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남 광주동구시니어클럽 관장
전성남 광주동구시니어클럽 관장

우리나라 노인일자리사업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저출산·고령화 문제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평균 수명 연장으로 노인인구 증가뿐만 아니라 출산율 하락에 따른 젊은 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겹치며 고령화는 더욱 가속화 되었다.인구 고령

화는 국가적 차원에서 노동시장의 변화, 경제 성장 둔화, 산업구조·부동산시장·금융시장 급변, 국가의 재정위기, 지역 간 불균형, 세대 간 갈등심화 등 다양한 영역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로 인해 노인 당사자들은 노인차별, 조기퇴직과 고용차별, 질병, 빈곤, 가족과 친구 상실, 주거조건악화, 성문제, 영양상태 악화, 정서적 문제, 노인학대 등과 같은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같은 현실 속에 노인인구 중에서도 근로능력과 의지가 있는 노인들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일하기를 희망하는 노인들에게 소득창출 및 사회참여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소득보충, 적극적 사회참여, 건강증진 등 노인문제 예방과 사회적 비용 절감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노인인력을 얼마만큼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국가 생산성과 노인 당사자의 삶의 질 수준이 결정된다. 따라서 지난 20년간 노인일자리사업의 변화상과 그림자, 그 의미를 살펴보고 다가올 20년을 준비해야 한다.

 

○ 노인일자리사업의 출발과 의미

노인일자리사업은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전반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던 시기에 시작되었다. 1990년대 말에 닥친 경제위기와 장기적 경기침체, 그 여파로 인한 고용률의 심각한 저하는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서비스가 필요할 시점에 소득보장이나 일자리 관련 사업들을 확장하고 신규 사업들을 추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노인일자리사업 역시 노동부와 보건복지부의 관련 사업인 고령자 고용촉진사업, 사회적일자리사업, 사회서비스사업, 기초보장제도 관련의 자활사업, 공공근로 등 여러 관련사업과 복잡한 관계를 형성하며 진행되었다. 물론 열거한 사업들에도 노인의 참여가 일부 가능했으나 규모 면에서 늘어가는 노인 일자리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점도 노인일자리사업 추진의 중요한 배경이 됐다.

고령인력 또는 고령노동자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은 만연하다. 노인은 일할 수 없을 정도로 병들어 있고, 은퇴하고 싶어 하며, 업무상 재해나 사고를 일으키기 쉽고, 생산성이 떨어지고, 조직보다는 개인적인 일에 더 관심이 많고, 창의성과 업무주도성이 낮고, 질병 등을 핑계로 결근이 잦고, 상사의 지도감독에 협조적이지 않고,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일하는 것에 비해 급여를 많이 받고, 동료와의 업무 보조를 맞추기가 어려우며, 이직과 전직이 빈번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이런 편견 속에서 노동시장에서 탈락하게 된 노인은 소득감소 또는 상실로 인한 경제적 고통뿐만 아니라, 역할 상실, 지위 하락, 사회적 관계의 축소, 생활만족도의 저하, 여가 및 문화 활동·생활공간 축소 등과 같은 사회심리적 문제도 함께 겪게 되었다. 특히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노인은 사회 참여에도 소극적이게 되고, 이는 결국 생활의 장(場) 축소로 이어지면서 생활만족도나 안녕감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노인일자리사업을 전면에 내세우고 양적으로 지속 확대시켜 왔다. 노인일자리사업으로 일하기를 희망하는 노인에게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노인 소득창출 및 사회참여 기회를 확충한 것이다. 즉 일을 통한 소득보충, 적극적 사회참여 및 건강증진 등으로 노인문제 예방 및 사회적 비용절감, 노인인력 활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 및 민간참여 도모, 은퇴 전후 준비 및 노인 생애교육 등 노인인력 교육연계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였다.

노인일자리사업이 추진되기 전, 노인 일자리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매우 적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노인 취로사업 또는 노인단체나 서비스 조직에서 노인 취업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노인일자리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독자적인 프로그램이 구성되면서 노인 일자리 확충 필요성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인식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노인의 삶의 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를 통해 볼 때 노인일자리 정책의 효과성은 크다고 볼 수 있다.

 

○ 20년간 양적 확장 주력한 노인일자리사업

노인일자리사업은 2004년부터 보건복지부,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지방자치단체, 수행기관(운영기관)의 운영체계로 이루어지고, 예산 지원 유형에 따라 공공과 민간 분야로 나뉜다. △공공 분야의 공익활동, 사회서비스형, 시장형, 취업알선형 유형은 지자체 경상보조 방식으로 △민간 분야의 사회서비스형 선도모델, 시니어인턴십, 취업알선형, 고령자친화기업은 민간 경상보조 방식으로 예산을 지원받는다.

보건복지부가 총괄적으로 사업계획 및 법령과 제도를 준비·운영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사업수행기관 선정 및 관리감독, 행정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실제 노인들을 선발·교육하고, 일자리 투입과 보수 지급을 담당하는 것은 사업수행기관이며,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사업지원 총괄, 일자리 개발·보급 및 심사평가 등을 담당한다. 노인일자리사업에는 2004년 도입 이래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

첫째, 사업의 양적 측면에서는 노인일자리 참여자가 2004년 3만5000명, 2008년 12만6000명, 2013년 24만 명, 2018년 51만3000명, 2023년 88만3000명으로 나타났다. 2004년부터 2023년까지 일자리 수가 84만8000개 늘어나는 괄목할만한 증가세를 보여 왔다.

둘째, 사업유형과 내용을 보면, 2023년 기준 공공형 일자리는 공익활동,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로 나뉘며, 공익 활동은 일상적인 지역사회 공익증진 활동을 제공하는 봉사활동 개념의 사회활동,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는 사회수요에 기반한 전문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자리로서 참여노인이 근로자성을 갖는 형태로 운영된다. 민간형 일자리는 시장형사업단, 시니어인턴십, 취업알선형, 고령자친화기업으로 나뉜다. 사업유형은 노인인구의 특성과 사회환경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나타나는데 2015년에는 교육형사업이, 2022년에는 재능나눔활동이 폐지되었고, 사회서비스형이 2019년 새롭게 도입되기도 하였다.

셋째, 사업수행기관과 전담인력을 보면, 2021년 기준 시니어클럽, 노인인력개발센터, 노인일자리창출센터, 대한노인회, 노인복지관 등 노인일자리사업 수행기관이 전국 1291개이고, 전담인력은 총 5101명으로 수행기관당 평균 3.9명으로 나타났다. 올해를 기준으로 전담인력 1명당 담당하는 사업량은 공익활동 150명, 시장형사업단 130명, 사회서비스형 112명, 취업알선형 100명 수준이나 매년 예산액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넷째, 노인일자리 참여자 정체성 측면에서 노인일자리 참여자를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로 인정하게 되면서 다양한 문제점들이 나타났다. 2015년 사업개편과 함께 공익형 사업은 상해보험을 가입하도록 하고 봉사자로 인정한 반면, 공익형을 제외한 사업은 산업재해보상보험을 가입하도록 하여 근로자로 인정하게 되었다. 이처럼 급변하는 현대사회 노인들의 욕구와 노인일자리 정책 방향에 따라서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 노인일자리사업 20년의 그림자

지난 노인일자리사업의 20년은 양적 성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급격한 노령화에 따라 노인일자리사업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를 할 여유도 없이 매년 사업량 확대에 따라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 결과 2022년에만 안전사고가 1700여 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면서 노인일자리가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부터 5년간 일어난 안전사고는 7187건이며, 2018년 964건에서 2022년 1658건으로 72% 증가하였다. 2018~2022년에 발생한 사고를 보면, 골절사고가 전체의 56.2%(4036건)로 가장 많았고, 타박상 11.9%(853건), 염좌 6.1%(442건), 찰과상 5.9%(421건) 순이었다. 사망사고도 33건 발생하였다. 2018년부터 5년간 노인일자리 참여자 1만 명당 안전사고 발생건수는 19.3건이며, 사회서비스형이 23.5건, 공익활동 23.1건, 시장형사업단 14.4건으로 나타났다.

안전사고와 관련하여 2022년 근로자 50명 이상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다. 「중대재해법」은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발생,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심부체온을 동반한 열사병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하면 적용된다. 이외에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은 공익활동을 제외하고는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은 물론, 「산업안전보건법」에 장애인고용의무제도까지 지켜야 할 법률이 너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년 동안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이 양적 확대에 주력해 왔다면, 이제는 어르신의 안전과 안정된 소득 보장을 넘어 자아실현의 수단으로서 사업의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 향후 노인일자리사업의 비전은 질적 성장에 있다

2023년은 노인일자리사업 20주년을 준비하는 해로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노인일자리법, 2024년 11월 1일 시행)」이 지난 10월 말 제정되면서 노인일자리사업 및 사회활동지원사업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고, 한국시니어클럽협회에서도 ‘제1회 대한민국 노인일자리 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질적 성장을 기반으로 하는 향후 노인일자리사업 20년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노인의 다양한 일자리 참여 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개발·보급하고, 노인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로써 어르신들이 보다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다면, 궁극적으로 노인의 삶의 질 향상과 국가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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