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범 회장은?
서울신학대 사회사업학과, 한양대 대학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다. 서울시아동복지시설연합회 사무국장, 한국사회복지관협회 부장, 마포재가노인복지센터 소장,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 경기도사회복지공제회 대표이사, 화성남부종합사회복지관 관장 등을 두루 역임했다.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제5대 회장이었던 조 회장은 올해 2월 제11대 회장으로 추대되어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용산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장을 맡고 있다.

구원투수가 돌아왔다. 협회를 떠난지 15년 만이다. 재가노인복지시설들이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해결사로 나서온 조남범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회장 이야기다. 올해 3월 취임한 조 회장은 “중앙정부의 노인맞춤돌봄사업과의 유사성으로 인해 30년간 지역사회 재가노인의 보루였던 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구 가정봉사원파견시설)의 정체성 위기가 불거지고 있다”며 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 법제화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조남범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회장
조남범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회장

○ 2009년까지 제5대 회장을 맡았다가 15년 만에 제11대 회장으로 돌아오셨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2008년에도, 올해도 회장이 되어야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다. 첫 임기 때인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되면서 전국의 약 800개 가정봉사원파견 시설에 대한 정부 보조가 모두 끊길 위기였다. 주위에서 저라도 이를 지켜내야 한다며 후보자 등록마감 직전까지 회장선거 출마를 강권했다. 경쟁 끝에 당선됐고, 결국 보조금 존치를 얻어냈다.

이번 임기에서는 4년 전부터 추진된 보건복지부의 노인맞춤돌봄서비스와 재가노인지원서비스가 유사하다는 유로 지방자치단체가 두 사업을 통폐합하거나 지원을 중단하는 문제를 해결하라는 소명을 받게 됐다. 위기 때마다 회장이 되어 부담이 크다.

 

○ 이번 선거에서 첫 번째 공약이 ‘정체성 및 위상 강화’였다. 정체성 위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약 30년 동안 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가 열심히 일해 왔는데 국고사업으로 노인맞춤돌봄서비스가 도입돼 혼란이 생겼다. 두 서비스가 협력해 시너지를 내서 어르신들을 더 잘 케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새로운 사업만 남고 기존 재가노인지원서비스가 통폐합되거나 없어지는 상황이 벌어지니 정체성 위기가 불거지는 거다. 그간 성실하게 해온 것에 더해 이제는 혁신하고 사업 내용을 재정립함으로써 정체성을 새롭게 확립해야 할 시점이라고 봤다.

 

○ 다른 공약은 없었나?

협회의 대표적 기능인 정책건의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조사연구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특히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가를 논의할 때 필요한 조사연구에 의한 데이터는 기술적으로도, 비용면에서도 민간에서 뽑아내기 어렵지만 정부는 가능하다. 우월한 위치에 있는 것이다. 이런 구조를 깨나가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제도 개선을 위한 조사연구사업을 다변화하고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또 하나는 교육훈련 강화다. 사회복지학은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학문으로 이론과 실천의 상호작용 속에 끊임없이 변화한다. 현장 종사자들이 따라가기 쉽지 않은 만큼 중앙회와 각 지회가 협력하여 교육훈련을 강화할 계획이다.

 

○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는 어떤 단체인가?

생활시설을 중심으로 하던 우리나라에 영국의 홈헬퍼 서비스 프로그램을 본뜬 가정봉사원파견 시범사업이 1987년부터 실시됐다. 이 사업이 진행되며 재가노인 복지 사업을 더욱 활성화 시키려면 조직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조기동 초대회장(2021년 작고)께서 설립했다. 사업 특성상 소규모일 수밖에 없는 시설들이 협회를 통해 응집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가정봉사원 봉사자를 찾아내 어르신 댁에 파견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우리나라 복지 체계가 생활시설 중심에서 지역사회복지로 이행하는 데 기여했다.

 

○ 재가노인복지시설과 관련된 단체들이 여럿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생기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재가노인복지 관련 협회로는 우리 협회가 원조다. 2008년 이후 장기요양에 뛰어드는 개인 시설이 많아지면서 자신들의 협회를 만들게 된 것이다. 현재 법인 단체도 있고, 법인화하지 않은 단체들도 여럿 있다. 시장에 재가복지나 장기요양 관련 시설들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 이해관계에 따라 단체들이 난립해 현장의 혼선이 적지 않다.

 

○ 대정부 건의 등에 있어 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을 텐데….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45조에 따라 복지부 장관과 가입자 대표, 공급자 대표, 공익 대표 각 7인으로 구성되는 ‘장기요양위원회’가 설치되어 있다. 공급자 대표 중 복지분야에서는 우리 협회와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가 참여하고 있다. 관련된 모든 단체들이 연대할 수 있도록 상호 간에 긴밀히 소통하면서 정책을 건의하거나, 현장의 목소리를 알리는 데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위원회에서 장기요양 수가를 놓고 벌어지는 논쟁 과정에 든든한 우군이 되고 있다.

 

○ 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와 관련된 핵심 이슈는 무엇인가?

「노인복지법」에 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 설치 근거가 포함되도록 개정하는 것이 최대 이슈이다. 원래 「노인복지법」 제38조에는 재가노인복지시설의 종류로 가정봉사원파견시설, 주간보호시설, 단기보호시설을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2007년 8월,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3조의 재가급여 서비스를 인용하는 형태로 법이 개정되면서 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는 시설로서의 법적 근거가 사라지고, 재가노인복지서비스의 한 종류로 바뀌었다.

원래 국고 사업이었다가 2005년 지방이양사업으로 전환된 재가노인복지시설 지원은 지방자치단체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4년 전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사업을 새로 시행하면서 지자체들은 지방비 아끼고 국고 사업에 매진한다며 「노인복지법」에 따른 재가노인지원 서비스센터 지원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 지자체가 ‘재가노인서비스’가 아니라 ‘재가노인지원시설’로 인식했다면 지금처럼 쉽게 보조금을 삭감하기는 어려웠을 거다.


○ 최근 노인장기요양시설 임차 운영 허용 문제도 논란이다. 협회는 어떤 입장인가?

돈벌이 수단으로만 장기요양기관을 설립·운영하는 사람들이 있다. 임차해서 노인장기요양시설을 운영한다는 것은 결국 임대료 인상이나 계약 해지를 요구받으면 할 수 없이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재가 서비스는 규모가 작아 사업장 이전도 용이하고 시설투자도 크지 않으니 큰 영향이 없겠지만 대형 요양시설 임차 허용은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 안전성을 확보하고 투자할 각오로 직접 설치하면서 시장에 뛰어들겠다면 몰라도 장기요양보험 제도하에서 투자 없이 손쉬운 수익 창출에만 눈독을 들이는 것은 옳지 않다.

 

○ 내년부터 요양보호사 보수교육이 실시된다. 잘 준비하고 있는지?

보수교육을 통해 짧은 시간이라도 보수교육을 활용해 체계적으로 인력을 개발하려는 노력은 중요하다. 서비스 질을 높여야 한다는 현장의 공감대도 있고, 도입필요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요양보호사가 자리를 비우면 반드시 대체인력을 투입해야 하니 시설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을 느낀다. 실제로 현장 요양보호사들의 어르신돌봄 수준은 편차가 상당하다. 재가시설과 생활시설의 가치·개념에도, 1~2등급과 3~4등급 어르신에 대한 케어 방법에도 차이가 있다. 이런 점까지 세밀하게 교육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직무교육 기회가 있어야 하지만 현재는 그런 기회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보수교육 의무화는 의미가 있다.

다만 보수교육 대상자를 약 30만 명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2년마다 받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교육 대상은 연15만 명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보수교육 운영주체 요건도 너무 낮아 과다 경쟁으로 수익은 고사하고 손실을 우려해야 할 수준이다. 재가복지 종사자 교육의 큰 틀은 재가복지 관련 단체가 잡고, 틈새는 일반 교육기관들이 맡는 형태가 적절해 보인다.

 

○ 요양보호사 처우 문제도 심각하다.

대표적인 문제다. 우리보다 5년 앞서 개호보험 제도를 실시한 일본은 처음부터 수가를 높게 책정하고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 반면 우리나라는 수가를 낮게 책정하여 시작했다. 이에 따라 15년이 지난 지금도 요양보호사들의 처우는 최저임금 수준이다. 시설에서 노인 학대 사건이 종종 벌어지는데 현실적인 처우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재원이 부족하니 서비스의 질을 도모하는 데도 한계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인력난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동남아 인력이 요양보호사로 일하면 장기체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이 우리나라에도 현실적일까? 요양보호사 자격증 보유자가 100만 명이 넘는데 현장에는 30~35만 명만 일한다. 식당에서 일하는 것보다 임금은 낮고, 강도는 높으니 시장에 들어올 리 없다. 내 부모를 모시고, 내가 들어가야 할 시설이라고 생각하면 요양보호사 처우를 이렇게 둘 수 없다.

 

○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것은?

장기요양기관이 노인복지시설로 자리 잡은 만큼 자정 노력이 필요하고, 정부·지자체·건보공단 등이 문제 시설에 단호히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다.다만 민관 파트너십 아래 현장에 좀 더 유연하게 접근했으면 한다. 한 시설에서는 조리원이 없어 위탁급식을 하는데 요양보호사가 겨울철에 식은 음식을 전자레인지로 데워 어르신에게 제공한 것을 조리 행위라며 환수처분을 받았다. 이렇게 기계적으로 할 일이 아니다. 현장과 행정의 인식차를 좁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

우리 후배들이 해낼 수 있는 사회복지 토양을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각 분야의 사회복지 지도자들 또한 그런 관점에서 함께 했으면 한다. 그렇게 하면 사회복지가 전반적으로 더 나아지지 않을까. 35년간 여러 기관에서 일하면서 그 기관의 존재 목적을 달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다. 회장 임기를 마칠 때 회원들에게 해결사로 기억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협회를 위해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한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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