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복지 거버넌스

전우일 월간 복지저널 편집장, 사회복지학 박사
전우일 월간 복지저널 편집장, 사회복지학 박사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1995년 이후 지역사회의 다양한 복지 욕구를 충족하는 과정에서 지역 내 민간의 자발적 참여와 협력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또한 급속한 고령화와 위기가정 등 복지 사각지대 증가로 인해 복합적이고 다양한 복지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복지환경의 변화는 과거의 개별적이고 제한적인 공급자 위주의 복지에서 통합적이고 포괄적인 수요자 중심 복지로의 전환을 가져왔다. 복지욕구 증대에 따른 제도 변화뿐만아니라 날로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사회문제를 중앙정부와 같은 단일 행위자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해지고 있다.

 

‘지역복지 거버넌스’는 왜 중요한가?

이에 따라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와 기관·단체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연계하고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지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공공 전달체계의 비탄력성과 비효율성으로 인해 서비스의 효과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네트워크를 통한 통합적 서비스 제공과 네트워크 참여 조직 간의 협력·조정을 위한 네트워크 관리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지역복지 거버넌스’를 개념적으로 이해한다면, 특정 분야나 지역을 중심으로 공통의 관심 영역에 대한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자원을 중심으로 해당 조직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협력 관계를 구축·연계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사회복지 영역에는 다양한 서비스 공급 주체가 있고, 서비스 대상자의 수요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네트워크 거버넌스를 적용하기에 수월하다. 특히 복지서비스 제공과정에서 영리 기업조직뿐만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서 자발적인 지원을 통해 지역복지 증진에 기여하고자 하는 다수의 공급 주체들이 존재하기에 이러한 네트워크 거버넌스를 구성하기에도 용이하다. 따라서 지역 네트워크가 제대로 구축되기 위해서는 일방적인 관 주도형보다는 지역주민과 이해관계자들의 필요에 의해 관리되는 수요자 지향형이어야 하며, 또한 민간복지전달체계 내에서 공공, 각 사회단체 등이 함께 능동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상호협력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지역복지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복지 실천 현장에서 네트워크 조직화를 통해 지역사회복지서비스 기획에 필요한 정보공유 및 개발 역량을 보유한 서비스 제공기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네트워크 거버넌스가 관심을 받게 된 것은 비영리조직들이 정부 조직이 가지고 있지 못한 인적·물적 자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자원이 정부의 복지정책 목표 달성에 보완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어느 때보다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지역사회복지협의회에 적용가능한 네트워크 거버넌스 유형은?

프로반 & 케니스(Provan & Kenis(2008))는 처음으로 네트워크 분석모형에 입각한 네트워크 거버넌스 유형을 분류했다. 그들은 네트워크 관리자의 역할 규정에 기반하여 중재자의 존재 여부, 그리고 중재자의 위치가 내부 또는 외부에서 영향을 끼치는 정도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즉 중재자가 단독인지 아니면 소수의 조직인지, 그리고 중재자가 네트워크 속에서 구성조직의 하나로 존재하는지(internally governed), 조직 밖에서 네트워크를 조정하는지(externally governed)에 따라 자기관리 네트워크(self-governed network), 주도조직 네트워크(lead organization network), 네트워크 관리조직(network administrative organization) 유형으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유형 중에서 우리가 관심 있게 봐야할유형은 ‘네트워크 관리조직’이다. 네트워크 관리조직은 앞의 두 유형이 중재자를 기존 조직 내에 두는 것과 다르게 네트워크 밖에서 대상조직들을 연계·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해당 관리조직의 특징은 직접 서비스를 전달하기보다는 참여조직들 간 협력 및 조정 역할이 중요한 과업으로 부여되고 있다. 이런 네트워크 관리조직은 정부 기관일 수도 있고 비영리조직일 수도 있는데 규모와 형태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독립된 사무실과 법인격을 가지고 있으며, 이사회와 사무국을 통해 네트워크 관리를 수행하는 행태를 보인다.

또한 참여조직의 수가 많아질수록 네트워크 관리조직의 형태가 유용하게 적용될 것이며, 네트워크가 직면한 외부환경에 대한 대응이 절실한 경우에도 해당 네트워크 전체를 대표하고 대변하는 객관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네트워크 관리조직의 형태가 더욱 효율적일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표적인 유사 성격 기관으로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사회복지협의회를 들 수 있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시군구 단위에서 보건과 복지를 아우르는 법정단체1) 로 민관 협치를 제도적으로 구성한 민·관 네트워크라고 볼 수 있다. 사회복지협의회 또한 중앙, 시도, 시군구 단위에서 민간사회복지 관련 연계·협력 및 조정역할을 위한 법정단체2) 로 민간 사회복지의 육성 및 지원을 목적으로 한 민·민 네트워크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시군구 사회복지협의회 설치가 ‘사회복지사업법’상 강행규정이 아닌 임의규정으로 되어 있어 안정적인 운영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점, 전국 226개 행정구역 모두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지역사회에서 네트워크 관리조직으로서의 역할이 아직 미비하다고 볼 수 있다.

*1)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자 발굴에 관한 법률’ 제41조(지역사회보장협의체) ①시장·군수·구청장은 지역의 사회보장을 증진하고, 사회보장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계 기관·법인·단체·시설과 연계·협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해당 시·군·구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둔다.

2) ‘사회복지사업법’ 제33조(사회복지협의회) ① 사회복지에 관한 다음 각호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전국 단위의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시·도 단위의 시·도 사회복지협의회를 두며, 필요한 경우에는 시·군·구 사회복지협의회를 들 수 있다. <2. 사회복지 관련 기관·단체 간의 연계·협력·조정>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성공 여부, ‘지역사회복지협의회 지원’에 달려

지역복지 거버넌스 주체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이다. 이는 ‘사회보장급여법’으로 명시되어 있으며, 협의체 중심의 민관협력은 지역문제 해결을 통한 복지공동체 구축의 선결요건이 될 것이다. 다만 이러한 민관협력이 제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민·민네트워크가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민·민네트워크는 법률적으로 사회복지협의회의 고유목적사업이다.

‘사회복지사업법’에서 사회복지협의회는 지역사회 문제해결을 위해 복지 관련 다양한 이해관계자 및 관련 기관·단체와 협력·조정을 법적 고유목적 사업으로서 분명히 하여 지역사회의 민·민네트워크 조직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분명히 정의하고 있다. 특히 사회복지협의회는 지역복지 실천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개발 및 연계를 법적 고유목적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어, 최근 지역문제 해결방법으로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콜렉티브 임팩트’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지역사회 거시 실천기관임을부인할 수 없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민관협력을 근간으로 한 지역복지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거시적 기구인 만큼 지역사회 내 민·민네트워크가 얼마나 잘 구축되어 있는지가 성공여부를 결정할 중요한 잣대가 될것으로 본다. 또한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지역의 사회보장 증진을 위한 최고 심의기관이기에 ‘사회보장급여법’에 명시된 업무를 잘 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이끌어내고 조정하는 역할, 그리고 필요 시에는 사업화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과의 협업이 반드시 필요로 한다.

그런 점에서 협의체의 지역복지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서라도 민·민 네트워크의 법적기능을 가지고 있는 사회복지협의회가 제대로 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협의체와 협의회 양측 모두 서로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협의체의 지역복지 거버넌스 구축에 협의회가 다른 한 축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통해 시군구 사회복지협의회 설치는 단지 필요여부를 따져 판단할 것이 아니라 협의체의 중심축으로서의 기능을 담당한다는 측면으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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