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익중 원장은?
국무조정실 아동정책조정위원, 국가인권위원회 아동인권전문위원, 한국아동복지학회 회장, 아동권리보장원 설립위원,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한국청소년복지학회 회장, 법무부 여성아동정책심의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경찰청 여성청소년안전 정책자문단 위원,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 민간위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재임 중이다.

‘어린이에게 완전한 인격적 예우를 허하게 하라.’ 1923년 5월, 일제 침탈로 신음하던 한반도에서 ‘어린이날 선언’이 발표됐다. 방정환 선생 등을 주축으로 결성된 조선소년운동협회가 발표한 이 선언은 여전히 우리의 숙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방정환 선생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곳, 바로 아동권리보장원이다. 정익중 원장은 “100년 전 소파 방정환 선생이 그랬듯 아동의 권리보장을 위해 기본이 되는 ‘아동기본법’ 제정에 힘쓰겠다”고 했다.

 

 아동권리 위해 '아동기본법' 제정 필요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 원장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 원장

○ 올 4월 아동권리보장원 원장으로 취임 후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지난 4월 17일 취임 이후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안타깝게도 출생미등록 영유아 유기 사망 사건, 악성 민원으로 인한 교권침해 사건 등 사회 내 아동 관련 다양한 현안을 온몸으로 경험하며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했다. 또한 아동복지정책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국내외 입양관련 법률 재정비와 함께 출생통보제 및 보호출산제 관련 법안이 통과됐다. 이 제도들이 증거기반의 사회정책으로자리 잡고, 개정된 법률이 목적에 맞게 이행될 수 있도록 TF 구성 및 운영 등을 준비하고 있다. 

 

○ 우리나라 대표 아동복지 공공기관인 아동권리보장원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아동권리보장원은 아동에 대한 국가 책임 확대와 아동권리 실현을 목적으로 8개 기관에 산재해 있던 아동복지서비스를 통합해 2019년 7월 출범한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아동의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 등 아동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아동정책 개발과 평가 지원, 지속가능한 아동권리 보장 문화 조성, 아동발달과 성장지원 강화, 공적 아동보호체계 지원 중심으로 아동 관련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 시대 방정환 선생 역할을하는 공공기관으로서 ‘행복한 아이가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신념으로 모든 아동이 꿈을 가지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고 성장을 지원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 아동권리보장원의 시급한 현안은 무엇인가.

출생 미등록 아동과 위기 임산부 보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출생 미등록 아동 보호체계 개선 추진단’에 참여하여 ‘출생통보제’ 시행을 위한 범부처 정책과제 발굴에 함께 했다. 아동권리보장원은 보호 출산 신청 서류의 영구 보존 및 정보공개 관련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또한 입양정책위원회 사무국으로서 입양실무를 총괄 지원한다.
우선 국내 및 국제입양법의 하위법령 지원을 위한 TF를 구성하고, 입양업무 표준 매뉴얼 개발 및 국제입양 표준절차를 마련해 입양 후 사후관리 보고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민간기관에서 보관 중이던 25만여 건의 입양기록물을 이관받아 체계적인 기록관리 및 투명한 정보공개를 추진하고, 각종 유·무형의 입양 관련 자료가 소실되지 않도록 ‘입양기록관’을 마련하겠다.

 

○ 아동권리보장원은 아동의 목소리에 관심이 높은데….

아동복지 정책의 수립과 추진을 지원하고, 권리주체인 아동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아동의 직접 참여 기회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아동 참여기구인 ‘아동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아동 정책 관련 토론회와 포럼 등을 개최해 아동이 직접 의견을 제안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아동기의 가장 큰 위기 요인인 빈곤과 학대에도 적극 대응 중이다. 특히 돌봄 및 학대 사각지대 발생 방지를 위해 시·도 지원기관과의 협력체계 구축, 맞춤형 컨설팅, 사후관리 등 서비스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 다른 주요 사업도 소개해달라.

대국민 사업으로 긍정양육 129 캠페인과 부모 대상 아동학대예방 교육을 추진하여 긍정문화를 확산하고 있다. 취약 아동 지원사업으로는 입양 절차 전반의 공적 책임을 강화하고자 매뉴얼 개정 등을 통해 입양체계 개편 기반을 마련하고, 전문가정위탁 운영 활성화와 보호가정모집 및 양성 등 위기아동 가정보호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보호시설을 퇴소한 자립준비청년이 온전히 자립할 수 있도록 시·군·구와 자립지원전담지원기관간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보호체계의 단절을 예방하고 촘촘한 자립지원 사후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 2022년 아동권리 인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 4명 중 1명은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조사결과가 나왔는데….

이러한 조사 결과는 과도한 입시경쟁, 여가·휴식 시간 부족, 가정 내 학대 문제 등에 기인한다. 현대의 아동은 학업스트레스와 유해한 디지털 환경에 과도하게 노출돼 있다. 하지만 충분한 휴식·수면 시간, 여가·문화·놀이 시간이 부족하며 관련 인프라 역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우리 사회의 인식도 영유아의 창의적 발달 수단으로 놀이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되었지만, 아동·청소년시기의 놀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대부분이다. 학업을 우선시하는 인식 개선과 실질적으로 사교육을 줄이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 최근 학교 현장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으로 교권 관련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교권과 아동인권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 대한 고견은?

학교 현장에서 발생한 사건을 교권과 아동권리의 충돌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동안 아동권리 측면에서 교육적 맥락을 포괄하지 못했음을 인식하고, 학생과 교사 모두 존중받을 수 있는 균형감 있는 보호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교권보호 4법을 통해 정당한 교육 활동은 아동학대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이처럼 교사 보호를 위한 촘촘한 안전장치를 만들고, 아동학대 정책 또한 처벌에 방점을 둘 것이 아니라 예방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훈육’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어릴 적 경험을 바탕으로 행한 부모나 교사의 훈육 행위가 의도치 않게 아동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부모는 긍정양육, 교사는 긍정훈육 방식으로 아동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 지난해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가 2만7971건으로 아동학대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아동보호체계 내실화 또는 강화방안은?

올해 10월 아동학대 관련 조사와 사례관리 기능이 분리되는 등 아동학대 대응 체계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조사는 지자체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사례관리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전담하면서 아동학대 업무에 대한 공공성과 전문성이 강화됐다. 아동권리보장원에서는 아동학대 예방과 재학대 방지를 위한 ‘긍정양육 129 캠페인’과 ‘방문 똑똑, 마음 톡톡’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방문 똑똑, 마음톡톡’은 2022년부터 추진된 고위험 가정 특화 사례관리 사업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이 아동과 가족을 만나 가정의 회복을 돕고 재학대를 예방하고 있다. 2024년까지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 아동권리보장원은 지난 8월 개최한 아동권리포럼 주제를 ‘저출산 시대, 아동기 집중투자 방향’으로 잡았다. ‘아동기 집중투자’는 무엇을 말하는가. 이와 관련,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8명일 정도로 심각한데, 이를 극복할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하위로 국가 존폐 위기에 처할 만큼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일자리와 주거의 안정, 결혼, 아이 돌봄과 교육 문제, 부모의 경력 단절 등 복합적인 사회문제 속에 저출산 극복을 위한 근본은 아이와 부모가 모두 동시에 성장하고, 행복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는 것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캠페인 ‘너를 만나 새로운 나로’와 같이 자녀 출산을 부담이 아닌 삶의 행복과 즐거움으로 여기는 사회적 공감대가 조성되어야 한다. 또한 신념이나 빈약한 상상력이 아닌 증거기반의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 과학적 근거와 명확한 데이터로 저출산 정책에 대한 요구도와 효과성을 철저히 분석해 증거기반의 정책으로 재구조화 함으로써 출산율을 장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해야 할 것이다.

 

○ 아동권리보장원장으로서 꼭 이루고 싶은 일을 꼽는다면?

학계에 있을 때와 다른 점은 할 수 있는 말은 줄었지만, 공공기관의 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아졌다는 것이다. 우리 원이 아동의 대변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관 인지도를 향상시키고자 한다. 최근 ‘365일 아동의 날’ 배지를 거꾸로 달면서 매일매일이 아동의 날이 되는 그날, 배지를 올바로 달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를 통해 아동권리보장원이 이 시대의 ‘방정환 선생’ 역할을 담당하는데 소명을 다하겠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우리나라는 100여 년 전 국제연맹의 제네바 아동권리 선언보다 먼저 아동권리선언을 한 아동 권리 선진국이다. 100년이 지난 지금, 아동을 권리 주체로 온전히 인정하는 사회라고 할 수 있겠나? 그간 보호와 양육의 대상으로만 여겨왔던 아동을 독립된 권리의 주체로 공고히 하기 위해 ‘아동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 아동을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고 권리와 동시에 책임과 의무를 부여한다는 것이 ‘아동기본법’의 대전제다.

아동권리보장원은 향후 100년을 준비하기 위해 100년 전 소파 방정환 선생이 그랬듯 아동의 권리보장을 위해 ‘아동기본법’ 제정에 힘쓰겠다. 모든 아동이 365일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국민들의 관심과 동참을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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