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종아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부연구위원
이이종아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부연구위원

국무조정실의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에 의하면 전국의 만 19∼34세 청년 가운데 ‘은둔 청년’은 2.4%로 약 30∼40만 명의 은둔 청년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39세 청년을 조사한 결과 은둔·고립 청년은 약 12만9천명으로 이는 서울 청년의 약 4.5%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의 ‘고립·은둔 청년 현황과 지원방안(2023)’에 따르면, 19∼34세 청년의 고립 비율이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2019년 3.1%에서 2020년 5.0%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경기가 급격히 침체되고, 감염 예방을 위해 행해졌던 사회적 거리두기로 비대면 일상생활이 가능했던 상황도 고립·은둔 청년이 늘어나게한 요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일상으로 복귀가 가능해진 상황임에도 여전히 집 안에서 밖으로 나오지 않고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청년들이 있다. 이들은 왜 진학, 취업, 결혼으로 이어지는 생애주기 과업들을 포기한 채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일까?

이에 대한 원인과 대안을 모색하기에 앞서 우선 은둔 청년이라는 대상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김성아 부연구위원은 은둔 청년을 ‘집이나 방과 같은 물리적 공간에서 타인과 관계뿐만 아니라 외출을 제한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로써 보통 일정 기간 이상 집이나 방안에서 나오지 않고 고립된 상태에 있는 청년’으로 정의했다. 그러나 ‘은둔형 외톨이’, ‘고립청년’, ‘고립·은둔 청년’, ‘사회적외톨이’, ‘사회적 고립자’, ‘무중력 청년’ 등 은둔 청년을 이르는 명칭이 다양하게 쓰이는 것을 보면 용어나 그 구체적 상황에 대한 정의는 아직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 새롭게 부상한 취약계층, 은둔 청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고립·은둔 청년들이 점차 늘어나게 되자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이들을 새로운 사회복지 취약계층으로 보고 지원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 91번으로 자립준비청년, 가족돌봄청(소)년과 함께 고립·은둔 청년을 취약청년으로 묶어 실태 파악과 맞춤형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이들의 구직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청년도약준비금’ 지급 계획을 수립하였다.

지자체도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례로 광주광역시는 2019년 전국 최초로 「은둔형 외톨이 지원조례」를 제정하였으며, 이에 근거하여 전국 최초로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를 설립하였다. 이는 조례에 근거하여 지원체계를 구축한 첫 사례이다. 서울특별시는 2021년 「서울특별시 사회적 고립청년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이에 근거해 고립·은둔 청년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서울시 고립·은둔 청년 종합지원계획을 수립하여 현재 다양한 과업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8월 18일 기준, ‘자치법규보장시스템’에서 ‘은둔형 외톨이’로 검색되는 조례는 총 19개로 아직 관련 조례가 제정되지 않은 지역이 대부분이다.
다만 지자체마다 조례를 통해 은둔 청년을 다르게 정의하게 될 때 지원 예산이나 규모, 범주 등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를 아우를 수 있는 상위법을 마련하여 이들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와 국가와 지자체의 지원을 의무화 할 필요가 있다.

 

○ 은둔 청년의 특징과 욕구 살펴보니…

은둔 청년을 위한 다층적 복지 지원 체계를 구축하기 위우선 대상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은둔 청년과 지역의 전체 청년을 비교한 주요 설문 문항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먼저 ‘2022년 서울시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은 일반 청년에 비해 성인기 전과 후 모두에서 부정적 경험을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기 이전에는 ‘가족 중 누군가 정서적으로 힘들어 했던 경험’, ‘집안 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진 경험’, ‘지인으로부터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한 경험’ 등이, 성인기 이후에는 취업과 관련하여 ‘원하는 시기에 취업을 못했거나 원했던 직장에 들어가지 못했던 경험’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국무조정실의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를 통해서 고립·은둔 청년의 욕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은둔 청년도 일반 청년에 못지않은 ‘좋은 일자리’, ‘충분한 소득·자산’, ‘인간관계’ 등에 대한 욕구를 갖고 있음에도 ‘연애’, ‘결혼’, ‘사회 기여’, ‘명예와 권력’에 대한 욕구는 일반 청년에 비해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둔 청년의 여러 특성들 가운데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은둔 청년의 ‘재고립’ 경험이다. 청년재단(2023)이 만 19∼39세의 은둔·고립 청년 39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재고립 실태조사’ 결과를 지난 7월 발표하였다. 놀랍게도 은둔 청년 반 이상(58.8%)이 은둔에서 벗어나 사회활동을 한 후에 다시 고립 상태에 놓이는 경험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노가빈·이소민·김제희의 ‘청년 은둔형 외톨이의 경험과 발생원인에 대한 분석(2021, 한국사회복지학 Vol 73)’에서도 은둔 청년의 재고립 경험이 패턴화되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 고립, 일상, 재고립 악순환 끊으려면…

은둔 청년이 사회로 나가서 다시 ‘재고립·재은둔’ 상황에 놓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 우선 은둔 청년의 규모와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19∼39세 청년을 대상으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는 전국 단위의 첫 조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조사를 통해 고립·은둔 양상과 복지욕구를 파악하여 맞춤형 지원 사업을 마련할 계획이다. 조사대상자인 은둔 청년의 경우, 드러나 있지 않고 고립되어 있어 발굴과 접근이 용이하지 않다. 이에 따라 온라인 방식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조사 방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모든 참여자에 게 고립·은둔 여부를 판별하는 1차 조사를 진행하여 고립·은둔 대상자를 선별하고, 조건에 해당하는 응답자로 부터 사전 동의를 받은 후에 문자로 별도 안내 링크를 발송해 조사한다.

이는 은둔 청년이 온라인을 많이 활용한다는 점에서 적합한 조사 방법이다. 그러나 현재 조사 방식으로는 온라인 활동을 하지 않는 대상자, 설문조사에 응할 의향은 있지만 조사에 대한 정보를 접하지 못한 대상자, 2차 조사가 필요함에도 이를 거절한 대상자는 결국 조사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온라인 접근성이 낮은 대상자를 포괄할 수 있도록 조사 방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각 시·구·정·촌(일본의 기초지자체 단위로 우리나라의 시·군·구와 유사) 사회복지협의회에서 지역복지 네트워크 사업을 수행하는 지역복지 네트워커가 아웃리치 활동을 통해 ‘히키코모리’를 발굴·연계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는 시·군·구 사회복지협의회가 복지사각지대에서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소외계층을 중점 발굴하여 다양한 복지자원과 서비스를 연계·지원하는 ‘좋은이웃들’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복지 사각지대의 은둔 청년을 발굴·지원하는 데 ‘좋은이웃들’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은둔 청년 사회복귀 위한 다층적 복합 지원체계 마련해야

은둔 청년이 은둔 상황에 놓이게 되는 원인과 과정, 은둔 기간, 은둔 상황에서 벗어나도 다시 고립과 은둔의 상황에 놓이게 되는 여러 특성들을 고려해 볼 때 이들의 ‘안전한 사회복귀’를 위해서는 단일 차원보다는 다층적 차원의 복합 지원 체계 구축이 적합하다. 다행히 서울시는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고립·은둔 청년의 발굴, 진단·상담, 프로그램 지원에서 사회복귀까지 한 번에 종합적으로 관리되는 원스톱 지원관리 체계 구축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는 대상자를 발굴하면 진단 검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고립정도가 약한 청년에게는 취업 역량 교육을, 비활동형 고립 청년에게는 자아·진로 탐색 프로그램 지원을, 은둔형 청년에게는 개별 회복 프로그램과 공동생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러나 지금의 원스톱 지원 관리 체제에서 일자리 연계 부분은 다소 미흡해 보인다. 서울시 실태조사 결과 은둔 청년이 은둔하게 된 계기와 욕구가 ‘일자리’와 관련이 깊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은둔 청년을 위한 원스톱 지원관리 체계에 고용서비스와의 연계 체계를 구축,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3월 서울특별시와 「고용·복지 연계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취업 취약계층의 특성에 맞는 고용복지서비스를 제공하여 이들이 취업을 통해 자립 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약속하였다. 또한 복지대상자, 위기청소년, 다문화가족 등 취업 취약계층이 취업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자체 등 유관기관과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고용·복지의 협업을 통해 사회·경제적 자립을 지원할 예정이다. 복지 대상자의 취업 연계 차원에서 고용과 복지 연계 강화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사회복지 대상자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들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지원·연계할 수 는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또한 사회복지 대상별 종사자 교육훈련 과정과 지원 매뉴얼을 개발하고, 지원 우수사례를 발굴·공유하여 학습자료로 활용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이들에게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고 그대로 방치한다면 이들은 과연 어떠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걸까? 그대로 중장년층이 되어 ‘8050(80대 고령의 부모가 50대 중년 히키코모리 자녀를 부양)’ 문제에 놓이게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쓰레기로 집을 가득 채운 채 살아갈 수도 있으며, 사회와 단절된 채 홀로 외로운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이 복지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한 이들 삶에 대한 지원과 개입이 없다면, 지금보다 ‘나아진’, ‘괜찮은’ 상황을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보다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그리고 이들을 구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복지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