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학교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보장하는 교권 4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교사들은 정당한 학생생활지도 행위를 「아동복지법」 제17조에 따른 정서적 학대행위에서 제외해 달라며 조속한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아동복지시설 종사자들은 딜레마에 놓였다. 이 같은 교사들의 움직임에 누구보다도 동질감을 느끼면서도, 아동복지시설 입소 아동들에게 부모와 같은 역할을 하는 입장에서는 과도한 대응임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서적 학대로부터의 보호와 독립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지도,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는 가치를 모두 지켜낼 지혜를 모아야 한다.(편집자 주)

이세원 강릉원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교사와 아동 관련 종사자의 참담한 외침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사건, 그리고 후속하여 발생한 교사 사망은 교사의 권리와 아동의 권리 충돌이라는 논쟁의 공을 쏘아올렸다. 교사들은 절규의 목소리로 교권을 보호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대안을 요구하면서, 아동학대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아동복지법」 개정이 ‘교권보호의 시작’이라고 외치고 있다. 동료를 잃은 참담한 외침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비단 초·중·고등학교 교사에게 국한된 문제는 아니며, 교사의 아동학대에 대한 면책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냉철한 재고가 필요하다. 표면적으로 볼 때, 최근 아동권리와의 충돌로 인한 어려움은 교사뿐 아니
라, 보호자로부터 이탈된 보호대상아동을 입소시켜 보호, 양육 및 취업훈련, 자립지원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아동양육시설 등의 종사자에게도 발생해 오고 있었던 문제이다.

다만, 두 집단의 본질적인 차이는 부적절한 민원을 넣는 보호자가 있는가, 그렇지 않으면 아동 돌봄에 관심을 둘 만한 보호자가 없는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올해 발생한 교사 사망 사건은 아동의 권리를 잘못 이해하고 그것을 빌미로 제기한 보호자의
부적절한 민원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

 

○ 권리에는 우열 없다

인간의 권리는 시소의 관계로 설명할 수 없다. 권리란 지레의 원리에 따라 한쪽 편이 우위를 차지하면 다른 쪽 편이 내려가야만 하고,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양측이 허공에 발을 띄운 채 자신의 쪽이 기울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바둥거려야 하는 시소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데도 우리나라에서는 ‘달군 쇠와 자녀는 때려야 한다’라며 자녀의 권리보다 부모의 권리를 우선시하였고, ‘스승의 그림자도 밟으면 안 된다’라며 교사의 권리를 상위의 것으로 두었던 인권 무지의 시대가 있었으며, 지금 우리 사회는 그 시대를 막 지나가는 과도기에 있다.

우리 사회는 불과 20여 년 전인 2000년에 되어서야 권리의 시소 관계에서 항상 낮은 편에 있었던 아동을 인식하여 「아동복지법」에 아동학대에 대한 정의를 두고 어떻게 우리 사회가 아동을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아동권리를 인식하게 된 배경에는 굶어 죽어 앞마당에 묻힌 아동, 부모의 종교적 신념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고통 속에 죽어간 아동이 있었다. 권리의 시소가 빚어낸 참혹한 결과였다. 그렇기에 2000년 「아동복지법」에서는 아동을 신체·성·정서적으로 학대하는 것과 유기·방임하는 것을 금지하며, 아동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체계 등을 구축하게 되었다. 이처럼 성인의 권리에 짓밟혀 희생당한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아동학대금지 규정과 「아동복지법」 개정 배경을 생각해 볼 때, 아동의 권리가 다른 성인(부모, 교사, 종사자 등)의 권리보다 우위에 있다는 인식은 성립될 수 없다.

아동은 미성숙한 존재로서 갖는 아동권리의 특수성이 있고, 아동을 잘 보호하고 사회화함으로써 건전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아동권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일 뿐, 아동권리가 다른 사람(학우, 교사, 종사자, 부모 등)의 권리를 침탈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며, 아동의 권리가 교사 또는 종사자의 권리에 우선한다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저출산, 코로나19로 인한 등교 중지와 대인관계의 단절 등이 기형적인 형태로 뒤섞여 아동권리의 본질은 잊은 채 아동권리를 잘못된 방패 내지는 창으로서 받아들이고 사용하고 있는 일부의 세태가 안타깝다.


○ 정서학대금지의 의미

교원단체 등에서는 특히 아동학대금지 규정 중 정서학대금지조항에 대한 교사의 면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서구에서도 아동학대가 본래 심각한 신체학대에 대한 발견으로 시작되었고(Kempe et al., 1962), 정서학대는 신체학대나 성학대와는 다르게 상흔이 없다는 점에서 정서학대는 우리나라에서 아동학대의 유형 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와서야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교원단체 등이 정서학대금지조항을 개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아동복지법」 제17조제5호의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학대행위’가 너무 추상적이어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악용될 수 있
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정신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란 경멸적 언어폭력, 잠 재우지 않기, 차별하기, 가정폭력을 목격하도록 하기, 다른 아동을 학대하도록 강요하기 등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기에 정서학대금지조항이 갖고 있는 추상성은 한계이자 불가피함이기도 하다.

정서학대금지조항에 죄형법정주의상 명확성의 원칙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이 조항은 무력해지기 마련이다. 또한 정서학대금지조항이 있다는 것은 학대피해로부터 소리 내어 울지도, 도움을 청하지도 못하고 있는 아동들을 위한 마지노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문제 해결의 핵심은 교사의 정서학대 면책권이 아니다

무너진 교권과 종사자의 권리를 회복하기 위한 열쇠는 아동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에 있지 않고, 교사와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한 체계와 입법에서 구해야 하며, 상대편 안위에 대한 배려 없이 권리의 시소를 반대로 기울이는 것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인식의 성찰에서부터 출발하여야 한다.

최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유·초·중·고 교원 5461명을 대상으로 교권 4법 통과와 학생 생활지도 고시 시행 이후 변화 여부를 실시한 조사에서 부정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응답 2.9%를 포함하여 학교에 변화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55.3%였다. 그 이유로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고소, 고발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28.4%)’, ‘인력·예산·공간 등 교육부·교육청 지원 부족(16.4%)’, ‘학칙 미개정으로 세부생활지도 적용 한계(15.8%)’ 등의 순이었다.

조사 결과를 보아도 아동학대가 아닌 문제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나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 부재가 안타까운 교사의 죽음을 부른 원인이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아동권리를 도구 삼아 횡포를 휘두르며 아동학대가 아닌 사안에 대해 아동학대 신고를 하였을 경우, 교사 또는 종사자는 소속 기관 및 체계에서 마땅히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 미시적 체계로는 기관장 차원에서, 더 나아가 관련 부처인 교육부·보건복지부 또는 고용노동부에서 부적절한 민원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인력에 대해 보호를 해야 교사와 아동 관련 종사자들이 아동의 바람직한 성장을 돕는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다.

아동학대는 그 누구도 하면 안 되는 것으로서 어떤 직군이나 대상도 면책 받을 수는 없다. 교사에게 면책권을 인정한다면 아동 관련 종사자도, 부모도, 모두가 면책권을 요구하게 될 것이고, 아동을 학대로부터 보호하고자 한 목적이 무너질 것이다. 또한, 본질적인 원인은 해결하지 않은 채 정서학대 면책권으로만 최근 불거진 이 사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어떠한 식으로든 민원은 끊이지 않을 것이며, 자칫 일부 교사나 종사자로 인해 부적절한 사건이 발생하게 되었을 때 이들에게 날아오게 될 부정적인 여파는 상상하기 어렵다. 아동학대금지조항은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기도 하지만 아동을 대하는 성인들이 해서는 안 될 것들을 알려주는 지침의 역할을 하여 조직의 신뢰를 지켜주는 장치이기도하기 때문이다.

교권 4법이 의결된 이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의 “교원이 소신을 갖고 열정으로 교육할 수 있는 교실 회복, 교육 회복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라는 말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우리 아이들의 꿈이 피어오르고 성장이 이루어지는 교실, 그리고 가정으로부터의 외면이나 위기 상황 등에서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어주는 아동복지시설에서는 그 누구의 권리도 다른 누군가의 권리 위에 설 수 없다. 물론, 권리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부모, 교사, 종사자와 같은 성인뿐 아니라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아동권리 교육 콘텐츠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아동에게도 나의 권리가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들의 권리는 중요하며, 권리의 이면에는 상대방에 대한 의무와 배려가 있음을 주지시켜야 한다.

 

○ 아동의 바람직한 성장을 돕는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아동학대처벌법」에서는 교사와 종사자들을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 규정하고 있는데, 그만큼 아동을 위험한 상황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교사와 아동 관련 종사자들은 아동에게 단순히 지식 전달이나 거처의 제공
이상으로 전인적인 교육과 돌봄을 제공하는 전문가로서 아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잘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교사와 아동 관련 종사자는 아동 인권의 옹호자로서 이들의 인권을 존중해야 아동의 인권도 있다.

침해된 아동의 권리를 지키고자 개정하였던 2000년 「아동복지법」을 기억하며, 박탈된 교사의 권리를 지키고자 만들어진 교권 4법의 의결도 환영한다. 누군가의 희생과 죽음을 통해서만 사회가 변하고 뒤늦게 입법되는 세태가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
하고 교권 회복과 관련한 법의 개정을 통해서 교사와 아동 관련 종사자들의 본연의 업무인 아동이 건강하고 바람직한 성장을 가르치고 도울 수 있도록, 그리고 서로의 권리를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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