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아시아 태평양 푸드뱅크 컨퍼런스
탄소 배출 줄이는 친환경 솔루션…지속가능 지구 ‘한몫’

지난 해 10월 ‘아시아 태평양 푸드뱅크 컨퍼런스 2023’이 태국 방콕에서 열렸다.
지난 해 10월 ‘아시아 태평양 푸드뱅크 컨퍼런스 2023’이 태국 방콕에서 열렸다.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과 홍수, 폭염 등 재해로 생태계가 파괴되며 전 세계적인 식량위기가 엄습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sian Development Bank)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기후 관련 재해의 40% 이상이 아태 지역에서 발생했고, 세계 인구 35억 명이직·간접적 피해를 입었으며 이 중 약 100만 명이 사망했다.

기상 이변이 식량 생산, 품질, 접근성 등을 위협하며 세계 식량 안보에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푸드뱅크가 기아 대책뿐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푸드뱅크 컨퍼런스 2023(Asia Pacific Foodbank Conference 2023)’이 지난해 10월 30일부터 11월 2일까지 4일간 태국 방콕에서 열렸다. 전 세계 각국 푸드뱅크 협의체인 글로벌푸드 뱅킹네트워크(Global Foodbanking Network)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푸드뱅크의 역할’을 주제로 개최한 이번 컨퍼런스는 2019년 서울에서 처음 열린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중단됐다가 4년 만에 개최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이하 아태 지역) 푸드뱅크 관계자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열린 이번 컨퍼런스는 기조강연, 푸드뱅크의 재난·재해 대응 사례, 다국적 기부기업 발굴 방법 등 다양한 프로그램 및 토론으로 진행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국푸드뱅크, 7개 시·도 광역푸드뱅크 센터장, 기부기업 관계자가 4박 6일간 일정에 참가했다.

 

○ 리사문 글로벌푸드뱅킹네트워크 회장, “푸드뱅크 탄소시장 주역으로 떠오른다”

미국 시카고에 본부를 둔 비영리민간단체 글로벌푸드뱅킹네트워크(이하 GFN)의 리사문(Lisa Moon) 회장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푸드뱅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푸드뱅크의 역할 강화”라고 주장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가속화되고 있고, 특히 아태 지역은 기후변화에 취약하다. UN식량농업기구(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에 따르면 매년 세계 식량의 33%가 버려지고 있으며, 버려지는 식품으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10% 이상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푸드뱅크는 단순히 식품 재분배로 저소득층의 건강을 지킬 뿐 아니라 식품 폐기와 손실을 줄여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주체로 거듭나고 있다. 전 세계 대다수 푸드뱅크가 저소득층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됐지만, 최근 세계적 추세는 푸드뱅크가 기후변화 대응의 주체로서 식품 폐기·손실을 줄이는 역할에도 무게가 실리는 양상이다.

실제 각국 푸드뱅크는 이에 초점을 두고 기업 연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아태 지역에서는 호주를 필두로 여러 나라에서 ‘자발적 탄소시장(Voluntary Carbon Market)’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자발적 탄소시장이란 개인, 기업, 정부, 비영리 단체 등 다양한 조직이 자발적으로 탄소감축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탄소배출권을 창출하고 거래할 수 있는 민간 탄소시장을 말한다.

민간 차원의 탄소배출권 시장은 미국 등 해외에서 이미 활성화 되어있다. 이 자발적 탄소시장은 기업의 ‘탄소 중립’ 인증, ESG 마케팅 등에 활용되고 있다. 최근 호주, 유럽 등 선진국 푸드뱅크들이 자발적 탄소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이들은 푸드뱅크가 트럭이나 냉장고 등 보관·운송 등 과정에서 배출하는 탄소량과 식품 배분으로 흡수되는 탄소량 측정을 시도하고 있다.


○ 사라 펜넬 호주 푸드뱅크 최고운영책임자, “다국적기업 ESG 경영 고려해 식품기부 제안하라”

GFN의 다국적기업 식품 후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아태 지역에 대한 식품 기부량 1위는 미국의 세계적 제과회사인 몬델레즈(Mondelez)이며, 알디(Aldi), 코카콜라(Coca-cola)가 뒤를 이었다. 호주 푸드뱅크 최고운영책임자(COO) 중 한 명인 사라 펜넬(Sarah Pennell)은 “다국적기업에 대한 기부 제안은 지사보다는 본사에 바로 제안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특히 해당 기업 ESG 경영과의 연결고리를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다국적 식품기업의 ESG 경영 관련 가치사슬(value chain)을 고려하면, 이미 여러 경로로 많은 식품을 기부하고 있는 기업들이 별도로 기부금을 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부금을 모으기 위한 제안은 비식품 회사에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봤다. 실제로 GFN은 아태 지역 푸드뱅크에 식품이 아닌 현금 등 재정적인 지원을 하는 기부처 비율이 비식품 회사 31%, 재단 및 자선단체 18%, 식품 관련 회사가 17%를 차지하고 있다고 본다.


○ 필리핀 푸드뱅크의 조마르 플레라스(Jomar Fleras)

이사의 운영 사례 발표도 관심을 끌었다. 필리핀 푸드뱅크는 ‘Rise Against Hunger Philippines(이하 RAHP)’라는 단체가 운영하고 있다. 필리핀 푸드뱅크, 기아·재난에 처한 저소득층 지원 2022 세계 위험 보고서(World Risk Report 2022)에 따르면 필리핀은 전 세계에서 재난위험이 가장 큰 지역으로 손꼽힌다. 필리핀은 지리적으로 환태평양조산대에 위치하여 지진, 화산, 산사태 등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으로, 필리핀 전 지역의 최소 60%가 자연재해에 취약하다. 이에 조마르 플레라스 이사는 필리핀 푸드뱅크가 재해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RAHP는 식량불안 문제 해결과 재난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로 2020년부터 GFN 회원기관이 됐다. RAHP는 필리핀 전국 16개 시에 재난이 발생하면 피해 현황을 분석하여 NGO, 자원봉사단체 등 85개 파트너 기관들과 연계·협력하여 각 피해지역에 긴급 지원을 실시한다. 특히 이재민 긴급 지원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재원을 배분하는 역할도 맡아 지난해에만 7만8535명의 이재민에게 식품과 위생용품을 긴급 지원했다.

RAHP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최전선에서 활동하며 역할이 부각됐다. 조마르 플레라스 이사는 “전 세계적인 재난·재해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재민들을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는 푸드뱅크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각국 푸드뱅크가 재난에 대비해 대응능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한국 대표단과 태국 푸드뱅크가 공동 기후행동 사회공헌활동 캠페인을 벌이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 대표단과 태국 푸드뱅크가 공동 기후행동 사회공헌활동 캠페인을 벌이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전국푸드뱅크, ‘공동 기후행동 국제협력 캠페인’ 참여

한편, 우리나라 전국푸드뱅크는 태국 푸드뱅크(Scholars of Sustenance Thailand)와 함께 기후위기 대응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식량 손실과 식품폐기물 감축을 위한 기후행동(Climate Action to reduce food loss and food waste)’ 캠페인 활동을 진행했다. 이는 전국푸드뱅크 최초 공동 기후행동 국제협력 캠페인이다.

태국 푸드뱅크는 2016년에 설립된 식품 구조 재단으로 음식물 쓰레기 문제 해결과 영양가 높은 잉여식량을 이웃들에게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다. 방콕, 푸켓, 후아힌, 치앙마이에 지부를 운영 중일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필리핀에도 해외 법인을 두고 활동 중이다. 이 재단은 무료 급식 활동(Rescue Kitchen Session), 구호 물품 가방 제공(Relief Supplies Bag Preparation), 음식물 쓰레기 비료화 교육(Food Waste Composting Workshop)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태국 푸드뱅크가 잉여식량 폐기 예방을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에 가깝다면, 우리나라 전국푸드뱅크는 저소득층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라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이번 컨퍼런스에 참여한 전국푸드뱅크, 광역푸드뱅크, 기부기업 관계자들은 태국 내 저소득 지역인 클롱 래드 패치 마을 (Klong Lad Phachi Community)을 방문하여 무료 급식 활동을 펼쳤다. 태국 푸드뱅크 관계자, 지역 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잉여식품으로 음식을 조리한 뒤, 주민에게 400끼의 식사를 제공했다. 전국푸드뱅크 설립 이래 최초로 해외 푸드뱅크와 공동으로 사회공헌 차원의 캠페인 활동을 벌인 것에 대해 양송희 전국푸드뱅크 단장은 “앞으로도 더 많은 이들에게 더 영양가 높은 식품을 지원하기 위해 각국 푸드뱅크와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음식물 쓰레기 저감을 위해 여전히 분리 배출된 음식물 폐기물을 비료·퇴비로 재활용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는 초보적인 형태의 식량 손실 및 폐기물 저감 방법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반면, 일본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식품 생산부터 소비, 자원화에 이르는 전 과정에 정부가 개입해 식량 폐기 감소 및 식품 분배 효율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3년 1월부터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으로 식품 기부기업들이 더 많은 식품을 기부하게 되고, 식품 폐기물 또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전국푸드뱅크는 올해 ‘푸드뱅크 기부에 따른 탄소저감 수치화 연구’를 진행하여 탄소배출권 확보에 사활을 걸게 될 식품 기업들이 푸드뱅크에 더 많은 기부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푸드뱅크는 이제 단순히 저소득층의 건강 증진뿐 아니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수단으로서 지속가능한 지구와 건강한 인류를 위한 친환경 솔루션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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