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경력관리의 사각지대, 사회복지

바람직한 사회복지사의 자질에 대해서는 많은 요인들이 언급되고 있다. 사회복지사는 전문직 가치로 무장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경청의 태도를 가지며, 긍정적인 마인드로 서비스 대상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은 타 직군에 비해 더 높은 가치관이나 윤리의식을 요구받고 있다. 또한 급변하는 사회변화와 그러한 변화에 따른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업무역량도 사회복지사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자질이다. 이와 같이 가치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지식과 기술 측면에서도 사회복지사는 다양한 능력을 요구받고 있다.

사회복지사들은 자신의 업무능력을 개발하고 경력을 관리하기 위한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을까? 유능한 사회복지사에게 필요한 경력은 무엇일까? 전문 직업인으로서 자신의 경력을 관리하는 것은 필수적인 과정이지만 현재는 사회복지시설에서의 임면보고만으로 사회복지사 경력관리가 이루어지는 수준이다. 임면보고 의무가 없는 사회복지시설이나 타 영역에서 종사하는 사회복지사들의 경우는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사회복지사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직업인으로서 자신의 업무역량을 강화하고 경력관리를 위한 활동은 개인적 차원에서 수행하고 있을 것이다. 반면 국가적 차원에서 사회복지사들의 입직과정과 이직, 경력개발 및 관리에 대한 파악은 전혀 되지 않고 있다. ‘100만 사회복지사’라고 하지만 이들이 어떠한 경력관리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전무하다. 국가자격증임에도 불구하고 자격증 취득 이후 사회복지사 직업군의 현황과 활동분야에 대한 실태 조사나 자료 구축은 되어 있지 않다. 그 결과 사회복지사 수급 및 인력 활용방안에 대한 정책 수립이 어려운 실정이다. 제대로 된 실태조사조차 없는 상황에서 사회복지종사자들의 처우와 경력관리에 대한 정책 수립은 더욱 요원하다. 

과거와 달리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한 인력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회복지사들의 활동영역과 사회복지사들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넓어지고 있다. 사회복지사업법의 적용을 받는 사회복지기관에서 종사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도 있지만 기업사회공헌팀, 학교, 병원, NGO,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변화하는 사회복지 환경으로 인해 사회복지사업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다양한 사회복지기관들이 출현하고 있으며, 관련 분야로의 사회복지사들의 진출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이 어떠한 입직과정을 거쳐 경력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지에 대한 정보는 전무하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사회복지사업법의 적용을 받는 사회복지기관에 종사하는 경우,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에 임면보고를 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타 분야로 진출해 사회복지사의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에는 파악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직으로 인정받고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격증 취득 이후 일정한 경력신고 및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현재 사회복지사업법 제13조에 의해 사회복지시설은 시설 및 법인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의 채용 및 에 관한 정보를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전통적 사회복지영역에 종사하는 사회복지사들도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에 의해 근무현황이 파악되는 수준이지 경력관리라고 보기 어렵다. 2018년 사회복지사업법 일부개정으로 정신건강, 의료, 학교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역별 자격이 국가자격으로 인정됨에 따라 특정 영역에 종사하는 사회복지사의 경력관리 및 임면보고가 필수적으로 수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시스템 상의 임면보고 대상자가 아니기에 이들의 경력관리도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경력관리의 중요성과 의미

경력(career)이란 한 개인이 일하면서 접하게 되는 인생전반(life-span)에 걸친 경험과 활동을 의미한다. 경력관리(career management)는 일생에 걸쳐 일과 관련해 얻게 되는 총체적 활동 및 경험들을 계획하고 조직하며, 통제하는 기능 또는 그 작용을 의미한다. 경력관리는 개인적 차원뿐만 아니라 조직적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경력관리는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활동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최근 들어서는 구성원이 자신의 경력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절차와 제도를 통해 구성원의 경력목표 달성을 지원하는 등 조직 수준에서의 관리활동으로 인식되고 있다. 

기업과 일부 전문직종에서는 인적자원관리(HR: Human Resource Management)의 일환으로 경력관리가 체계화되어 있다. 기업영역에서 조직수준의 인적자원관리 차원으로 경력관리에 관심을 두는 것은 조직의 요구와 개인의 요구가 일치할 수 있도록 개인의 경력을 개발·지원·관리하는 활동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개인적 차원의 능력개발과 역량강화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조직의 성과와 밀접하게 연관되기에 경력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경력몰입’이라는 개념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제는 기업뿐만 아니라 공직 영역에서도 인적자원관리 차원에서 경력관리를 조직 수준에서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사회복지영역에서는 이러한 차원에서의 접근과 인식이 부족한 편이다. 일부 기관장들의 개인적 성향과 관심에 의해 조직 구성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훈련이 이루어지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체계적인 사회복지사 경력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대부분 근무연수가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경험이 쌓이게 되고 경험이 곧 경력관리라는 소극적인 수준에서 경력관리를 이해하고 있다. 사회복지분야에서도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경력개발과 관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제 적극적인 경력관리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사회복지 분야에서의 경력관리와 달리 보육, 의료 분야에서는 자격신고 및 보수교육 과정을 통해서 해당 종사자들의 경력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보육교사는 경력관리시스템에 임면사항을 등록하고 시장·군수·구청장이 교직원 자격 및 결격 사유를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의료인·의료기사 등 보건의료인의 경우, 면허·자격신고제를 통해 3년마다 면허자격신고시스템에 본인이 직접 신고해야 한다. 면허 취득 이후에도 매년 보수교육을 이수하고 전문가 협회에 신고해야 한다. 미신고 시에는 협회에서 면허의 효력을 정지할 수 있다.

 

사회복지사 경력관리는 경력신고시스템 도입으로부터 

2020년에 진행된 ‘사회복지사 경력관리체계 도입 필요성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설문에 참여한 979명의 사회복지사 중 67.2%가 이직을 희망하고 있으며 사회복지 분야가 아닌 타 분야로의 이직을 희망하는 비율도 34.5%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개인 차
원에서 경력관리를 하고 있다는 응답은 71.4%, 사회복지기관 차원에서 경력관리를 하고 있다는 비율은 41.1%로 나타나 사회복지사의 경력관리는 조직 차원보다는 개인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앞서 언급한 시간의 경과에 따른 근무경험이 곧 경력관리라는 소극적 인식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개인 차원에서의 경력관리를 하지 않는 이유는 경력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경력관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라는 응답자가 많았다. 조직 차원에서 경력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로는 경력관리시스템의 부재, 경력관리의 법적·제도적인 강제력 부족, 경력관리에 대한 기관장의 미온적 태도 등의 사유라는 응답 비율이 높게 나왔다. 사회복지사업법의 임면신고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사회복지시설이나 기타 분야에서 종사하는 사회복지사들의 경우에는 일반 사회복지시설종사자에 비해 사회복지사로서의 경력관리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비율이 훨씬 더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조사결과들은 사회복지사 경력관리제도 및 경력관련 정보시스템의 도입 필요성을 시사한다.

경력관리를 통해 자신의 역량을 향상시킴으로써 대상자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 사회복지사로서의 책무를 수행하고, 자기성장을 실현함으로써 직장생활에서의 직무만족, 조직몰입을 제고할 수 있다. 사회복지사의 경력관리는 개인과 조직, 그리고 국가 차원의 정보 관리 및 정책수립이 상호보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복지사들의 입직과 이직, 경력관리 등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 파악은 개인의 경력관리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인력 수급계획, 대학교육 및 보수교육 프로그램 구성, 경력관리 프로그램 개발 등 다양한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사회복지사의 경력관리에 대한 인식 제고와 함께 경력관리시스템 도입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사회복지사의 경력관리를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경력신고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물론 사회복지사업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사회복지기관이나 타 분야에서 종사하는 사회복지사의 신고를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신고의무화에 따라 신고주체, 시스템의 운영주체, 미신고 시에 따른 제재 등 관련 사항에 대한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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