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공무원의 ‘현장’ 이야기

김충영경기도 수원특례시 주무관
김충영경기도 수원특례시 주무관

몇 년 전 장애인시설 원장님 한 분이 찾아오셔서 시설 기능보강을 요청했다. 시설 공간이 둘로 나뉘어 있어서 입소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으니 모두 한 장소에서 지낼 수 있도록 공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를 위한 예산이 충분치 않아 결국 진행되지 못했다. 그 원장님은 “수원시 사회복지예산이 1조 원이 넘는다고 알고 있는데 시설 기능보강을 위한 예산 지원이 왜 불가능한지 모르겠다”며 사회복지예산 편성에 의문을 던졌다. 비록 시설 기능보강 업무 담당자는 아니었지만 가까이서 실랑이를 지켜보며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사회복지예산 구조와 편성 방식을 원장님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녹록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지자체 사회복지 예산 많다지만…

올해 경기도 수원시 본예산(일반회계 기준) 중 사회복지예산은 1조2994억 원으로 47.3%를 차지하고 있다. 재원별로는 국비 7152억(55%), 도비 1852억(14.3%), 시비 3990억 원(30.7%)으로 나뉜다. 즉, 전체 예산 중 69.3%가 국가와 광역 지자체가 교부한 금액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국가 및 광역지자체에서 교부되는 재원은 대부분 기초연금, 보육료 등 사용 목적이 정해져 있고, 기초지자체가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을 매칭하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올해 소득인정액이 0원인 1인가구의 국민기초생활 보장 생계비 62만3368원의 재원은 국비 56만1032원(90%), 도비 4만3636원(7%). 시비 1만8700원(3%)으로 구성된다.

시비 3990억 원 중에서는 국·도비 사업 추진에 따른 의무 매칭액으로 2987억 원(75%)이 우선 쓰이고, 남은 1003억 원(25%)만이 순수 시비 사업에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된다. 결과적으로 올해 순수 시비 사업 예산은 수원시 사회복지예산 중 7.7%에 불과한 수준인 것이다. 이 중에서도 사회복지시설 및 관련 단체 운영 보조와 중앙과 광역지자체에서 생각하지 못한 장애인활동지원 급여, 보훈수당, 출생지원금 등과 부서 운영 필수경비를 제외한다면, 정작 수원시가 지역복지를 수행하기에 필요한 재원은 많지 않다.

중앙 및 광역지자체 보조사업 매칭액은 2008년 1928억8400만 원에서 2023년 1조1991억 원으로 6배 증가한 반면에 자체사업은 2008년 360억4000만 원에서 2023년 1003억 원으로 겨우 2.8배 증가한 것을 보면, 국·도비 보조사업이 지방정부 복지재정 건전성 악화의 일부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 합리적인 국비, 지방비 분담 비율 설정 필요하다

한편 기초지자체 복지재정 건전성 악화의 대표적 원인 중 하나로 중앙부처별로 시행령 및 개별사업 지침을 통해 지방비 부담 설정을 자의적으로 하는 점이 꼽히고 있다. 예를 들어 기초연금은 시행령에 근거를 두고 전전년도 고령화 지수와 지자체 재정 자주도에 따라 국비 비율을 70~80%로 정하고 있지만, 70~80%라는 비율을 어떻게, 어떤 근거에 따라 설정한 것인지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사회복지예산 재정분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지자체 보조사업을 시행하기 전에 중앙·지방이 동등하게 참여하여 분담 비율을 사전 협의할 수 있는 국무총리실 소속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의 역할 강화가 필수적이다. 중앙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거나 또는 기존 사업 변경으로 인해 재정 부담이 늘어날 경우, 사업부처와 지방정부 간의 논의 구조를 마련하여 사전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재원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는 영국의 ‘새로운 부담의 원칙(New Burdens Doctrine)’ 제도를 눈여겨 볼만하다.

 

○ 지역 특성 반영한 복지사업 추진, 포괄보조금 도입으로

이와 더불어 지자체가 지역 특색에 맞게 선택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포괄보조금 도입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현재 중앙부처가 지자체에 교부하는 보조금은 부처별로 예산을 편성하여 광역·기초지자체로 교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처럼 포괄적 재정 지원을 통해 지자체가 사업을 직접 기획·추진할 수 있는 방식도 시행 중이다. 이와 같은 포괄보조금 제도가 확대된다면 지역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적합한 사회복지사업을 직접 기획·추진함으로써 지역복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아울러 국민 최저소득을 지켜주는 국민기초생활보장, 기초연금, 장애인연금(수당), 긴급복지 등 현급성 급여 지원사업은 국비 100% 투입으로 전환하고, 지자체 가용재원을 국비사업의 재원을 보충하는 수단으로 삼지 않아야 한다. 수원시의 경우, 2016년 기초연금 시비 매칭액이 318억 원에서 2023년 78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로 인해 수 년 내에 1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방재정을 고려하지 않고 국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결정한 사항이 지방재정 건전성을 위협하는 단적인 예로 제시할 만하다.

 

○ 지방분권 취지 살리려면 역할 나눠야

서두의 사례에서 장애인시설의 원장님은 광의적 개념으로 본다면 지역복지 강화를 요구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복지 강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지자체의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전국적이고 보편적인 사회복지사업은 지자체가 집행하더라도 소요되는 예산만큼은 100% 국비 예산으로 편성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복지시설 기능보강 사업처럼 작은 규모의 정책은 지자체가 자체재원으로 관련 절차에 따라 사업 타당성을 따져 추진할 수 있도록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이는 지방분권 취지에도 부합하며, 시민들에게 보다 촘촘하고 다층적인 안전망을 제공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시민들의 복지 체감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전제는 지방정부 복지재정 강화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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