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우 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한동우 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 기업의 ESG 경영 추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밀튼 프리드먼(Milton Frieman) 교수는 1970년 9월 13일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글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익을 증가시키는 것(The Social Responsibility of Business Is to Increase Its Profits)”이라는 주장을 했다. 이른바 ‘프리드먼 독트린’이 선언된 것이다. 이 신자유주의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기업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통해 임금을 지급하고,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수요를 만족시키며, 이를 통해 투자자의 이익을 극대화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이행한다. 프리드먼 독트린이 ‘선언’된 지 5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주장은 유효할까?

이미 1990년대부터 사람들은 기업의 성공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이 행성의 지속가능성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화석연료를 태워 생산된 전기와 석유를 가공해서 만드는 수많은 상품은 지구의 이산화탄소농도를 조금씩 증가시켜 왔다.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로 인해 확산되는 기후 위기는 단지 기업의 성공뿐 아니라 우리 사회, 경제, 정치, 그리고 문명 전체의 존속을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요인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에 대부분의 지식인이 동의하고 있다.

2020년 다보스 포럼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에서 기업의 보편적 목표’였다. 이 모임에서 기업의 목적은 ‘공유되고 지속적인 가치 창출에 모든 이해관계자를 참여시키는 것’으로 선언되었다. 이러한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기업은 주주뿐 아니라 직원, 고객, 공급업체, 지역사회, 사회 전반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기업의 성과는 주주에게 배당되는 수익뿐 아니라 환경, 사회 및 올바른 거버넌스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에 따라 측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국민연금기금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뭉칫돈 중 하나다. 국민연금기금이 어느 기업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그 기업 가치는 다른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폭으로 상승한다. 2020년 당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한 국제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금융 환경에서 ESG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으며, UN책임투자원칙기구(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PRI) 자료에 따르면 ESG를 고려하는 책임투자 자산 규모가 PRI 제정 첫해인 2006년 6조5000천억 달러에서 103조4000억 달러로 15년 만에 15배 성장했다”고 말하면서 “2022년까지 책임투자 적용 자산군 규모가 기금 전체 자산에서 약 50%로 확대될 예정이며, 2021년부터 ESG 통합전략을 국외 주식과 국내 채권 자산에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요컨대, 기업이 ESG 경영을 통해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SG 경영은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요소들, 즉 신규투자, 시장점유율 확대, 영업이익 확대, 기업가치 상승 등과 더불어 함께 갖추어야 하는 경영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공헌활동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크게 두 가지 경로를 통해 발전해 왔다. 하나는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ship)으로서의 책무를 강조하는 경로이고, 다른 하나는 마케팅전략(marketing strategy)의 일환으로서의 그것이다.

산업사회 이후 기업의 기능과 역할은 재화의 생산과 고용으로부터 법률적 조건과 규제를 준수하는 것, 사회가 요구하는 윤리적 기준을 준수하는 것으로 확대되어 왔다. 기업 역시 개인과 마찬가지로 사회를 구성하는 주요 조직으로서 마땅히 이행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 있으며, 이것이 국가와 시장의 관계, 시민권의 확대와 함께 자연스럽게 확장되어 왔다는 견해이다. 이 관점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 사회공헌(corporate philanthropy)’으로 구체화된다.

다른 하나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키우고,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단지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명분을 교환할 필요가 있다는 관점이다. 기업은 사회적 명분(cause)과 연계된 마
케팅을 통해 소비자로부터 긍정적인 이미지와 평판을 형성하게 되고,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이윤을 추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 두 갈래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로는 최근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와 ESG로 수렴되어 기업 시민으로서의 책무와 마케팅전략으로서의 경영 원칙을 통합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 기업 사회공헌활동 현황

한국의 기업은 전 세계에서 사회공헌활동을 가장 활발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기업 사회공헌활동은 대체로 대기업 혹은 대기업 집단을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사회공헌활동이 한국 기업들의 문화적 특성이라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긴 하지만 규모나 내용 면에서 한국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성화되어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의 기업 사회공헌활동 규모는 연간 2~3조 원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2022)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대 기업은 사회공헌활동에 연간 3조 원에 육박하는 지출을 하고 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공헌센터(2022)는 실증 조사를 통해 기업 사회공헌활동 규모를 산정하는데 이 조사에 응답한 기업들은 2021년 한 해에 1조5600억 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기업 사회공헌활동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특징은 기부금의 대부분을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 혹은 사회복지 분야(55.9%)에 지출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미국의 기업 사회공헌활동과 큰 대조를 이룬다. Giving USA(2019)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한 해에 약 200억 달러(한화 26조 원)를 기부하고 있는데, 기부금 중 가장 큰 비중(약 55%)은 교육 분야에 지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사회공헌활동을 통한 기부금의 지출 분야를 살펴보는 것은 기업 사회적 책임의 방향이나 경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향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어느 분야에서 구체화될 것인지를 예측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한국 기업이 주로 사회복지 분야나 취약계층에 기부금을 지출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으나 분명한 것은 한국의 사회복지 분야는 기업과의 협력과 연계를 앞으로도 공고히 해야 할 필요성과 명분이 있다는 점이다.

ESG가 현대 기업 경영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기업이 사회복지 분야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미국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교육 분야나 지역사회 영역에 대한 기업의 관심도 매우 중요하다. ESG 성장에 따라 사회복지 분야가 해야 할 대응은 기업자원 동원과 조직화에 있어서 전통적인 방식과 내용을 유지하되, 기업의 관심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 사회복지조직과 ESG

사회복지조직은 대체로 「사회복지사업법」 등 법률에 의해 설립되어 공공부문과 민간 부문의 감시 체제하에서 운영된다. 사회복지조직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의사결정 구조는 법률과 정관 등에 따라 민주적으로 운영되도록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사회복지조직에서의 ESG 경영은 이미 오래전부터 수행되어 온 것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 분야에 관한 민감성을 확대한다든지, 조직의 지배구조와 의사결정과정을 더욱 민주적인 방식으로 재설계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오히려 사회복지조직은 ESG 성장에 따라 기업의 관심과 행동이 변화하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기업은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지속 가능성을 확대하려고 하며, 이 과정에서 사회적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사회복지조직은 정부에서 제도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 혁신적인 방식으로 사회문제를 예방 또는 해결하고자 하는 실험적 프로젝트, 한국 사회의 다양성을 촉진하고 강화하는 사업들을 위한 자원을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시도할 수 있다.

민간 사회복지조직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정부의 제도적 서비스를 보충(supplementary)하는 수준이 아니라 정부와 시장에서 공급하기 어려운 서비스를 보완(complementary)하는 기능을 수행하여야 한다. 이로써 한국 사회의 복지공급이 제공 주체의 협력을 통해 완결성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다.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대하기 위한 경영전략으로 도입되었지만 한국의 사회복지 분야는 이러한 혁신적 추세와 동향을 스스로 사회적 책무를 이행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으며, 이것이 사회복지조직의 지속가능성을 확대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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