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공무원의 ‘현장’ 이야기

나는 아이 한 명을 키우는 엄마이자 평범한 사회복지공무원이다. 공무원이 되기 전에는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차츰 이웃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됐고, 어떤 방식으로 도와야할지 고민하게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한현숙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주무관
한현숙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주무관

“이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는 학교생활이 조금 달랐어요”

작년 이맘때쯤 혼자 생활하는 한 초등학생을 알게 됐다. 이 아이는 한부모가정에서 자랐다. 모친은 지난 여름 시설에 입소했고, 형은 고등학생으로 서울에서 생활한다고 했다. 날씨가 쌀쌀해졌는데도 아이는 얇은 옷을 입고 다녔고, 식사는 매일 형이 배달 앱으로 주문해 준 배달음식으로 해결했다. 처음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도움 요청을 받고 난 후, 아직은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그 아이가 추운 겨울밤을 홀로 어떻게 보내는지,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는지 등 걱정에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엄마로서 눈앞이 캄캄했다.

학교 선생님은 아이가 혼자 생활한 지 6개월이나 되어서인지 다른 아이들과는 조금 다르다고 했다. 급식 시간에 밥을 제일 많이 먹어서 친구들에게 눈치를 받기도 했으며, 준비물을 챙기지 못했고, 시장놀이 수업에서 다른 아이들은 간식거리를 사는데 이 아이는 돼지국밥을 산다고 했다. 아마 집에서 밥을 먹지 못하니 식사가 최우선이었으리라. 학력 부진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이 집에 친구들이 놀러 가면, 너무 지저분한 나머지 친구들이 설거지에 집안 청소까지 해주곤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선 엄마가 집에 오기 전까지 학교 선생님, 아동 보호팀, 동사무소에서 함께 아이를 돌봐야만 했다. 구청 아동보호팀은 엄마가 입소한 시설의 도움으로 지역아동센터 및 아이돌봄서비스 이용 동의서를 받았고, 학교는 아이의 학교생활을 계속 모니터링 했다. 우선 방과 후 생활 지원을 위해 관내 지역아동센터 및 아이돌봄서비스를 연계하여 아이를 돌봤다. 저녁을 먹고 수업을 마치기 전까지는 지역아동센터 선생님이, 이후부터 등교 전까지는 아이돌봄 선생님이 돌봐주었다.

아이의 일상은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항상 오후 늦게까지 학교 운동장에서 방황하던 아이는 지역아동센터에 가서 친구들과 수업하며 놀고 잘 지냈다. 수업 이후 공백이 없도록 서비스를 연계하였으며, 아이가 힘들어하면 조금씩 쉬도록 했다. 우선 집에서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돌봄 선생님이 집안 환경을 깨끗하게 정리해 주었다. 이전까지는 밤새 혼자 있었지만 이제는 옆방에 선생님이 계셔서 무서워하지도 않았고, 준비물도 챙겨주어 학교생활도 보다 원만해졌다. 동사무소에서는 난방 텐트를 지원하여 따뜻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했고, 관내 후원식품을 활용하여 아이가 배고프게 생활하지 않도록 조치했다.

 

“많은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 아이의 엄마가 동사무소로 전화를 걸어서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아이를 맡길 사람을 찾지 못했는데 우리나라 복지서비스 덕택에 아이가 잘 지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 엄마는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일자리를 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처음에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보던 아이는 차츰 내 말을 믿고 따라주었고, 학교 상담 선생님과 상담하는 일도 줄었다고 한다. 아이에게 복지서비스를 연계하여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니 학교 선생님도 고마워했다. 이후 학교에서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가 있으면 동사무소로 연락하여 복지서비스에 대해 물어본다.

날씨가 더 쌀쌀해졌다. 따스한 난방텐트에서 엄마와 함께 지내고 있을 아이를 생각하며 아이의 앞날에 추위와 두려움은 눈 녹듯 사라지기를 바란다. 아이가 다른 아이들처럼 생활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사회복지공무원으로서 큰 보람을 느끼게 한다. 모든 아이들이 모두 따스한 난방텐트에서 행복한 저녁을 먹는 일상을 꿈꾸며, 나는 오늘도 복지 대상자들을 만나러 동사무소로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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