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제로’란?
지구상에서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온실가스의 생성량(+)과 흡수량(-)의 총량을 같게 하여 순(Net) 배출량을 ‘0’, 즉 ‘제로’로 맞추는 것을 의미한다. 1997년 교토의정서에서 규정한 6가지 온실가스 중 배출 비중이 가장 높다고 알려진 물질은 이산화탄소(CO2)이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70~80%를 차지하는 이산화탄소 감축은 기후위기의 주범인 온실가스 문제 해결에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점에서 ‘넷제로’와 ‘탄소 중립’이라는 용어가 혼용되고 있기도 하다. (편집자 주)

홍연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홍연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식품을 생산·유통·폐기하는 전 과정에서 많은 양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식품 폐기는 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킬뿐만 아니라, 농식품 접근성 격차 확대 등으로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온실가스 배출, 폐기물 처리 등에 따른 환경 부담을 증대시킨다. 매년 전 세계 식품 생산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13억 톤의 먹거리가 식탁에 오르지 못하고 버려지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식품 폐기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2018년 기준 20조 원에 이른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이 22%, 식량자급률은 49%에 불과한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또한 국내 가구의 식품 폐기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발생량은 식품 소비에 의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발생량의 .8%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 기후위기 극복 방안으로 떠오른 식품기부 

세계적으로도 식품 폐기 문제 해결과 식품 폐기 감축을 통한 탄소저감 필요성에 대하여 공감하고 있으며, 국가별로 농식품 폐기 발생 억제 전략 및 행동 계획을 수립·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lopment Goals, SDGs)의 12.3에서는 소매 및 소비단계의 식품폐기를 2030년까지 50% 절감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였으며,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농식품 폐기 방지 프로그램(food waste prevention program)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농식품 폐기 방지 프로그램의 핵심은 가용한 식품이 폐기물이 되지 않도록 식품 폐기 발생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고, 잉여 식품을 재사용하는 ‘농식품 재분배 활성화’ 즉, 기부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EU의 농식품 폐기 체계(food waste hierarchy)는 식품 폐기를 예방하고 인간에게 재분배하는 것을 바람직한 방식으로 명시하고 있다. 식품에 표시된 제조일자, 유통기한, 소비기한이 의미하는 바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도 제고를 통해 하자가 없는 제품이 폐기되는 것을 방지하거나, 일정 규모 이상의 유통업체에게 기부 의무를 부여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특히 후자는 프랑스 사례로 면적이 400㎡를 초과하는 중형 또는 대형 슈퍼마켓의 경우 잉여 농식품과 관련된 기부 협약을 자선단체와 체결하는 것을 의무화는 내용이다.


○ 푸드뱅크가 ESG와 무슨 상관?

식품 기부를 독려하고 이를 통해 사회문제와 기후위기 문제를 해소하는 역할을 공공의 영역에서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관은 푸드뱅크라고 할 수 있다. 잉여식품을 푸드뱅크에 기부함으로써 이를 필요로 하는 취약계층에게 식품을 재분배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부가 아니라면 버려지게 될 상품을 활용함으로써 폐기 감축, 추가 생산 예방을 통해 탄소배출을 회피할 수 있는 것이다.

그간 기업이 푸드뱅크에 식품 및 생활용품을 기부하는 것은 ESG의 사회(S) 영역 활동에 해당되는 것으로 이해되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부는 폐기를 예방하고, 이에 따른 탄소배출을 회피시킨다는 점에서 환경(E) 영역의 활동으로도 이해될 수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및 사회(Social), 기업의 지배구조(Governance)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기업 경영상의 관점에서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주요 요소로 볼 수 있다. 즉, ESG 경영이란 기업경영 과정에서 기업이 환경보호에 집중하고, 지역사회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법·윤리를 준수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ESG 평가 기준은 평가기관별로 고유의 등급체계가 존재한다. 최근 발표된 K-ESG 가이드라인은 국내기업의 ESG 경영 추진과 평가 대응에 있어서의 난맥상을 해소하기 위하여 만들어졌으며, 국내 기업의 ESG 경영과 평가 대응 방향, 국내 상황을 고려한 ESG 요소, 산업 내 ESG 경영 수준 향상을 위한 범용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K-ESG 가이드라인의 환경적 측면은 환경경영 목표, 원부자재, 온실가스, 에너지, 용수, 폐기물, 오염물질, 환경 관련 법·규제 위반, 환경 라벨링으로 구성되며, 사회적 측면은 노동, 다양성 및 양성평등, 산업안전, 동반성장, 지역사회, 정보보호, 사회 관련 법·규제 위반 등으로 구성된다.

위 기준을 살펴보면 푸드뱅크에 식품 및 생활용품을 기부하는 활동은 전통적으로 사회(S) 영역의 지역사회 카테고리에 해당된다. 그러나 이러한 기부 활동이 잉여 제품을 활용하여 폐기를 감축시키고, 기부를 통한 재분배가 없었다면 발생했을 취약계층을 위한 추가 생산 예방을 통해 탄소배출을 회피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환경(E) 영역의 온실가스 폐기물 카테고리에도 해당되는 활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이 식품 또는 생활용품을 푸드뱅크에 기부하는 것은 ESG 경영 평가의 ‘사회’ 영역 뿐만 아니라 넓게는 환경 영역의 활동으로도 해석될 수 있으며, 이는 기업의 ESG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연다.

 

○ 연간 푸드뱅크 탄소감축량, 소나무 42만 그루 심는 효과 맞먹어

그럼 푸드뱅크 기부를 통해 감축할 수 있는 탄소배출량은 과연 얼마나 될까. 우선 2022년 기준 푸드뱅크 기부 실적을 살펴보면 총 금액은 2500억 원 수준이며, 이 중 농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로 확인된다. 추세적으로는 2016~2022년 기간 동안 농식품 기부금액은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팬데믹의 영향이 극심했던 2020년에는 기부금액이 11.7% 감소하기도 했다. 또한 같은 기간 동안 농식품 기부금액에서 가공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증가하여 2016년 86%에서 2022년에는 90%를 상회하게 되었다.

홍연아 외(2023)는 ‘푸드뱅크 기부에 따른 탄소저감 수치화 연구’에서 푸드뱅크의 2022년 기부 실적을 활용하여 신선식품, 가공식품, 생활용품 기부로 인한 탄소배출 효과를 측정하였다. 신선식품의 푸드뱅크 기부를 통한 탄소배출 감축 효과를 산출한 결과, 3081톤CO2-eq의 탄소배출 감축량이 도출되었으며, 이는 리기다소나무의 식목 작업으로 환산할 시 1만8492그루를 심는 효과 수준이다.

가공식품의 푸드뱅크 기부를 통한 탄소배출 감축 효과를 산출한 결과, 6만5103톤 CO2-eq의 탄소배출 감축량이 도출되었으며, 같은 방식으로 리기다소나무의 식목 작업으로 환산할 시 39만702그루를 심는 효과이다. 마지막으로 생활용품의 푸드뱅크 기부와 재사용에 따른 탄소배출 감축 효과는 2351~5621톤 CO2-eq1), 리기다소나무 1만 4109~3만3729그루를 심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를 모두 더하면 연간 최대 리기다소나무 약 42만 그루의 탄소 흡수량에 맞먹는 것이다.

 

○ 범부처 푸드뱅크 활성화 노력, 복지와 환경 모두 잡는다

이와 같이 푸드뱅크의 신선식품, 가공식품, 생활용품 기부금액을 바탕으로 분석된 탄소배출 감축 효과는 2022년 기부 실적을 바탕으로 추정된 값이다. 이를 통해 푸드뱅크가 설립 이래로 기부 받은 잉여식품 및 생활용품을 저소득 계층에게 재분배하여 폐기를 예방한 만큼 탄소배출 또한 지속적으로 회피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기부는 사회문제 뿐만 아니라 기후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써 기부 활성화를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현물 위주의 푸드뱅크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환경부나 농식품의 공급 및 유통을 담당하는 농림 축산식품부, 푸드뱅크 사업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가 범부처 간 협의를 통해 농식품 기부기업, 소비자 또는 푸드뱅크 이용자가 폐기되는 농식품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재분배할 수 있는 통합적인 채널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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