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보장계획 17년, 제대로 작동하는가?

우리나라 지자체는 4년마다 지역사회보장계획을 수립하는 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특히 올해는 2022년에 수립한 계획을 시행하는 첫해여서 관심이 뜨겁다. 4년간 각 지자체에서 추진할 계획내용과 수립과정, 연차별 시행계획과 결과보고서 작성을 두고 계획의 유용성 대 무용성 논쟁이 재현되고 있다. 전자는 계획이 지역사회복지를 견인하는 매개로써 적절하게 기능하고 있으므로 활성화가 더욱 요구된다는 관점에서, 후자는 계획이 지자체가 수행하는 여러 가지 기존 사업을 계획서라는 책자에 재편집해 놓은 수준에 있다는 자성에 기인하여 나타난 현상이다.

이 계획은 2003년 7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에 따라 지역사회 중심의 사회복지실천을 구현하기 위해 지역사회복지계획(제15조의3)에 관한 법적 근거를 확보하게 되면서 도입되었다. 본격적인 추진은 2006년 제1기 계획(2007~2010년)을 수립하면서부터이며, 2015년 7월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사회보장급여법)이 제정되면서 사회복지 및 보건의료 영역 외에 다양한 지역주민 생활 영역을 포함하게 되었고, 그 명칭도 지역사회보장계획으로 변경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지역사회복지 실천도구로서 계획의 유용성 점검 필요

우리나라의 지역사회보장계획은 지역주민 복리 증진을 목적으로 지역사회 복지수요와 자원, 그리고 자체 사회보장사업 등을 포괄하는 중기 기본계획으로 정의된다. ‘사회복지급여법’상 계획은 제35조(지역사회보장에 관한 계획의 수립), 제36조(지역사회보장계획의 내용), 제45조(지역사회보장의 균형발전)에 규정되어 있으며, 표면적으로는 법정 계획으로의 성격과 사회계획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것에 더하여 계획 수립을 위해서는 지역주민 및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지역사회보장조사)에 기반하여 내용을 마련하고, 시·군·구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혹은 시·도 사회보장위원회의 심의와 지방의회보고를 거쳐 시·도 혹은 보건복지부장관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어 주민 참가형 또는 협력형 계획으로의 성격도 함께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법정계획인 지역사회보장계획은 지역사회보장에 관한 사회계획이면서 민관협력과 주민참여를 강조하는 사회복지실천 계획이라는 양면적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역사회보장계획은 그 내용과 과정을 법적 사항으로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어 제도적 실행력을 담보하고 있으며, 계획 관련 전문지식으로 논리모델에 기초한 전략 및 지역사업 설계와 성과주의를 채택함으로써 객관성과 합리성·책임성을 담보하고 있다. 또한 계획과 관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협력과 참가 활동을 계획 매뉴얼에 포함시켜 계획 수립·실행·평가 동력을 만들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어 지역사회복지실천 도구로서의 유용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유용성이 실제 현장에서 잘 나타나고 있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이 있다.

 

지역사회보장계획이 갖는 네 가지 ‘성과’

지역사회보장계획은 매년마다 시·도 평가와 시·군·구 평가로 나누어 진행되고, 그 결과는 중앙 사회보장위원회의 보고를 거쳐 홈페이지(www.ssc.go.kr)를 통해 공표되고 있다. 이를 통해 본 시·도 계획의 성적표는 전체적으로 보통 수준이나 최근 2019년에서 2021년의 3년간 평가점수는 매년마다 조금씩 낮아지고 있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시·도의 자체 지역사업 추진과 관련한 시행결과의 우수성과 계획내용의 충실성은 일부 시·도가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균형 발전 노력, 지역주민의 참여도 및 민관 협력 수준은 상당수가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시·군·구 계획의 평가점수는 전체적으로 매우 우수한 수준이며, 시행과정의 우수성이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같은 평가내용에 근거해 볼 때 지역사회보장계획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성과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첫째, 계획을 통해 지자체가 책임지는 지역사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지역사업의 책임성은 시·도, 시·군·구 계획의 시행결과의 우수성으로 확인이 가능한데, 시·도, 시·군·구 모두 사업의 계획 대비 목표달성도가 우수한 것으로 평가했고, 시·군·구 지역사업의 경우에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우수사업의 발굴 시행, 민관협력과 연계된 사업 구성 및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계획을 통해 지자체의 지역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계획을 통해 지자체의 기획력과 실행력 증진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자체의 기획력과 실행력은 지자체의 자치력을 높이는 기본 능력이다. 시·도, 시·군·구 계획 모두가 지역 특성·환경 변화 및 진단에 근거한 계획 수립 활동, 다양한 주체가 참여한 모니터링단 구성과 활동을 우수한 점으로 평가하고 있고, 시·군·구는 지역사회 다양한 의견수렴 활동, 모니터링 지표 개발과 활용을 우수한 점으로 평가하고 있어 지자체의 기획력과 실행력이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셋째, 계획을 통해 주민 참가 및 민관협력 체계의 구축과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시·도 계획의 경우에는 일부 지자체의 지역주민 참여체계 구축 노력, 시·군·구 계획에 대해서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활성화, 주민참여 및 민관협력 확대를 위한 행·재정적 노력 확대, 주민참여 방식의 다양화, 지자체 특성에 따른 특성화 사업 수행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주민참가 및 민관협력 체계 구축과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넷째,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계획의 체계화 노력 및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은 시·도 계획만이 가지는 특징적인 부분으로 4기 계획(2019∼2022) 수립부터 매우 강조되고 있는 영역이다. 시·도 계획 평가 결과, 지역 격차 분석 등 지역 진단의 충실한 수행, 시·군·구 계획의 점검 및 조정 노력, 지역 특성을 반영한 시·군·구 평가 시행 등이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어 계획을 통한 일부 지자체의 균형 발전 노력이 체계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적절한 성과지표 부족 등 한계점 발생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의 성과 이면에 문제점도 곳곳에서 노출되고 있어 지역사회보장계획이 가지는 유용성을 살려내지 못하는 현실 또한 간과할 수 없다. 계획의 한계점은 다음과 같이 제시해 볼 수 있다.

첫째, 계획 수립을 위한 전문지식체계로 성과지표 선정과 성과 측정을 포함하는 성과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나 이것의 적용이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다. 시·도 및 시·군·구 계획의 지역사업 모두 적절한 성과지표 제시가 부족하고, 성과 측정이 미흡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시행결과의 우수성과 관련한 평가점수가 낮은 시·군·구에서는 부적절한 성과지표 제시, 사업 효과성 제시 부족, 낮은 우수사업 비중과 지역별 편차, 성과 지향적인 지역사회보장지표의 낮은 활용도 등이 한계점으로 평가됐다. 그리고 지역사회보장지표의 낮은 활용성도 문제로 제시되고 있다.

둘째, 지자체의 계획 관련 전문성 부족과 매뉴얼 지침주의로 인해 계획의 무용론이 옹호되는 다양한 한계점을 만들어 내고 있다. 시·도 계획에 대해 제기된 공무원 중심적인 계획 수립 과정, 모니터링의 구체적인 내용 제시와 후속 조치 미흡 등의 문제는 시·군·구 계획에서도 주민참여가 부족한 계획 수립 체계와 활동 부족, 모니터링의 과정·결과와 후속 조치 미흡 등의 문제로 함께 언급되고 있다. 

셋째, 계획 수립과 추진에 있어 형식적인 민관협력 및 주민참여로 인해 계획의 유용성과 관련한 다양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시·도 계획의 경우 주민참여의 다양화와 실제 활동 부족, 사회보장위원회의 기능 미흡과 시·군·구 계획에서 제시된 형식적인 주민참여 및 민관협력, 민관협력 성과 및 주민만족도 반영 부족은 여전히 형식적인 수준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넷째, 시·도 계획을 통한 시·군·구의 균형 발전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급변하는 지역 상황을 고려한 시의적절한 활동은 제한적이라는 점도 문제로 제시하고 있다. 계획을 통해 지역사회보장 영역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시·군·구 균형 발전을 도모하려는 지역 발전 전략은 매우 유용하다. 하지만 시·도 계획에서 지역 진단과 시·군·구 지원계획 간의 연계성 부족, 시·도의 직접적인 균형 발전 지원계획 및 활동 부족 문제는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점을 잘 반영해 주고 있다.

 

급변하는 지역사회환경에 맞춘 새로운 방향 모색 필요

저출산 고령화,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 등을 겪으면서 우리 지역주민의 삶은 급변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복지 사각지대 문제도 깊어지고 있다. 이 같은 지역사회복지 환경에 맞추어 지역사회복지체계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계획의 새로운 방향 모색이 적극적으로 요청된다. 

지역사회보장계획의 정체성과 차별성은 제도 도입 초기부터 강조되어 왔으나 여전히 미해결된 과제이며, 앞에서 제시한 계획의 한계점을 극복하려는 노력도 그리 녹록치 않은 일이다. 성과주의 실천의 현실적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대안 찾기, 지자체의 전문성 부족을 메우기 위한 매뉴얼 지침주의의 극복 방안 찾기, 형식적인 민관협력과 주민참여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활동 찾기,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시·군·구 지원 계획으로서 시·도 계획의 기능 설정과 구체적인 역할 찾기 노력이 시급히 필요하다. 급변하는 지역사회복지 환경을 적극적으로 고려한 지역사회보장계획의 새로운 해법 찾기 활동의 본격화가 요청된다.

끝으로 5기 계획이 시작되는 첫해, 이러한 해법찾기 노력은 계획 수립 및 추진과 더불어 병행되어야 할 중요한 과업이 되어야 한다. 앞으로 지역사회보장계획이 20년을 맞는 시점인 6기 계획 수립 시점까지 계획의 유용성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전국 지자체에서 지역사회보장의 변화를 견인하는 동력으로써 계획이 의미 있게 작동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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