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종사자 안전

권자영 세명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권자영 세명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우리나라에서 ‘사회복지현장은 위험한 일터인가? 사회복지종사자들은 안전하게 일하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것은 2000년대 초반 클라이언트에 의한 사회복지종사자의 심각한 상해 사건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부터다. 이후 사회복지종사자 폭력실태 및 영향, 관련 요인들, 대책 및 안전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효과 분석 등 수많은 관련 연구들과 다양한 실천적, 정책적 제언들도 쏟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복지현장은 종사자의 안전이 더 크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 지역사회 기반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로의 전환, 공공 사례관리 전개, 복지서비스 대상자들의 권리의식 확장, 욕구의 다양화와 이를 충족하기 위한 서비스 기대수준 향상, 정신질환자 입원요건 강화, 자살률 증가, 고령화, 재난의 증가, 분노와 폭력적인 사회분위기, 사회적 고립과 분열의 가속화 등은 사회복지현장의 위험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사회복지종사자 안전, 아직도 갈 길 멀다

사회복지종사자에게 클라이언트에 의한 폭력이나 클라이언트의 사망 경험은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2013년 국가권익위원회에서 실시한 ‘사회복지사 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직무수행 과정에서 폭언, 폭행, 성희롱, 감정노동 수행으로 인한 소진과 이직 등의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보고됐다.

2019년 청주복지재단의 ‘사회복지담당공무원의 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7.6%가 민원인 폭력을 경험했고, 민원인 폭력의 안전도는 5점 만점에 평균 1.95점으로 매우 낮게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76.9%가 업무를 담당하며 신체적·정신적 질병을 얻었고, 51%가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우울 수준을 보였으며, 10.5%가 자살충동을 느꼈다고 응답하는 등 심각한 수준의 위기 및 외상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복지종사자는 직무와 관련해 폭력에 노출되거나 노출될 위험이 경찰관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고, 다른 근로자에 비해 직장폭력을 경험할 위험 또한 6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노동국의 2013년 통계에 따르면, 미국 내 사업장에서 일어난 치명적인 사망사고 100건 중 27건은 사회서비스 현장에서 발생하고, 사회복지종사자의 피해율은 일반 사업장 종사자 피해율 3%보다 훨씬 높은10~11%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한국사회복지사협회 ‘2021사회복지사 통계연감’에 따르면, 조사대상자 4210명 중 37.8%만이 근무환경이 안전하다고 응답했다. 또 전체 응답자 중 70.7%는 언어·정서·신체 등의 폭력을 경험했음에도 4명 중 1명(25%)은 수급자와의 관계 때문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를 겪은 이후에도 자신이 소속된 기관에서 아무런 대응이나 사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응답 또한 61.9%로 나타났다. 직무외상은 업무환경 내에서 기관의 지원과 공감을 받지 못하는 경우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는 더욱 심각하다. ‘2022 사회복지사 통계연감‘에 따르면, 시설 안전관리매뉴얼이나 지침은 98.8%가 구비하고 있는 반면에 사회복지종사자 안전 관련 매뉴얼이 구비되어 있다는 응답은 56.3%로 전체 조사시설의 절반에 불과했으며, 클라이언트 폭력예방 직원교육을 실시한 시설 또한 51.1%에 불과했다. 이는 폭력경험이 종사자의 반응 및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종사자가 폭력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와 직무상 폭력에 대한 대응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고, 적절한 교육과 훈련을 받지 못했을 때 충격과 후유증이 더 심하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 품질과 직결되는 종사자 안전 확보, 어떤 노력 필요하나?

사회복지종사자의 대표적인 직무외상 요인은 클라이언트 폭력과 클라이언트의 죽음으로 알려져 있다. 종사자들은 클라이언트에 의한 신체적·정서적·경제적·성적 폭력이나 클라이언트의 죽음을 자주 경험한다. 클라이언트 폭력이나 죽음 이후에 경험하는 직무외상의 정도는 결코 가볍지 않다. 직무외상으로 인한 정서적 소진·우울·공감피로·2차외상등을 경험하며, 긴장·스트레스·자기비난·놀람이나 당황·분노 등 부정적 정서반응을 겪는다. 

이는 휴먼서비스의 특성상 서비스전달의 주요 매체가 되는 종사자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데 그치지 않고, 직무만족 저하·서비스 품질 저하·조직헌신이나 몰입의 약화·소진·이직의도 조장 등 조직 성과와 사회복지서비스의 질과 관련된 측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직무위험으로부터 100% 안전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피해를 입은 종사자들의 회복과 치유 노력 역시 매우 중요하다. 이를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는다면, 숙련되고 전문성을 갖춘 종사자들의 소진과 이직·퇴직으로 이어져 매우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사회복지종사자가 안전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세단계의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는 예방이다. 두 번째는 위험을 예측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예방과 예측을 통한 대처노력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입은 종사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와 사후관리이다. 이러한 노력은 개인적 차원은 물론 조직 차원의 대응과 제도적인 노력이 함께 실행되어야만 실효성을 지닌다. 안전 문제는 사회복지 종사자 개인의 역량이나 경험 부족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현장의 직무특성에서 오는 위험요인임을 인식해야 한다.

예방과 효과적인 대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복지종사자 대상 안전교육이 필수적이다. 다행히 종사자들의 안전교육에 대한 요구가 점차 높아지면서 다양한 교육 콘텐츠들이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안전교육이 여전히 사회복지사 법정보수교육에서 필수교육으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쉽다. 최소한 신규 사회복지사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서만이라도 안전교육을 필수과목으로 반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안전교육은 한 번 받는 것으로 충분치 않다. 안전사고는 언제 일어날지 모르고, 우리가 항상 경계해야 할 주제임에도 무감각하고 방심하기 쉽다. 그러므로 정기적인 교육을 통해 안전민감성을늘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직종별, 현장별, 신규자 및 중간관리자, 최고관리자 등의 직급별 다양한 교육이 마련되어야 한다. 다양한 사례별 대처요령과 실습, 신체적 방어훈련 등이 포함된 실제적인 대처기술을 향상시켜 나가야 한다.

실제로 사회복지사를 대상으로 클라이언트 폭력예방교육을 실시한 결과, 교육참석 후 폭력예방 및 대처지식과 자기효능감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향상된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는 예방이 최선이지만 100% 예방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효과적인 대응과 치명적인 손상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안타깝게 피해를 입은 종사자에게 직무외상으로 발전되지 않도록 충분한 보호와 회복을 촉진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과 적극적인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안전을 위한 현장의 소리를 귀담아야…

우리나라에서는 사회복지서비스와 같은 대면서비스, 감정노동 영역의 산업안전 위험성 평가가 최근에서야 시작되는 등 사회복지종사자 안전 확보에 대한 관심과 경험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Administration, OSHA)은 사회서비스직종에 대한 별도의 안전매뉴얼과 지침을 마련하고 있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회복지종사자의 안전한 근무 환경 조성을 위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2019년 고용노동부는 ‘고객응대근로자 건강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여기에 사회복지사, 사회복지공무원 등을 포함해 함께 접근하고 있으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같은 해 ‘사회복지종사자의 안전을 위한 보호체계 구축사업’을 사회복지종사자 대상 전국기획사업으로는 최초로 선정해 지난해까지 전국 67개소, 61억 원을 지원했다. 그 성과로 사회복지종사자 대상 안전교육 및 직무외상 프로그램 실시, 28개의 위기대응·안전관련 매뉴얼 개발, 해당 지자체의 사회복지종사자 안전관련 조례 제·개정, 사회복지인권센터 설치·운영 등을 이끌어 냈다. 이러한 움직임은 사회복지종사자의 안전에 대한 민관의 관심 제고와 현장의 구체적인 변화를 이끌어 낸 계기가 됐다.

교육훈련을 통해 종사자 개개인의 안전 민감성과 위험대처 능력을 향상시키는 등의 대응과 함께 기관 차원, 그리고 제도적 차원의 장치가 함께 마련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올해 2월 27일, 사회복지종사자 폭력피해 예방을 골자로 하는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이 개정됐다. 이는 사회복지종사자의 폭력피해 예방을 위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노력해야 한다는 근거가 처음 마련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실효성 있게 실행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2022 사회복지사 통계연감’에서는 종사자 안전 확보 방법으로 법적 보호 및 처벌규정 마련, 인력충원, 정서적 안정을 위한 휴가 지원, 폭력예방의 정기적 교육 및 훈련, 공공기관과 연계된 비상버튼의 설치 등을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안전 확보 방안에 대한 현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하나하나 구축해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는 개인이나 한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사회복지현장이 공동의 목소리를 내면서 연대하고, 이는 종사자 차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복지서비스와 직결되어 있다는 점을 피력해야 할 것이다.

어려움에 처한 타인을 돕는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해서 모든 클라이언트가 종사자를 선하게 대할 것이라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일터를 안전하게 만들고, 혹시 모를 위험에서 보호받을 수 있고, 피해를 입더라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충분할 때 사회복지종사자가 클라이언트를 더 잘 지원할 수 있으며, 하는 일이 빛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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