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 회장은?
2013년부터 경기도 용인에서 (주) 원하트노인전문요양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경기남부지부장으로 활동 중 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 올해 4월 취임했다. 고려대 건축공학과 출신으로 국내 유수 건설 회사에서 일한 바 있으며, ㈜플러스원종합건설 대표이사를 지냈다.

박 원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회장
박 원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회장

지난달 19일 ‘신 노년층을 위한 요양시설 서비스 활성화 방안 연구 관련 공청회’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타인 소유의 토지·건물을 임대해도 요양시설 설치·운용이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개정 반대성명을 발표한 박 회장. 그가 생각하는 노인장기요양제도 개선방안을 들어봤다.

 

먼저 취임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린다.

최근 우리나라는 선진국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고령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시화·산업화 현상에 따른 핵가족화와 여성인력의 사회진출 등으로 어르신들에 대한 가족부양 능력의 약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요양기관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큰 변화임에 분명하다. 특히 노인장기요양보험 도입으로 인해 많은 기관들이 다양한 정보의 홍수 속에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장기요양기관을 운영하는 시설 관계자들이사회복지의 음지를 비추는 한줌 햇살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저희의 땀과 노력이 더 큰 일을 이루는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우리 협회 회원들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나갈 것이다. 특히 노인복지시설의 양적·질적 발전을 통해 노인장기요양기관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불식시키고, 위상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려 한다.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바란다.

우리 협회는 노인요양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전국의 요양시설 대표자들이 회원으로 구성된 전문적인 노인복지 단체로서 기관의 균형발전과 어르신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보급, 정책 건의, 회원시설에 대한 교육훈련, 자원봉사자와 종사자 교육 지원, 기관장과 종사자 복지증진, 대외적인 학술교육 협력 등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 인가 법정단체로써 전국 17개 지부가 설치되어 있으며, 회원 수는 공식적으로 2500개이나 병설기관을 포함하면 4000개 이상 되는 4개 법정단체 중 가장 큰 민간단체다. 장기요양보험제도 발전을 위해 현장의 의견을 정책 당국에 적극적으로 건의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취임하면서 강조한 공약사항이 궁금하다.
우선 회원 증대가 최우선 목표다. 아울러 회원 중에서 시설, 재가, 공생, 주간보호 등 각 분야별 전문가들을 초청해 전문위원회를 구성하고, 회원들의 애로사항에 대해 조언·안내할 수 있는 매뉴얼과 시스템을 만들 것이다. 또한 장기요양에서도 건강보험과 같이 본인부담상한제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장기요양보험수가가 인건비 및 물가상승률이 반영된 현실적인 수준까지 인상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다. 협회 사무실 이전 및 회관 건립도 공약으로 제시했다. 2009년 협회 발족 이후 지금까지 임대사옥에서 협회를 운영하고 있다. 임기 내에 협회 회관 건립 기반을 마련하겠다. 

 

평소 시행 15년을 맞은 노인장기요양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는데 정부 정책이나 제도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첫 번째로 과도하고 징벌적인 장기요양기관의 인력추가 배치 가산금 환수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1개 직종의 일부 근무시간 부족만으로도 인력 배치기준 위반으로 간주되고, 이런 경우에 나머지 인력 전체에 대한 추가 배치 가산금도 부당 청구한 것으로 간주하면서 시설 전체에 대해 3년 또는 10년간의 가산금을 환수 조치하고 있다. 이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는 등 시설 운영에 많은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직접 감산 요인이 있는 직종에 해당하는 부분만 환수금액으로 산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감산 및 행정처분이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두 번째는 노인학대 양벌규정을 개선하여 선의의 시설 운영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처분 종류로는 업무정지와 지정취소밖에 없다. 중대한 과실이 아닌 경우라면, ‘사회복지사업법’과 같이 개선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여 고의성 없는 행위에 대해서는 면책하고 보호해 주어야 한다. 또한 노인학대 사례별 처분 기준과 면책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여야 하고, 조사 시에도 관련 법령 개정 취지에 맞게 기관과 종사자를 분리해서 조사하여야 한다.

세 번째는 장기요양기관 지정갱신제 개선이 필요하다. 2019년 12월 법 개정으로 장기요양기관 지정 유효기간이 6년으로 설정되었고, 이에 따라 지정기간이 만료되는 2025년 12월부터는 갱신 의무가 발생하였다. 그러나 기존심사기준표의 감점 비중이 과다하게 책정되어 기관 운영자의 고의성 없는 노인학대나 공단의 무리한 환수에 기인한 일회성 업무정지만으로도 갱신가능 점수에 미달해 지정이 해지되는 상황에 처했다. 고의성 없는 잘못에 대한 행정처분 전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관이 폐쇄되는 일은 면할 수 있도록 평가 우수기관, 포상 수여기관, CCTV 설치 등 정부 권장정책을 적극 수행해 온 장기요양기관에는 가점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개선책을 마련하여 야 할 것이다.


그동안 활동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순간이 있다면?

우리 회원들의 마음과 의지를 대변하는 일을 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지난달 1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요양시설 임대허용에 대한 공청회에서 우리 협회는 수많은 회원들, 여러 사회단체들과 함께 어르신들의 주거불안을 야기하고, 영리추구만 하는 부실 요양시설을 양산하며, 비급여 확산으로 장기요양보험 재정 위기를 초래하는 정부 정책이 장기요양보험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법령보다는 고시나 단순 질의 응답에 의해 장기요양보험 관리 업무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회원기관 종사자들이 궁금한 점을 물어볼 곳이 마땅치 않아서, 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현지조사와 급여사후관리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회원기관에서 도움을 구할 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조언해 드릴 수 있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신임회장 입장에서 현안과 과제는 무엇인가?

가장 시급한 현안은 대기업을 위한 노인장기요양시설 임대 허용을 막아내는 것이다. 노인요양시설을 설치하려면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라 시설을 설치할 토지 및 건물의 소유권을 확보해야 하고, 시설 설치목적 외 목적에 따른 저당권, 그밖에 시설로서의 이용을 제한할 우려가 있는 권리를 해당 토지 및 건물에 설정해서는 안 된다. 이는 입소 노인의 주거 안정을 위한 책임과 의무를 명시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대기업의 요청으로 타인 소유의 사유지나 건물을 임대해도 설치·운영이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기업의 임대 허용 요구는 오로지 그들의 수익창출을 위한 초기설비 투자비용 절감 및 사업실패 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자본 논리로 시행규칙을 개정하는 것은 정부가 시설입소 어르신들을 스스로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물론 15년간 쌓아올린 장기요양보험제도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이를 꼭 막아내야 한다.

요양병원의 간병비 급여화 추진도 문제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6조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수급자가 요양병원에 입원한 때에 요양병원 간병비를 지급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를 근거로 요양병원협회는 장기요양 재정으로 간병비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요양병원은 건강보험 재정으로 급여를 지급하고 있는 요양기관이며, 장기요양 수급자도 건강보험 가입자인데 왜 굳이 건강보험이 아닌 장기요양보험재정에서 요양병원 간병비를 지급받아야 하는지 의문이다. 어려운 재정으로 요양수가 현실화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장기요양보험 재정이 요양병원 급여비로 지출된다면, 재정은 더욱 열악해지고 요양시설들은 더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될 것이다.

마지막 주요 과제는 우리 협회가 요양보호사 보수교육 기관으로 선정되도록 하는 것이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늘어나는 수급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장기요양서비스가 요구되면서 내년부터는 요양보호사 보수교육이 의무화된다. 5만5000여 명의 요양보호사들이 근무 중이며 전국 4000여 개 회원시설을 두고 있는 우리 협회가 이를 맡게 되면, 전국 17개 지부별로 구축되어 있는 유능한 강사인력 풀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실제 현장에 적합한 교육 커리큘럼을 구성하여 어르신들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이미 우리 협회는 2012년부터 장기요양기관 재직 사회복지사를 대상으로 법정 보수교육을 시행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교육만족도 또한 매우 높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요양보호사 보수교육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卽久). 즉, 극에 이르면 바뀌게 되고, 바뀌면 통하게 되고, 통하면 오래갈 수 있다는 말로 초심이 변치 않 도록 간직하라는 주역의 글귀다. 평소 가슴에 항상 담고 살아가고 있는 말이다. 앞서 제기한 현안과 과제들처럼 협회 앞에 변화가 필요한 여러 가지 일들이 놓여 있다. 인생철학으로 삼고 있는 이 말대로 회장에 취임하며 지녔던 초심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 변화를 주도해 나가겠다. 그러다 보면 현장과 협회가, 협회와 정부가 서로 통하고, 오래가는 노인복지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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