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이경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원
황이경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원

헌법상 명시된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은 지방자치단체의 보장과 아울러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자기책임하에 수행하는 것을 보장하는 데 있다. 이와 같은 자치행정의 헌법적 보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수행에 필요한 행정권한 및 재정적 권한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로 인하여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지방분권 및 재정분권에 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으나 여전히 지방자치단체에 부여된 권한이 자치행정의 본질을 실현함에 있어 불충분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지방자치단체에 부여된 사무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방안에 관한 지속적인 논의가 요구됐다. 그 일환으로서 올해부터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어 그동안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한되었던 지방자치단체의 기부금 모집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열악한 지방재정을 조금이라도 확충하기 위한 각 지방자치단체의 기부금모집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 도입 및 주요 내용

우리나라의 고향사랑기부제 도입 논의는 2007년 제17대 대통령선거 당시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주민세의 10%를 ‘고향납세’라는 이름으로 ‘고향’에 귀속될 수 있도록 하여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농업과 농민을 보호하자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2009년부터는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지역 간 불균형 해소, 지방재정 확충, 재정격차 완화, 지역경제 활성화, 애향심 고취, 건전한 기부문화 조성 등을 이유로 여러 입법 시도들이 있었다. 이러한 지속적 논의와 법제화 노력 끝에 2021년 10월 19일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이하 ‘고향사랑기부금법’)이 제정됐고,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와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 등으로 지방소멸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문제를 해소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기부자가 자신의 주소지 이외의 지방자치단체에 고향사랑 기부금을 기부하면 기부금액의 100분의 30이하 가액의 답례품과 함께 기부금액에 대하여 일정한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기부금의 개인별 연간 상한액은 500만원이며, 법인은 기부할 수 없다.

한편 지방자치단체는 모금·접수한 고향사랑 기부금의 효율적인 관리·운용을 위하여 기금을 설치해야 한다. 해당 기금(이하 ‘고향사랑기금’)은 고향사랑기부금을 재원으로 하며, △사회적 취약계층의 지원 및 청소년의 육성·보호 △지역 주민의 문화·예술·보건 등의 증진 △시민참여, 자원봉사 등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 △그 밖에 주민의 복리 증진에 필요한 사업 추진에 사용된다.

 

현행 고향사랑기부제의 한계 및 개선과제

이러한 고향사랑기부제가 조기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존재한다. 먼저 기부금 모금 수단이 과도하게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신문 및 인터넷신문, 정기간행물, 방송, 옥외광고물 등의 방법을 통해서만 고향사랑 기부금을 모금할 수 있고, 개별적인 전화, 서신 또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전자적 전송매체를 이용하는 방법으로는 기부금을 모금할 수 없다. 즉, 기부금의 모집은 법으로 정한 광고매체를 통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만 할 수 있다. 모금 수단에 있어 과도한 규제는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제도 시행 초기 잠재적 기부자에 대하여 기부 참여를 독려하는 데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한다.

다음으로 열악한 지방재정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을 주고자 하는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는 여러 기부제한 규정을 지적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고향사랑기부금법’ 제8조제3항에 따라 기부 상한액을 500만원으로 제한하는 것이나 제4조제1항의 기부금 모금 대상을 개인으로 제한하고 있는 규정을 언급할 수 있다. 우리나라 고향사랑기부제의 모티브가 된 일본의 고향납세제도는 최저한도액만 존재할 뿐 기부금 상한액은 존재하지 않으며, 소득이 많을수록 더 많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고소득자의 기부를 유도하고 있다. 이를 참고해 실질적인 지방재정 확충과 기부 활성화를 위해 기부상한액이나 공제 한도와 관련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법인의 기부가 원천적으로 금지되어 있는데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고향사랑기부제의 도입 취지와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고려했을때 법인의 자발적인 기부를 허용함으로써 개인보다 기부여력이 충분한 법인이 기부를 통해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지방재정 확충에도 기여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고향사랑기부제 운영 현황 및 향후 대응 방안

현재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된 지 반년이 지나고 있다. 이만희 의원이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100일을 맞아 실시한 고향사랑기부제 현황조사에서 실적을 공개한 140개 지방자치단체의 올해 1분기 평균 모금액은 5300만 원, 1인당 평균 기부금액은 14만 원으로 나타났다. 모금액 상위 30위 지방자치단체만 살펴보면, 평균 모금액은 1억4100만 원, 평균 기부건수는 296.3건, 1인당 평균 기부금액은 19만6000원으로 전체 평균보다 5만6000원 더 많았다. 해당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부금을 1억 원 이상 모금한 지방자치단체도 있는 반면, 모금액이 수백만 원 수준에 그치는 지방자치단체도 있는 등 지방자치단체 간실적 편차가 드러났다. 또한 전반적으로 모금 실적이 저조하며, 1인당 평균 기부금액이 전액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10만 원에 근접한 14만 원으로 나타남에 따라 제도 홍보 및 운영에 있어 각 지방자치단체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고향에 10만 원을 기부하면 13만 원의 혜택’을 내세우며 홍보에 나서고 있는데 이러한 홍보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기부자를 유인할 수 있겠지만 지방재정 확충이라는 제도의 도입 취지를 달성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10만 원 초반에 그치는 1인당 기부금액은 답례품 제공과 제도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고려하였을 때 오히려 지방자치단체 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그동안 열악한 지방재정과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력 격차 등의 문제 해결을 지방재정조정제도와 같이 중앙정부 주도의 하향식 방법에 의존해 왔다면, 고향사랑기부제는 심화되고 있는 지방소멸위기에 대응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재정을 확충할 수 있는 기회이다.

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각 지방자치단체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어떤 제도인지, 기부로 인한 세액공제 규모는 어느 정도이며 어떤 답례품을 제공하는지 등 혜택 중심으로 홍보해왔다면, 앞으로는 지속적인 기부 참여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조성된 재원을 지역 발전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지 기부자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기부금 활사업을 적극 개발하는 데 각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현재 ‘고향사랑기부금법’ 제11조에 따르면,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이나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 등 주민 복리 증진과 지역 발전을 위한 사업에 고향사랑기부금을 사용할 수 있다. 제도의 투명성 확보 및 기부로 인한 기부자의 자긍심과 기부금 활용 사업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켜 기부자와 지방자치단체 간 지속적인 교류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구체적인 기부금 활용 사업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업(프로젝트)별로 기부자를 모으는 일본의 ‘크라우드 펀딩형 고향납세제도’ 혹은 ‘지정기부제’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고향사랑기부제 종합정보시스템인 ‘고향사랑e음’을 살펴보면,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기부금 활용 사업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곳은 20여 개 뿐이다.

대다수의 지방자치단체는 2023년 기부금 전액을 적립 및 예치하여 향후 추진할 사업의 사업비를 확보하고, 올해 하반기 중으로 기금운용계획을 수립하여 2024년부터 기금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제도 시행 첫 해인 만큼 고향사랑기부금의 모금 추이 및 이를 재원으로 하는 고향사랑기금의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내실 있는 다양한 답례품 개발과 함께 지역 특성과 필요를 반영하면서도 기부자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기부금 활용 사업 발굴이 필연적이다. 

중앙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운용 가능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고향사랑기부제가 활성화 되려면, 각 지방자치단체는 기부자의 자긍심과 자기효능감을 고취시킬 수 있고 지역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기부금 활용 사업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아울러 지역에서 해결해야 할 현안과 주민들의 우선적인 욕구가 무엇인지 신중하게 검토하여 고향사랑 기부금을 어떤 목적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하는 데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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