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도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부연구위원
배도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부연구위원

○ 들어가며

2000년 현대중공업 아르곤 가스 질식 사망사고, 2004년 물류창고 건설 현장 화재사고,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압사사고 등 산업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산업재해로 근로자들이 목숨을 잃어 왔다. 근로자 개인의 안전조치 불이행으로 산업재해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안전을 위협하는 작업환경, 기업 내 위험관리시스템 부재, 안전을 비용으로 취급하는 이윤 중심의 조직문화, 재해를 실수로 치부하는 사회적 인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법’, 사업주 등에게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도록 의무를 부여한다는 의미에서 ‘중대재해법’으로 사용함)은 그간 안전과 보건에 관한 법령과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편하여 왔음에도 산업현장 및 일상생활에서 재해가 계속 발생하는 이유를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 미비로 보고 있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경영책임자가 직접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안전관리책임을 담당하는 사람을 처벌하고 있어 중대재해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도 보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 등에 대해 유해·위험 방지 의무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위반 시 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하는 것 외에 법인에도 벌금을 부과하여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과정에서 재해방지를 위한 체계적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중대재해 발생 현황

고용노동부가 올해 5월 발표한 ‘2023년 3월 말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128명으로 전년 동기 147명 대비 19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법’ 시행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를 발표한 것으로 ‘중대재해법’의 시행에 따라 산업현장에서 어떠한 변화가 발생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2022년 동기 대비 사망자가 줄어들기는 하였으나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나타난 효과가 아니라 코로나19로 경기 상황이 좋지 못한 것과 2명 이상의 대형사고 발생이 감소한 것을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규모 면에서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 50인 이상의 사업장에서 사망사고 발생은 8건(19명) 감소하였으며, 50인 미만 사업장은 전년 동기 대비 1건 소한 것으로 나타나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는 사업장의 중대재해 발생 건수 및 사망자는 크게 감소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중대재해법 적용 현황

2022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총 229건의 ‘중대재해법’ 적용 사건이 발생하였다. 내사를 거쳐 ‘혐의 없음’으로 종결된 사건은 18건, 검찰로 송치된 사건은 34건, 수사 중 사건은 177건으로 ‘중대재해법’ 적용 사건 처리율은 전체 발생 건수 대비 22.7%(52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재해법’의 특성상 사건이 발생하면 고용노동부와 경찰의 합동조사가 불가피하고, 법이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데 따른 수사기법 및 전문성의 한계로 사건 처리 속도가 높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내사 단계를 거쳐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어 검찰로 송치된 사건 중 기소된 사건은 11건으로 기소율은 32%이다. ‘중대재해법’ 기소율은 2011~2020년 강력범죄 평균 기소율 30.6%와 유사한 것으로 ‘중대재해법’ 시행에 따라 그 처분 정도가 매우 높을 것이라는 우려와는 크게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로 송치된 34건에 적용된 ‘중대재해법’ 적용법규는 위험평가 및 필요한 조치 미흡 28건, 안전보건관리 책임자 등에 대한 평가 미실시 20건, 비상대응매뉴얼 마련 및 점검 조치 미흡 17건 순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위반 건수를 보이는 유해·위험요인 개선절차 마련 및 위험성 평가는 경영책임자 등이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여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위해·위험요인을 발견한 경우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며, 이와 관련된 기록을 보관하는 일련의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현재까지의 중대재해 발생과 관련된 수사는 유해·위험요인 개선절차와 위험성 평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

정부 또한 지난해 11월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통해 위험성평가 제도를 핵심요인 발굴·개선과 재발방지 중심으로 운영하고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의무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법원은 ‘중대재해법’ 위반 사건 2건을 판단한 바 있다.

첫 번째는 요양병원 증축 공사 현장에서 하청 업체 근로자가 안전대 없이 작업하다가 추락하여 사망한 사건이다. 법원은 업무상 의무 중 일부라도 이행하였다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였다. 현장소장 및 현장 안전관리자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하여 각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만 원을, 법인에는 양벌규정에 따라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하였다.(2022고단3254) 본 사건은 유족과의 합의가 있었고, 근로자가 안전에 부주의한 관행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6명 중 대표이사에게 가장 무거운 형을 선고하였다.

두 번째는 철강업체로부터 중량물인 방열판 보수작업을 도급받은 자가 중량물 취급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고, 감독자가 없는 상태에서 중량물 이동 작업을 하다 낙하사고가 발생하여 사망한 사건이다. 유족과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졌고, 피해자에게도 사고 발생 및 확대에 과실이 존재하였으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들에 대한 평가 기준 및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지 않았고, 다수의 동종 전력이 있어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하였다. 하청업체 대표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법인에는 벌금 1억 원을 선고하였다.(2022고합95)

위 두 사건의 공통점은 안전관리책임을 다하여야하는 자를 경영책임자인 대표이사로 보아 실형을 선고하면서 각 법인에 벌금을 부과하였다는 점이다. 차이점은 철강업체에 대해 여러 차례 안전조치 의무 위반으로 처벌을 받은 과거 전력에 기반하여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보다 무겁게 책정하였다는 점이다.

 

○ 나아가며
고용노동부가 올해 초 발표한 ‘2022년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건설업(53%), 제조업(27%), 기타업종(25%) 순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하였다. 사회복지분야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한 정확한 통계치는 확인할 수 없으나 사회복지분야에서 중대산업재해는 직접적으로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대재해발생 유형은 41.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떨어짐 사고와 끼임, 부딪힘 사고 등 3대 사고가 65%를 차지하였다. 이들 사고는 특성상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다수 발생하는 사고 유형으로 사회복지분야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사고 유형은 아니다. 그렇다고 하여 사회복지분야가 ‘중대재해법’에서 결코 자유롭다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업무적 요인으로 발생한 고혈압, 당뇨병, 과로, 정신적 스트레스, 직장 내 괴롭힘뿐 아니라 산업재해 개념에서는 직업성 질병으로 보지 않는 개인적 요인에 의해 사망한 경우까지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사고 유형은 사고와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어려워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기소될 경우, 근로자나 경영책임자 등은 잘못이나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는 데 상당한 곤란을 겪게 된다.

사회복지분야는 다른 분야에 비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사고가발생하면 앞의 두 사건과 같이 ‘중대재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했는지, 이행조치를 성실하게 하였는지, 안전·보건 관계 법령의무이행 조치를 하였는지에 따라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대재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의무이행 노력을 다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검찰은 ‘중대재해법’ 위반 사건 모두에서 경영책임자를 피고인으로 기소하였다. 법원 또한 경영책임자에게 그 책임을 묻고 있다. 안전관리책임자를 두고 있는 경우라도 법원은 안전관리책임을 다하여야 할 자를 경영책임자로 파악하고 있다. 사회복지사업을 수행하는 사회복지법인 또는 비영리법인 산하 사회복지시설에서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 사고가 발생하면, 우선적으로 대표이사가 피고인으로 기소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사고가 발생한 시설의 시설장 역시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며, 해당 법인에게도 벌금이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법’이 사회복지분야에 대해 안전보건 총괄 전담조직과 안전보건 전문인력 배치에 대한 예외를 부여하고 있으나 사회복지분야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법 위반 사실이 밝혀질 경우, 그 처벌에 있어 예외성을 부여하지는 않고 있다. 따라서 사회복지분야는 중대재해 사건이 발생할 경우, 결코 ‘중대재해법’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중대재해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의무이행사항에 대해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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