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원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책임연구원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은 우리나라 복지 사각지대의 심각성을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 사건은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관련해 사회적 관심을 불러 일으킴과 동시에 문제 완화를 위한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 도입, 인적 안전망 운영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복지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해 8월 수원에서 세 모녀가 질병·채무로 인한 생활고에 시달려 목숨을 끊은 이른바 수원 세 모녀 사건이 일어났다. 지자체의 가정방문에도 주민등록지와 실거주지가 불일치하고 연락처가 없어 상담 및 지원이 불가했다고 밝혀진 이 사건은 지역사회 내 복지 사각지대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례이다.

 

○ 복지 사각지대란?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규범적인 정의는 없다. 사회복지의 영역 또는 연구자에 따라 개념이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적용대상과 급여, 보편성과 급여적절성, 자발성과 비자발성 등의 초점을 두고 접근하고 있다. 지역사회 측면에서 복지 사
각지대란 주민의 다양한 복지욕구에도 불구하고 공공 혹은 민간 영역에서 제공되는 복지혜택으로부터 소외받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복지 사각지대는 취약계층의 삶의 질에 직접적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사회안전망의 ‘기초선’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기에 발생한다. 이는 곧 국민들의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불신 및 사회적 불안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복지 사각지대 해소는 공공 전달 체계에 있어 가장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과제 중 하나이다.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 도입 및 인적 안전망 운영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지역복지 및 민관협력의 중요성은 지속적으로 부각되어 왔다.

우리나라는 지방자치제도 시행을 통해 사회복지시설보호, 공급자 중심의 복지정책에서 벗어나 지역 중심의 서비스 전달 체계 구축을 도모하였다. 이에 정책적 관심은 지역 단위의 서비스 관리 및 전달과 더불어 이에 필요한 지역 내 민간의 참여와 협
력이 초점이 되었다. 민관협력의 중요성은 복지전달 체계의 개편이 있을 때마다 강조되어 왔으며, 다양한 민간 자원 연계를 통해 공공 자원의 부족을 보완하면서 협력적 시너지를 발휘하도록 할 필요성이 꾸준하게 제기되었다.

 

○ 데이터가 잡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좋은이웃들’로 발굴한다

사회복지협의회는 민관협력의 핵심 주체로서, 복지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수행 지역(기관)을 중심으로 ‘좋은이웃들’ 사업을 구성·운영하여 비정형 거주자나 비수급 빈곤층을 중점적으로 발굴·지원해 왔다. 지역 단위 복지 사각지대 발굴과 신속한 지원 제공을 통해 공공의 전달 체계를 보완하는 민간의 상시 지원 시스템을 도입하여 보다 원활한 복지안전망을 구축하고 민관협력을 통한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도모하고자 하였다.

현재 전국 117개 기관에서 수행되고 있는 ‘좋은이웃들’ 사업의 주요 실적에 대한 연도별 추이를 살펴보면, 봉사자 수는 2018년 이후 2022년까지 꾸준한 증가 추세임을 확인할 수 있다. 복지 소외계층 발굴 건수도 같은 기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좋은이웃들’ 사업의 효과 확산을 간접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

‘좋은이웃들’ 사업의 발굴 대상은 심각한 심리·사회적 고립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기초 의식주 및 생계유지에 필수적인 복지 욕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보장기본법’에 의한 사회서비스 및 급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복지소외계층’이다.

이에 포함되더라도 급여 수준이 개별적 수요에 미달하는 대상자는 ‘좋은이웃들’ 사업 대상에 포함된다. 대상 유형은 △비정형 거주자 △소년소녀가정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노인 부부 △독거노인 △장애인 △그 외 수행기관에서 긴급하게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으로 구분된다. 2022년 기준 유형별 발굴 건수를 살펴보면, 독거노인 발굴건수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른 유형 대비 독거노인의 발굴 건수가 현저히 높은 것으로 조사된 만큼 위기 상황에 놓인 독거노인 문제의 시급성과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다.

위기가구 발굴 경로는 순찰, 모니터링, 네트워크 등을 통한 상시적 지역사회 탐색으로 발견한 가구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그 정보를 수행기관에 전달하는 ‘좋은이웃들 봉사자’ 발굴, 본인 또는 가족 요청, 지방자치단체 의뢰, 타 기관 의뢰로 구분된다. 2018년에서 2022년까지 모두 ‘좋은이웃들 봉사자’를 통한 발굴 건수가 가장 많고 본인 또는 가족 요청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좋은이웃들 봉사자’는 지역사회 인적자원망으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좋은이웃들 봉사자’ 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여성 봉사자가 4만5076명으로 남성 2만457명 대비 약 2만5000명 많고, 50대와 60대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좋은이웃들 위기가구 발굴역량 강화방안 모색을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연구 과정에서 ‘좋은이웃들 봉사자’들이 경험하는 어려움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확인한 결과, 대상 여부 판단에 따른 어려움이 모든 지역에서 가장 큰 비중(45.83%)을 차지했으며, 대상자 찾기 어려움(33.33%), 봉사자들의 안전(14.06%), 기타(6.77%)가 뒤를 이었다.

 

○ ‘좋은이웃들’ 전국 확대 시행 필요하다

현재 사회복지협의회는 중앙협의회, 시도 협의회 17개소, 시군구 협의회 163개소가 설치되어 있으며, 그 중 ‘좋은이웃들’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은 117개소에 불과하다. ‘좋은이웃들’ 사업이 인적 자원망을 활용한 복지 사각지대 해소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지원이 필요한 지역사회의 이웃을 놓치지 않고 지원하기 위해서는 모든 시군구에서 사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시군구 협의회 설치는 ‘사회복지사업법’상 강행규정이 아닌 임의규정으로 되어 있어 현재 전국 모든 행정구역에 설치조차 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현재 설치된 시군구 협의회뿐만 아니라 전국 228개 모든 행정구역에서 ‘좋은이웃들’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사업을 내실화하고, 더불어 시군구 협의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좋은이웃들’ 사업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봉사자들이 위기가구 발굴에 참고할 수 있는 안내 및 지침은 ‘좋은이웃들’ 운영매뉴얼에 포함된 발굴 방법 및 주요 절차, 복지 소외계층 대상 및 대상 유형, 유의 사항 등의 아주 간략한 내용 뿐이다. 다시 말해 위기가구 발굴과 관련하여 ‘좋은이웃들’ 사업의 특성과 지원이 필요한 대상에 대한 주요 징후 등이 반영된 맞춤형 교육 방안이 미비한 상태이다. 이는 현장에서 위기가구를 발굴함에 있어 봉사자들이 위기 의심 징후를 포착하고, 의심되는 사례를 객관적으로 판단·신고하는 데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다.

 

○ 복지 사각지대 살피는 ‘좋은이웃들’을 키우자

지역사회 인적 자원망을 활용해 위기가구를 발굴함에 있어 봉사자들의 전문성 향상을 목적으로 한 역량교육의 효과성은 여러 연구들을 통해 밝혀진 바있다. 따라서 다양한 형태의 위기가구를 발굴·지원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내에서 직접적인 활동을
수행하는 ‘좋은이웃들 봉사자’를 대상으로 위기가구의 구체적 유형과 특징에 대한 정보 제공 및 위기가구 감지 역량 강화 교육 등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좋은이웃들 봉사자’는 50대와 60대 지역 주민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이들을 통한 발굴은 위기가구에 대한 사전 정보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닌 모니터링 및 네트워크 등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교육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별도의 전문적인 지식이나 가구에 대한 사전 정보를 기반으로 하지 않아도 이웃주민이 직면한 어려움이나 위기를 살피고 포착할 수 있도록 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 이에 보다 직관적인 대상 및 징후들을 안내하고, 위기의심 가구를 만났을 때의 태도, 위급 상황 발생 시 행동 요령, 위기가구 발생 경로 등에 대한 종합적인 교육과 더불어 기존의 ‘좋은이웃들’ 사례를 활용한 예시 제공이 봉사자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역사회 내 인적 자원망을 활용,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좋은이웃들’ 사업을 통해 누구나 인생의 특정 시점에서 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는 인식이 제고되길 기대해 본다. 위기가구 발굴 과정에서 낙인, 대상자와 비(非)대상자 간 이분화 등의 문제를 최소화하려면, 지역사회 구성원 간의 동질성 및 공동체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에 기초한 ‘좋은이웃들’을 활성화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연대정신을 실현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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