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종 법무법인 해승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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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문화의 활성화와 함께 기부 행태의 다양화는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내고 있다. 빈곤이나 기후위기 등 여러 사회적 문제에 대해 기부 문화를 통한 사회적 참여와 상호 연대의 촉진이 그 해결책으로 등장하고 있다.또 기부의 다양화로 기부자들이 스스로 기부 방식을 선택하게 되면서 자신의 역할을 증대시켜 기부 문화를 더욱 확산시킬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많은 기업이 기부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긍정적인 비즈니스 이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기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ESG경영 전략을 취해 동참하고 있으며, 다양한 기부 콘텐츠 제작으로 사람들의 참여도를 높이고 있다.

 

○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업들의 ‘ESG 경영’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CEO 래리 핑크(Larry Fink)는 2020년 1월 투자자들과기업 CEO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앞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투자 결정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래리 핑크의 이러한 언급을 신호탄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면서 ESG라는 경영 전략이 세계적인 관심사로 부상했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어 단어 첫 알파벳을 딴 용어로, 2004년 UN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된 이래 최근 새로운 투자 기준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ESG 요소를 투자 기준으로 활용한다는 의미는 기업의 전통적인 재무적 성과 이외에 환경보호, 사회적 책임, 기업의 지배구조와 같은 비재무적 성과를 투자 결정의 주요 요인으로 삼겠다는 것인데, 기업의 기부행위가 바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ESG 활동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기업은 활발한 기부활동으로 사회적 영향력을 보여주며 하나의 성장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업기부를 통한 사회적 책임 이행은 고객이나 투자자, 직원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며, 이러한 상생 구조 창출로 인해 기업 성장의 강력한 동기가 부여되는 것이다. 기업의 기부는 구체적으로 기업 이미지 및 브랜드 가치 제고와 노동시장의 신뢰관계 회복 및 새로운 커뮤니티 형성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이러한 사회적 책임론의 수혜는 식품기업 오뚜기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다른 기업과 달리 직원 대부분을 정규직으로 채용하였고, 1992년부터 한국심장재단과 함께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 후원사업을 펼쳐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을 해 왔다. 오뚜기의 창업자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 별세 이후, 그의 오랜 선행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에게 주목받았고, 오뚜기의 진정성 있는 윤리 경영에 감동해 ‘갓뚜기’라는 칭송까지 받게 된 것이다.

사회공헌 활동을 이윤과 직접 결부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이미지 제고로 인해 기업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호감과 직원들의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제품 품질 개선과 브랜드 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게 된다. 직원으로서는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상승하여 기업과 직원 간의 신뢰 관계 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또한 사회문제에 관한 관심은 지역사회와 기업 간의 상생 관계를 형성하여 잠재적인 고객의 확보와 새로운 사업 아이템 개발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기부는 기업의 성장 전략으로 주목받게 되었으며, 기업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면서도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다양한 가치의 창출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길을 열어가고 있다.

 

○ 편리하고 투명한 기부의 시대

기업의 기부행위에서 더 나아가 주목할 만한 사실은 기부의 다양화 추세이다. 많은 기업이나 비영리 단체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기부 콘텐츠를 만들어 사람들의 참여도를 끌어올리면서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부 방식은 디지털 기술과 혁신의 발전으로 간편하면서도 투명하게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기부 방식의 발전과 변화는 기부 문화를 촉진하여 사회적 문제에 대한 지원이 더욱 강화되었으며, 기부자와 수혜자 간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다양한 방식의 프로젝트들로 이루어진 기부 행태를 살펴보기로 한다.

#1. 헌 옷 기부 - ‘옷캔(OTCAN)’
옷캔은 의류폐기물로 인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의류를 기부받고 있는 환경부 산하 비영리민간단체이다. 옷캔은 기부 받은 의류들로 국내외 소외계층 지원사업ㆍ업사이클링 지원 및 자원화 연구 진행 등 에 사용하고 있으며, 환경문제 개선을 위한 정책 제안과 관련 교육ㆍ홍보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옷캔의 기부 방식은 택배 박스에 기부할 옷을 포장한 후 옷캔 사이트에 기부 신청을 하면 수거 날짜가 지정되는데, 지정 수거일에 박스를 내놓으면 기부가 완료되는 형식으로 매우 간단하다. 박스당 1만 원의 추가 기부금과 의류 수거 후 물품의 기부금이 산정되면 이를 합산하여 기부증서가 발급되는데, 옷캔은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되어 있어서 기부금영수증을 발급받아 연말정산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옷캔은 투명경영의 일환으로 최소한의 운영비를 사용하면서 사람들이 기부한 옷이나 기부금에 대한 연차 보고서를 매년 작성하여 그 활동내역을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으며, 쓰임 없이 버려졌을 의류를 간편하게 기부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마련되어 국내외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사업과 동시에 환경문제 해결에도 일조하고 있다.

 

#2. 자발적 모금 플랫폼 - ‘카카오같이가치’
카카오는 ‘임팩트 플랫폼을 활용해 참여를 끌어내고 공익 가치를 확산하겠다’라는 소셜임팩트 방향 아래 플랫폼이라는 업(業)에 중심을 둔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 가운데 기부특화 채널 '카카오같이가치’라는 자발적 모금 플랫폼을 통해 기업의 기부행위만으로 그치지 않고, 공익적 주제를 통해 누구나 모금을 직접 제안하고 진행과 참여까지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다. 플랫폼 모금 참여를 희망하는 이용자는 모금함 페이지나 개별 모금함을 통해 ‘직접 기부’하거나 ‘댓글’ 또는 ‘응원공유’ 등을 통해 동참할 수 있다.

이용자가 모금함 페이지 하단에 응원 댓글을 작성할 때마다 카카오가 댓글 건당 1000원을 기부하며, 개별 모금함에 댓글-응원-공유를 클릭하면 건당 100원을 추가로 기부하는 매칭 기부를 진행하기도 한다. 카카오같이가치의 공시에 따르면 누적 기부 건수는 약 5156만여 건, 총 629억 원의 기부금이 모금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다양한 기부 캠페인이나 행동 참여 캠페인도 진행한다.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멸종위기동물의 서식지 보호활동을 위해 댓글 수만큼 기부와 연계하기도 하고, 홈페이지 ‘모두의 행동’ 섹션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업해 주제별로 사용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낸다. 

 

#3. 행동참여형 기부 - ‘빅워크’
빅워크는 앱 이용자가 자신의 ‘걸음’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모바일 걸음 기부 서비스’이다. 스마트폰에 빅워크 앱을 설치하면 이용자의 걸음 수가 자동적으로 측정되고, 그 걸음 수만큼 모은 포인트를 다양한 기업이나 기관의 캠페인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빅워크는 기부행위 자체를 쉽고 재미있게 하는 ‘단체 걷기 행사’나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등 다양한 참여형 이벤트 이외에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활동의 제약으로 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기부 콘텐츠를 진행했다. 즉, 언제 어디서든 개개인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걸음 기부를 기본으로 하면 서 개별적으로 주어진 미션을 달성하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하는 비대면 참여 방식을 통해 사람들의 참여도를 높였고 자연스레 빅워크에 캠페인을 의뢰하는 기업이 늘어났다.

이러한 기업들은 앱을 통해 기부 받은 걸음 수만큼 기부금으로 전환해 원하는 시민·사회·환경단체 등에 직접 기부하면 되는데, 빅워크는 캠페인을 통해 이뤄진 친환경·사회적 효과를 기업들에게 데이터로 제공하고, 이용자들에게는 기업의 기부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자신의 기부 효과를 직접 체감하게 한다.

이와 같이 전통적 금전 기부 방식을 벗어난 다양한 참여형식의 기부가 생겨나면서 시민들이 사회적인 문제에 함께 고민하고 다양한 형태의 자원봉사 활동과 기부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지역사회가 발전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정부지원 확대의 필요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활동은 정부의 역할을 일정 부분 기업이 대신 수행해 주는 작용을 하기도 한다. 이는 정부의 부담을 기업에 전가하는 면도 있지만, 정부가 모든 것을 다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할 때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감내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기업의 역할에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

한편, 경제계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ESG 경영을 강조하고 있으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말’뿐인 ESG 경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과거와 별반 차이가 없거나 후퇴한 면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기업과 정부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기부를 유발하거나 활성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기업은 그 프로그램을 지원하거나 자체 기부 매칭 프로그램을 만들어 기부자의 기부를 더욱 확대하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기업의 진정한 ESG 경영과 정부의 지원을 통해 기업과 정부 간의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지역사회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합심해 나가야 할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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