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훈 사회적가치연구원 실장
박성훈 사회적가치연구원 실장

무더운 여름이 지나면 곧 가을이 온다. 내년 사업계획과 예산을 고민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독자 여러분도 체감할 수 있겠지만 현 정부 들어 예산 운영 효율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성과 측정이 중요해졌고, 이는 더욱 고민을 깊게 한다.

구립 사회복지기관 사무국장님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하나같이 필자에게 던진 질문이 있었다. 다름 아닌 성과를 어떻게 측정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이었다. 구청에서 성과 측정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필자는 그분들에게 ‘구청 담당 공무원과 성과 측정 지표를 합의하고, 그 지표대로 측정하시라’고 답하였다.

필자가 그렇게 답한 이유는 성과 측정에는 만능열쇠가 없기 때문이다. 사회복지기관의 성과를 측정하라고 해서 무조건 기관 이용자의 만족도를 조사하라는 법은 없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목적이 다르면 측정도 달라야 한다. 이 글을 통해 필자는 ‘목적에 따른 측정’의 몇 가지 예와 시사점을 살펴보려한다.

 

○ 경영 평가 목적의 측정

측정 목적이 ‘경영 평가’라면, 당연히 주무부처·지자체 등 기관을 감독하는 자가 정한 경영 평가 지표에 따라 측정해야 한다. 그런데 단순히 경영 평가가 목적이 아니라 기관 혹은 사업이 ‘얼마나 지속가능하게 운영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라면 어떤 측정을 해야 할까? 이 경우에는 ‘선순환 구조’를 보여주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비영리조직은 이상적으로 오른쪽 그림과 같은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이 경우, ③ 품질과 역량, ④ 만족도는 측정하기 어렵고 측정하는 데 비용도 많이 든다. 따라서 모든 과정을 다 측정할 필요 없이 선순환 구조의 ‘투입’과 ‘산출’에 해당되는 ② ‘재투자율’과 ⑤ ‘재구매율’만 측정하면, 해당 기관 혹은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

 

○ 홍보 목적의 측정

측정 목적이 ‘사업 홍보’라면 ‘권위 있는 지표’로 측정하는 것이 좋다. 아마도 가장 권위 있는 지표는 UN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일 것이다. 해당 사업이 SDGs의 세부목표 중에서도 어떤 세부목표 달성에 기여하는지 공인된 지표로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SDGs 달성에 대한 기여도를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사업 성과를 좀 더 ‘종합적으로 홍보’하고 싶다면 이런 방법도 활용해 볼 수 있다. 코피 아난 전 UN사무총장이 제안한 개념 중에 ‘생태계 서비스’라는 개념이 있는데 자연생태계의 종합적 성과를 ① 공급, ② 조절, ③ 문화, ④ 지지의 네 가지 성과로 정리한 것이다. 예를 들면 ‘숲 조성 사업’의 성과는 왼쪽 그림과 같이 종합적으로 측정될 수 있다.

이 개념을 사회복지기관 돌봄 사업의 성과 측정에 적용해 보면, 왼쪽 그림과 같이 측정해 볼 수 있다. 만약 성과 측정 결과를 대기업 사회공헌 부서와 같은 지원기관에 제출해야 한다면, 해당 대기업의 ‘사회공헌 목표 달성에 얼마만큼 기여했는지’도 추가적으로 측정해보면 좋을 것이다.

 

○ 관리 목적의 측정 

‘사업 관리’가 측정의 목적이라면, 담당자가 사업목표 달성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단일 지표를 만들어 관리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의 담당자는 교육 참여자의 출석률을 단일 지표로 측정할 수 있다. 출석률은 참여자의 만족도와 몰입 수준을 대리 측정하는 지표이며, 참여자의 긍정적인 삶의 변화를 예측하는 데도 설명력이 높다.

또 하나의 단일 지표를 소개하면, 필자가 ‘시그니처 지표’라고 이름 붙인 지표이다. 좋은 식당에 가면 그 식당만의 시그니처 메뉴가 있듯이 좋은 비영리조직, 사회복지기관에는 그 기관만의 시그니처 지표가 있다. 시그니처 지표는 두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시그니처 지표는 지표 그 자체로 수혜자의 삶의 변화를 보여주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둘째, 담당자가 직접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기관의 시그니처 지표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사업 담당자들의 워크숍을 통해 지표를 정할 수 있다. 필자가 측정 지표 선정에 도움을주었던 ‘조손가정 돌봄 사업’의 예를 들어 보겠다. 조손가정 아이들에게 미술이나 음악을 가르치는 선생님들과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필자는 선생님들에게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가슴 벅찼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한 명씩 얘기해달라고 하였다. 여러 이야기가 나오던 중 거의 모든 참가자들이 강하게 공감하는 순간이 있었다. 바로 ‘조손가정의 첫째가 귀가하여 그날 배운 그림, 악기를 둘째에게 가르치는 순간’이었다. 이것은 가정이 회복되는 순간이며, 그 아이들의 삶이 바뀌는 순간이다. 이렇게 스토리를 지표화하면 시그니처 지표를 만들 수 있다. 이 지표를 통해 선생님들은 첫째가 둘째를 스스로 가르치도록 하기 위해 무엇을 도와주면 될지 고민하게 되고, 이는 사업 성공 가능성을 더 높여준다. 시그니처지표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는 사례다.

 

○ 기관 스스로 측정하기

앞의 글을 통해 필자는 다양한 목적에 따라 활용 가능한 측정 방법과 지표의 예시를 소개하였다. 이제 결론을 다시 한 번 말한다. 측정에는 만능열쇠가 없다. 목적이 다르면 측정도 달라져야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위에서 예로 들었던 출석률과 시그니처 지표의 공통점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사업 담당자가 직접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담당자가 직접 측정을 하게 되면 두 가지 놀라운 변화가 생긴다. 첫째, 담당자가 사업 목표를 달성하는 최선의 방법을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된다. 둘째, 해당 사업과 환경 변화에 대한 담당자만의 ‘관점’을 갖게 되고, 이 관점에 따라 새로운 사업을 제안할 수 있게 된다.

기관장이나 관리자가 해야 할 일은 그 새로운 제안이 사업화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는 금전적인 보상보다 더 값진 ‘인정’이라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인정을 조직 관리의 시그니처 지표로 측정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예를 들어 ‘사업 담당자가 직접 제안한 새로운 사업 비율, 혹은 새로운 사업이 채택된 비율’을 측정해 볼 수 있다. 또한 ‘기존 프로그램 대비 환경 변화 또는 인구통계적 변화에 미리 대응하는 신규 프로그램의 비율’을 측정·관리한다면 비영리조직이나 사회복지기관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들의 궁극적인 존재 이유인 인류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하는 좋은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복지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