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식 회장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중장기조세정책심의위원회 위원, 한국인구학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운영위원 겸 고령화특별위원회 위원, IOM이민정책연구원 이사, 한양대 교수 및 고령사회연구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OECD 국가 평균인 1.58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인구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지방소멸 등 인구위기에 대응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이삼식 인구보건복지협회장은 “급할수록 돌아가는 것이 맞다”며 “인구정책과 관련한 인프라를 늘리고 시스템을 바꾸는데 더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랫동안 인구 관련 연구에 천착해온 이 회장은 “협회가 갖고 있는 데이터와 노하우, 네트워크를 잘 활용해 인구위기 극복에 윤활유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이삼식 인구보건복지협회장
이삼식 인구보건복지협회장

이삼식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은 인구위기 극복을 위한 사업을 적극 개발하고, 국민들의 인식이 개선될 수 있도록 윤활유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 지난해 12월 취임했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

저출산과 고령화, 지방소멸 등 인구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역할이 더 중요해진 만큼 인구위기에 대응하는 우리 협회의 기능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정부와 함께 인구문제를 해결하는 공익단체로서 국가정책에 발맞춰 인구위기에 대응하는데 초점을 두고 핵심사업을 짰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각 사업부서와 협의를 거쳐 중장기적인 사업방향을 설정했다. 다른 기관과의 중복사업은 피하고 미래지향적인 사업 중심으로 재편했다. 쌍둥이 부모 지원사업, 아버지 교육인 파더링교육, 인구교육, 인구정책 알리기, 인구변화대응 캠페인, 부부육아토크, 조부모 육아대화, 대학생 인구토론대회, 기업과 함께하는 인구포럼, 양육미혼모지원사업 등 설정된 10대 핵심 사업은 현재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 회장께서는 보건사회연구원, 대학교수 등 오랫동안 인구전문가로 활동해왔다. 바깥에서 보던 협회와 안에서 직접 겪으면서 느끼는 점이 많이 다를텐데…

인구정책을 연구, 평가, 분석하던 연구자로서 협회를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다. 과거 가족협회는 그 시대가 요구하는 과업 달성에 기여한 측면이 있으나, 현 시대엔 역할이 모호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았다. 직원들의 사기도 걱정이었다. 그런데 막상 취임하고 보니 직원들의 열정이 대단하더라. 정부정책이 닿기 어려운 취약계층을 위한 상담센터 운영, 정보전달 사이트 운영 등 정부의 부족한 영역을 채우고 있었다. 회장으로서 인구사업을 개발하고, 국민들의 인식을 개선하면서 인구위기 극복에 함께 할 수 있도록 윤활유 역할을 하면 될 것 같다. 

 

○ 인구보건복지협회가 가지는 장점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 대체조직이 없다는 점이다. 인구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실천조직으로서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유일무이하다. 역사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부의 인구정책을 가장 잘 풀어낼 수 있다고 자부한다. 

 

○ 인구학자로서 협회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어올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역사가 60년이 넘었다. 그런데 인구관련 연구소가 없었던 것은 자성해야 할 부분이다. 협회 내에 인구연구소를 신설한 것은 국회, 보건복지부 등 대외적인 요구도 있었지만, 연구소 운영으로 연구능력을 길러 시대적 흐름에 따른 인구정책 수요에 적극 부응하기 위해서다. 인구위기의 특수성과 정책지향성을 목적으로 연구하면 인구정책 제안에도 기여하고, 협회의 사업개발과 진행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본부 및 전국 13개 지회의 1년 예산이 1080억원 규모인데, 현재 석박사 6명의 연구인력은 너무 적은 것 아닌가?

200여 명의 연구진이 포진한 보건사회연구원에 비하면 그렇게 보일 수 있다. 협회 연구조직이 숫자적으론 충분치 않지만 연말에 4건의 연구보고서가 발간될 예정이다. 그동안 인구정책 관점에서 소홀했던 분야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생산성 높은 연구결과물이 될 것으로 본다. 

 

○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인구와 관련한 데이터와 노하우도 많고, 네트워크도 잘 조성되어 있어 연구환경은 좋을 것으로 본다.

예산 투입의 효율성, 효과성을 분석하고 평가해 우리나라 인구정책의 지속가능성을 이끌어내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 또한 내년에는 연구인력도 더 확대해 인구위기에 정책적으로 적극 대응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역대 최저기록을 또 경신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58명(2021년)의 절반도 안 된다.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저출산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고견을 들려달라.

먼저 지적할 것이 우리가 저출산대책에 예산을 얼마나 쏟아부었는지를 따질 때 누적예산으로 계산하는데, 산술 방식이 잘못됐다.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연 단위로 계산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방예산을 누적으로 따지나? 그렇지 않다. 또 우리나라 저출산 관련 예산이 많은가 하는 점이다. OECD 국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아동수당, 육아휴직급여 등 가족정책 지출규모는 1.6%로 3∼4%에 이르는 유럽 국가의 절반에 불과하다. 예산의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저출산은 인구정책 관점과 사회복지정책 관점이 다르다. 현금성 급여 예산 증액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구정책과 관련한 인프라를 늘리고 시스템을 바꾸는 예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 저출산과 관련해서는 백약이 무효라는 얘기가 없지 않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출생률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한국 사회는 위기를 피할 수 없다. 인구위기를 재조명하고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미봉책이 아닌 저출산을 극복할 수 있도록 양성평등 지원, 일 가정 양립 정책 등 사회시스템을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 10년, 20년이 걸리더라도 지금 시작해야 한다.

 

○ 인구보건복지협회 미션이 ‘평등하고 다양한 가족문화 확산’이다. 이러한 미션을 설정한 계기나 이유는 무엇인가?

입양, 동거, 비혼 등 가족형태가 다양화 됐다. 협회는 기존 혈연개념이 아닌 이러한 추세를 반영한 다양성과 포용성의 관점에서 사업을 펼쳐야 한다. 협회 사업 중 ‘미혼모를 위한 양육지원사업’은 배우자의 지지와 보호체계가 결여된 상황에서 자녀의 출산부터 양육을 홀로 담당하고 있는 양육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들은 사회구성원으로서 삶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협회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양육미혼모의 경제·정서·사회적 자립과 자녀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이같이 협회는 인구의 양적 확대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협회 사업 중 ‘가족보건의원’에 눈길이 간다.

전국 13개 지회에서 운영하는 가족보건의원은 건강한 출산·양육 환경 조성과 진료·예방접종·국가암검진 등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영유아 건강상담, 청장년층 건강검진, 치매예방 사업 등 영유아부터 고령층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별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지역사회 주치의 역할을 하고 싶다.

 

○ 한양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양대 부설 고령사회연구원을 설립한 배경은 무엇인가?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초고령사회는 사회적·경제적 등 모든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높다. 이는 엄청난 사회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UN은 미래에 우리나라의 고령화 수준이 세계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례없는 고령화는 우리가 가장 앞서서 경험하게 될 현상으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 특히 고령화는 경제·인문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으므로 통합적인 접근이 중요해 융복합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2008년에 연구원을 설립했다.

 

○ 고령사회연구원장을 맡고 있어 우리 사회의 고령화 문제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사회보장위기, 소비감소 등 급격한 인구변화는 모든 세대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가 정년을 맞는 지금, 정년연장을 적극 설계해야 한다.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 제도도 마찬가지다. 세대 간 양보할 것은 양보해야 윈윈할 수 있다. 파이를 나누지 않고는 해법이 없다. 이러한 노력만이 미래 고령사회가 활기차고 모든 구성원들이 행복을 추구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0.78명은 매우 충격적인 수치다. 그러나 포기는 이르다. 문화 및 사회시스템 변화 등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지금이 가장 빠른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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