다.

차별의 판단은 '차별의 원인이 2가지 이상이고, 그 주된 원인이 장애라고 인정되는 경우'로 인정하되, 장애인 당사자의 성별, 장애의 유형 및 정도, 특성 등을 충분히 고려하도록 했다.

차별영역은 크게 '고용', '교육', '재화와 용역의 제공 및 이용', '사법ㆍ행정절차 및 서비스와 참정권', '모ㆍ부성권ㆍ성', '가족ㆍ가정ㆍ복지시설ㆍ건강권'으로 나누었으며,' 장애여성 및 장애아동'에 대해서는 3개 의원안이 공통으로 다룬 것처럼 별도의 장으로 설정했다.

의원안에서 가장 첨예하게 의견이 갈린 부분은 차별시정 기구였는데 정화원, 노회찬 의원은 국무총리 산하에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를 설치하는 입장이나 장향숙 의원안은 국가인권위원회 내에 장애인차별시정소위원회를 설치하는 입장을 견지했다. 특히 정부는 '차별금지법'을 의식, 차별시정기구를 하나로 일원화한다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독립차별시정기구 설치 불발

이번 대안에서는 장향숙 의원안을 따라 '차별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 또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나 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에 그 내용을 진정'하도록 하고 인권위 산하에 장애인차별시정소위원회'를 두도록 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시정기구의 구제수단에 있어서도 당초 장향숙 의원안대로 법무부장관이 '차별행위 중지', '피해의 원상회복', '차별행위의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 등의 시정명령권을 발동하고, 법원의 구제조치를 받도록 규정했다.

손해배상에 있어서도 노회찬 의원이 악의에 의한 차별행위인 경우 손해액의 2배 이상 5배 이상에 해당하는 배상금을 지급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주장했으나 대안에서는 정화원, 장향숙 의원안에서와 같이 상대방 이익의 손해 추정에 준해 배상하는 일반적 손해배상을 채택했다.

벌칙규정의 경우 악의적 차별행위에 한 자에 대해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으나, 정당한 편의 제공 위반이나 시정명령 불이행시 500시간 이하의 사회봉사 및 수강명령을 하도록 한 노회찬, 정화원 의원안의 주장은 포함되지 못했다. 다만 '확정된 시정명령을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아니한 자는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샴페인 터트리기 전의 '초조'

결과적으로 놓고 볼 때, 이번 복지위 상임위를 통과한 대안은 상당부분 정부 의견이 많이 포함된 장향숙 의원안을 인용했다. 사실 장애인계는 독립된 차별시정기구를 두는 한편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시한 노회찬 의원안을 지지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 합의도출에 실패할 경우, 향후 대선정국과 맞물리면서 17대 국회에서는 영영 법안 제정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판단 하에 상당부분 양해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어쨌거나 장차법이 첫 관문인 보건복지위 상임위를 통과했다고는 하나, 상황이 또 어떻게 급변할 지는 모를 일이다. 때문에 장애인계는 끝까지 긴장을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지금 장애인계는 샴페인이 터지기 직전 초조함 속에 마지막 침을 꼴깍 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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