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용 TSCP 대표, 경영·인적자원개발 컨설턴트
최호용 TSCP 대표, 경영·인적자원개발 컨설턴트

내 아내는 사회복지사다. 살을 맞대며 살다 보니 아내가 일하며 있었던 이야기들을 종종 듣곤 했다. 오랜 시간동안 많은 내담자들과 만났던 아내는 어느날 내담자들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분명 모든 내담자가 그렇다고 할 수 없지만 거의 비슷하다고 했다.

“거의 대부분의 내담자들이 삶의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 자체에 신경쓰기보다 문제가 불러오는 감정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거 같아. 그리고 그 문제가 유독 자신에게만 일어나는 문제인 것처럼 자신을 불쌍히 생각하거나 운이 없다고 생각해. 그래서 괴로워하는 것 같아”

이 세상에 아무 문제 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문제를 방관하며 살아도 되는 삶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을 것 같은 부유한 사람도 자녀 교육, 재산 유지, 건강, 부모와의 갈등, 술 문제, 사랑하는 사람과의 문제처럼 돈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많은 문젯거리를 안고 산다. 어떤 문제에 있어서 남의 도움이 필요한 대상이나, 그 문제를 해결하거나 공감해 주는 사람, 이 일에 결부되어 있는 모든 사람은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무엇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인가? 위로야 누구나 할 수 있고, 경제로든, 정책으로든 어떤 방법으로든 나눌 수 있지만 위로의 말은 그 순간에 없어지고, 이후 그들에겐 그들의 삶이 또 남아 있게 된다.

 

○ 문제 때문에 걱정을 안고 사는 인간

두 수도승이 신발에 질퍽한 진흙이 묻을 까봐 조심스럽게 걷고 있다. 두 수도승 중 한 수도승 눈에 멀리 한 여성이 보인다. 그리고 그 여성에게 달려간다. 여성에게 달려간 수도승은 갑자기 여성을 자신의 등에 업는다. 그리곤 질퍽한 진흙길을 대신 건너 주었다. 여성은 연신 감사함을 수도승에게 표한다. 이 상황을 보고 있던 다른 수도승은 이를 좋지 않은 표정으로 쳐다보고만 있다.

저녁이 되었다. 낮에 있었던 일을 기분 나쁘게 보고 있던 수도승은 말한다. “자네! 낮에 당신의 모습은 극히 경망스러운 모습임에 틀림이 없었구려. 어떻게 수도승이 지나가는 여성을 업을 수가 있는가? 여성을 멀리해야 한다는 것을 잊었는가? 쯧쯧”

여성을 도와주었던 수도승은 그 말을 듣고서는 이렇게 답했다. “자네 말대로 여성을 업어주었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내려놨지. 하지만 자네는 아직도 그 여성을 업고 있구려. 쯧쯧”

우리는 항상 걱정을 업고 산다. 오늘의 걱정, 내일의 걱정, 과거의 후회와 그로 인한 미래의 걱정까지 기존 걱정들이 해결되더라도 새로운 걱정이 자리를 차지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심지어 나이에 따라서, 준비한 것에 따라서, 환경에 따라서, 운에 따라서 걱정거리가 달라진다.

걱정은 무엇일까? 사전에는 ‘안심이 되지 않아 속을 태움’이라 설명되어 있다. 걱정이란 미래에 원하는 것이 있는데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것 같은 감정, 염려를 뜻한다. 걱정이라는 것은 감정이기에 걱정을 일으키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바로 문제라는 녀석 때문이다. 대체 문제는 어떤 것이길래 걱정을 일으킬까?

문제란 바라는 것과 현재의 차이를 말한다. 그렇다면 문제가 ‘0’에 수렴한다면 어떨까. 기분 좋지 않은가? 삶에 문제가 없다면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우리가 문제를 ‘0’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원하는 것의 값을 줄이거나 현실의 값을 올리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문제가 없는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자신의 삶에서 원하는 것을 줄이는 방법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몇 없을 것이다. 그래서 현실의 값을 올리는 것, 다시 말해 현실을 원하는 것으로 채우는 것을 택한다. 그것을 우리는 ‘꿈’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삶에서 해결해야 할 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물론 상황과 환경에 따라 해결하는 방법이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우리 삶의 문제들은 난이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구조에 대해 이해하고 적용한다면 우리는 답을 찾을 수 있다. 마치 영화 ‘인터스텔라’ 포스터의 문구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처럼 말이다.

 

○ 문제해결을 잘하려면?

우리가 문제해결을 잘하려면 첫째로 문제를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미국의 거대한 컨설팅기업 맥킨지에서 나온 유명한 예시가 있다.

홍길동 씨가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들을 만나 술을 한잔하고 집에 돌아가기 위해 자동차를 몰았다. 집에 가는 도중 갑자기 폭설이 내려 길이 미끄러워졌고, 때 마침 나타난 도로의 움푹 패여 있는 구덩이를 피하려다 그만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가 났고, 병원에 실려가야 했다.

이 예시에서는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많은 사람들이 대답한다. ‘음주운전이 문제다’, ‘기상청이 문제다’, ‘도로공사가 문제다’, ‘운전 미숙이 문제다’ 등등 이런저런 문제가 많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우리는 조금 전에 문제에 대해 나누었다. 문제란 바라는 것과 현재의 차이이다. 다시한 번 묻는다. 여기에서 문제는 무엇인가? 읽는 것을 잠시 멈추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맞다. 바로 병원에 있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원하는 것은 집에 있는 것이다. 집에 있지 않고 병원에 있다는 것이 바로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음주운전, 도로 결빙, 도로 불량, 운전 미숙은 문제가 아니고 뭐라고 해야 할까? 문제를 일으킨 문제점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우리의 삶에서도 문제가 많은 것이 아니라 문제를 일으킨 문제점이 많았을 뿐이다. 그리고 그 문제점을 수정, 보완하거나 새로운 것으로 개선한다면, 문제를 해결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

둘째로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구분해야 한다. 우리가 문제해결을 잘 할 수 있는 두 번째 방법은 문제점의 인과관계, 즉 문제점의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다. 음주운전을 하게 되는 근본원인, 도로가 결빙되는 근본원인, 운전이 미숙한 근본원인, 도로가 불량인 근본원인들을 찾는다.

차를 새로 구입한 한 운전자가 영업사원에게 환불을 요청한다. 그 이유는 새로 산 차가 톨게이트 울렁증에 걸렸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니 새로 구입한 차가 고속도로 톨게이트 근처만 오면 덜덜 떨린다는 이유이다.

고속도로를 운전해 보았다면 운전자가 톨게이트를 속도를 낮춰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도로에 가느다란 홈이 파여 있고, 이 때문에 차가 떨린다는 것을 대부분 알 것이다. 이 때문에 차가 떨렸던 것인 데 고속도로 울렁증이라 표현하니 웃음이 나온다. 톨게이트 근처에 오면 떨린다는 것은 상관관계이지 인과관계가 아니다. 여기서 인과관계는 톨게이트 주변 도로의 홈으로 인해 차가 떨리는 것, 다시 말해 도로의 홈과 차의 떨림은 인과관계인 것이다.

인과관계는 삶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개념이다. 칼포퍼는 사람이 인과관계라는 개념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두 가지 부류가 있다고 생각했다.보통 인류는 삶을 살면서 모든 현상이나 상황을 나름대로 해석한다. 여기서 가장 큰 이슈는 ‘나름대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어떤 상황에 대한 해석과 그 해석에 대한 견해들이 천차만별 다르다. 그리고 해석의 다름으로 인해 갈등을 빚는다. 종교, 정치, 역사, 교육관 등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다. 만약 인과관계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해석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거나 사실에 가까운 과학적 사고를 하지 못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는 일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화가 많고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해석이 인과관계를 통해 사실에 가까운 해석이 일어난다거나 자신의 해석보다 다른 사람의 해석이 더 정확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화를 낼 필요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상관관계는 무엇일까? 톨게이트 근처에 차가 가면 차가 떨린다. 이것이 상관관계인 것이다. 실질적 원인과 결과는 아니지만 어쨌든 같은 결과가 나온다. 요즘 정치, 종교, 이념들의 대립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오류이다.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잘못 해석하여서 더 큰 오해와 갈등을 빚기도 한다.

아이스크림이 많이 팔리면 익사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이 사례도 마찬가지로 상관관계이다. 아이스크림이 많이 팔린다는 것은 날씨가 덥다는 것이고, 더운 날씨엔 물놀이가 많아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익사 사고가 덥지 않은 계절보다 더 많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아이스크림과 익사사고는 상관은 있지만 원인과결과, 즉 인과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담뱃값을 인상하면 흡연율이 낮아질까? 여론이 둘로 나누어진다. 정치적으로도 서로 상반된 진영으로 나뉘어 서로 다투기 시작한다. 사실 담뱃값과 흡연율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지만 각자의 해석과 분석으로 인과관계가 있는 것처럼 다투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정리해 보자. 우리는 걱정을 하지만 걱정의 실체는 문제로 인해 발생된다. 문제는 바라는 것과 현재의 차이로 정의할 수 있다. 철학자 칼 포퍼의 ‘삶이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라는 말처럼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간다면 걱정 없는 삶을 살 수 있다. 문제를 잘 해결해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사건의 문제와 문제점을 구분하고, 문제점을 수정·보완하여 문제를 해결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명확히 구분하여 문제점의 근본원인을 찾는다면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오늘의 문제, 내일의 문제, 과거의 문제로 울고 웃는다. 문제로 발생되는 걱정은 인류의 성장과 발전의 초석이 된다. 이것처럼 한 인간의 걱정은 그 사람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사회복지종사자들이 부디 문제를 잘 구분하고 원인을 찾아내 대상자들의 어떤 문제든 잘 해결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 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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