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화 한국장애인개발원 자립지원연구팀 부연구위원
조윤화 한국장애인개발원 자립지원연구팀 부연구위원

우리나라의 장애인등록제도는 1989년 전면 개정된 ‘장애인복지법’ 제19조(현 제32조)에 명문화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장애인등록제도는 두 가지 역할을 하고 있다. 첫째는 ‘장애인복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장애인’임을 확인 및 증명하는 절차로서의 역할이다. 둘째는 장애인복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역할이다. 즉 장애인등록제도는 우리나라의 ‘장애 개념’과 더불어 ‘등록’ 절차를 거쳐야만 장애인복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복지행정체계와 연관되어 있다. 

 

○ 장애인등록제도는 왜 개편되어야 하는가?

장애인등록제도는 ‘장애인복지법’의 장애 개념에 따른 장애인복지서비스 정책대상자를 판단하는 절차로써 장애인복지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첫 관문이라 할 수 있다.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2조(장애의 종류 및 기준)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정 15개 장애유형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에는 ‘장애인’으로 등록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장애인복지서비스의 대상자에서도 탈락되게 된다.

최근 ‘장애 인정’에 대한 행정소송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장애인등록체계의 문제를 방증한다. 대표적 사례는 대법원이 2019년 ‘뚜렛증후군의 장애인등록 거부’에 대해 위법으로 판결한 것이다. 뚜렛증후군은 음성 및 행동틱으로 인해 일상생활 및 사회참여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15개 법정 장애유형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장애인으로 등록되지 못하였으며, 이로 인해 장애인복지서비스에서도 배제되어 왔다. 긴 기간 동안의 행정소송을 거쳐 대법원은 뚜렛증후군이 15개 장애유형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장애인복지법’ 제2조의 장애 개념인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이기에 지자체의 장애등록 거부를 위법으로 판단하였으며, 정부에게 뚜렛증후군을 법정 장애로 인정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명하였다. 이 판결 이후 정부는 2020년 5월 뚜렛증후군을 법정 장애인으로 결정하였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과거보다 줄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등록’은 쉽지 않은 결정일 수 있다. 그런데도 이들이 장애인등록을 간절히 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법정 장애유형만큼 일상생활과 사회참여에 상당히 어려움이 있으며, 보편적인 복지서비스로는 그들의 욕구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장애인복지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장애 개념이 뚜렛증후군을 포함한 사회적 장애까지 포괄하고 있었다면 장기간의 행정소송을 진행할 필요가 있었을까? 우리나라의 장애 개념이 뚜렛증후군을 포함하지 않을 정도로 매우 협소하더라도 소득, 고용, 사회서비스 등 장애인복지서비스 목적에 따른 대상자 선정기준에 따라 정책 대상자가 선정되었다면 어떠한 변화가 있을까?

 

○ 장애는 가변적 개념이다

물론 장애인등록제도를 통해 ‘장애인 현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한 수요예측을 통해 예산을 효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게 되는 등 행정적인 면에서 매우 유용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 장애인등록제도는 사회적 장애 관점으로의 장애 개념 변화에 유연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일상생활 및 사회참여 제약이 심각한 비법정장애인의 욕구에도 민감하지 않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장애인복지법’ 제2조에 따른 장애개념을 사회적·정치적 장애 개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으며, 동 개념은 장애인복지정책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어야 한다. 장애는 시대적 사회적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여 구성되는 가변적 개념이다. 과거에는 장애를 질환 또는 질병과 동일시하였다. 즉 ‘장애를 앓고 있다’는 표현이 통용되던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후에도 심신 기능 및 구조의 손상은 활동의 능력의 상실을 의미하고, 사회적 참여를 불리하게 하는 것으로 장애를 바라봐 왔다.

그러나 장애는 더 이상 절대적 개념이 아닌 상대적 개념이다. 국제기능장애건강분류(이하 ICF)의 장애 개념은 한 사람의 신체적인 손상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속한 사회와 환경의 영향까지 포함한 포괄적 개념이다. 즉 장애는 개인체계의 신체적 및 심리적 질환 자체로 장애가 유발되는 것이 아닌 ‘심신 기능과 구조의 손상이 있다 하더라도 당사자의 활동(activity)과 관련된 환경적실행상황’ 혹은 ‘개인적 능력, 당사자의 사회참여(social participation)와 관련된 환경적 실행상황이나 개인적 능력’ 등 생태체계 맥락적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규정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시각 및 청각 손상 등 건강상태에 의한 심신 기능 및 구조의 손상이 있다 하더라도 의료 및 복지서비스에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고, 경제력·지적 능력 등 개인의 능력으로 안경이나 보청기를 마련할 수 있다면, 기능 및 구조상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활동제약이나 참여제한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조윤화 외, 2020) 이렇듯 ICF의 장애 개념은 과거의 신체적 손상 중심의 장애 개념과 달리 개인의 환경적 맥락의 중요성이 강조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 장애에 대한 법적 정의가 변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등록제도를 가지고 있는 일본의 경우, 2011년 ‘장애인기본법’ 개정을 통해 ICF 장애 개념에서 강조하고 있는 환경적 맥락인 ‘사회적 장벽’이라는 용어를 장애 정의에 명시하였다. 기존의 장애 정의는 ‘장애가 있어 지속적으로 일상생활 및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한을 받는 자’로써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 개념과 유사하였으나 개정 이후 ‘장애 및 사회적 장벽에 의해 지속적으로 일상생활 및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한을 받는 상태에 있는 자’로 규정하여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뿐 아니라 독일에서도 2018년에 장애 개념이 개정되었는데 ‘신체적, 정신적 능력, 정서적 건강 등이 6개월 이상 전형적인 상태에서 벗어나 그로 인해 그 사회의 공동체 참여가 침해된 자’에서 ‘장애인이란 신체적, 정서적, 지적 또는 감각침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 그러한 침해가 인식과 환경에 의한 장벽과의 상호작용으로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사회에 참여하는 데 분명하게 6개월 이상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 사람’으로 개정되었다.(조윤화 외, 2019)

이에 따라 필자는 우리나라의 장애 정의를 ‘사회의 문화적·물리적 및 제도적 장벽 등의 환경적 요인과 신체적·정신적 능력의 차이 등 개인적 요인 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하여 완전하고 효과적인 사회참여에 제약이 있는 상태’로 규정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 복지서비스를 유연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편하자

한편 우리나라의 장애 개념이 ICF의 사회정치적 개념으로 변화된다고 하더라도 장애인등록제도는 비법정 장애인의 욕구에 민감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앞서 예로 들었던 일본과 독일의 사례를 보면, 두 국가들은 우리나라와 유사한 장애카드(장애인수첩, 중증장애인카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장애인임을 증명하거나 장애인복지서비스 이용하는 데 편리함을 준다. 그러나 두 나라가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은 장애인으로 등록하지 않더라도 소득, 고용, 사회서비스 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복지제도는 산입 오류와 배제 오류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대상자가 선정되어야 한다. 즉 정책 목적에 맞지 않은 대상자까지 포함하게 되는 오류, 목적에 맞는 대상자가 제도에서 배제되는 오류를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장애인복지서비스에서 산입오류가 많은 대표적 제도로는 감면할인서비스를 꼽을 수 있고, 배제 오류의 예로는 전반적인 장애인복지서비스가 15개 장애유형으로 한정된 것을 들 수 있다.

 

○ 장애인복지정책 대상자의 욕구에 대응하는정책적 변화 기대한다

장애인등록제도가 도입된 지 약 30년이 지난 2021년 4월, 정부는 ‘장애 인정범위 확대와 신설’, ‘예외적 장애인정 심사절차 제도화’에 대해 발표하였다. 1982년 5개 장애유형에서 2000년 10개 장애유형, 2003년 15개 유형으로 장애 인정범위가 확대된 이후 약 20년 만의 변화였다. 특히 ‘예외적 장애 인정 심사절차 제도화’는 장애정도 심사위원회의 기능 강화를 통해 장애정도의 예외적 심사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다. 즉 장애범주 및 판단기준의 제약으로 인하여 장애 인정에서 제외되는 사례에 대하여 중증도 등을 고려하여 개별 심사 후 예외적으로 장애 인정 여부를 심의하는 것이다.

사실 복지서비스 목적에 맞는 대상자가 선정되고, 복지서비스 이용자가 적절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장애인등록제도의 폐지를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등록제도는 다양한 쟁점들로 인해 폐지되는 데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장애인등록제도를 유지하면서 서비스 이용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장애인등록제도를 유지하면서 장애인복지서비스별로 정책대상자를 확대 및 선정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예외적 장애 인정 심사절차를 현실화하여 15개 법정 장애유형이 아니더라도 장애인으로 등록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하는 것이다. 선진국의 장애출현율이 약 15~20% 육박하는 이유는 장애개념의 변화에 따라 장애인복지정책대상자를 예측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23~2027)이 시작된 현 시점에서 5년 동안 장애인등록제도의 전반적인 개혁을 위해 앞서 제시한 제안들을 차근차근 풀어 나가길 기대한다.

※ 본 기고는 개인의 의견으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의 공식적인 의견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 조윤화 외(2020). 잠재적 장애인정책 수요자 분석 및 장애정도 판정기준 마련 연구. 보건복지부
• 조윤화 외(2019). ‘장애인복지법’ 제도권 밖 소수자의 복지욕구에 관한 연구. 한국장애인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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